그럼에도 8mirrors가 도전하는 이유
8mirrors를 시작하기 1년 전부터 나는 피부 진단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미 시장에는 피부를 진단하고 맞춤 제품을 만들어주거나 배송해주는 서비스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고객들은 여전히 답을 못 찾고 있었다. 그게 내가 이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였다.
다년간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고민을 직접 들으면서 서비스를 기획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가 이미 꽤 많다는 걸 알았다.
크게 나눠보면 네 가지다. 뷰티 커머스 플랫폼의 피부 진단, 브랜드가 운영하는 피부 진단, 제품 성분 분석 서비스, 피부 상태를 기록하는 다이어리 앱. 방향은 달랐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하나같이 돈을 못 벌고 있다는 것.
MBTI는 검사를 마치는 순간 결과 자체가 언어가 된다.
나를 소개하는 기준이 되고, 상대를 이해하는 프레임이 된다. "나 INFP야"라는 한마디에 무게가 생기고 공유하고 싶어진다.
피부 진단은 그렇지 않다.
스튜디오 초반, 고객들이 느낄 흥미에 집중하던 시절이 있었다. 진단 결과도 MBTI처럼 공유하기 쉽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런데 결국 체험으로서의 재미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내 일상에서 쓰이는 기준이 되지 않으면, 그 날의 소비로 끝난다.
사주 얘기를 잠깐 해보면 — 나 포함해서 사주를 여러 군데서 보는 사람들을 보면, 사실 "나는 나무의 기운을 타고난 사람이래"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궁금한 건 그래서 저 올해 돈 잘 버나요? 뭘 조심하면 될까요?
피부 진단도 마찬가지다. 내 피부 타입을 아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관리하면 되냐가 궁금한 거다.
피부 진단을 운영하는 곳 중 가장 큰 두 축은 화장품 브랜드와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둘 다 결국 같은 출구로 향한다. 새 제품 추천. 진단은 입구고, 장바구니가 목적지다.
고객들은 과정에서 이걸 느낀다.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이랑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고. 마케팅 도구로 쓰이는 피부 진단은 처음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
피부 고민을 가진 사람의 행동 패턴을 오래 보면 공통된 흐름이 보인다.
시작은 항상 피부 고민이다. 그 고민을 '고쳐줄' 제품을 찾는다. 클렌저 하나, 수분크림 하나로 조심스럽게 시작했다가 점점 늘어난다. 어느새 캐비넷에 20개, 30개가 쌓인다. 피부는 오히려 나빠진다. 왜 나빠지는지는 모른다. 제품을 탓한다. 그 제품도 캐비넷으로 들어간다.
결국 두 갈래로 나뉜다.
수십 개를 닥치는 대로 바르거나, 아예 스킨케어를 포기하거나.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직접 진단을 진행하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피부 상태를 맞게 파악하고 있다.
그들이 모르는 건 '내 피부가 어떤 상태인가'가 아니다. '이 피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다.
8mirrors를 소개할 때 "유전자 검사나 정밀 기기가 있는데 그게 되겠냐"는 말을 종종 들었다. 우리가 과학적으로 정교한 진단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구매하기 전까지는 정보가 넘쳐난다.
어떤 피부 고민에 어떤 성분이 좋고, 신기한 포뮬라에 어플리케이터까지. 그런데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많던 정보가 무의미해진다. 지금 쓰는 제품들이랑 같이 써도 되는지, 어느 순서로 발라야 하는지, 양은 얼마나 써야 하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고객들은 이미 충분히 똑똑하다. 제품 하나로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깊은 공부를 원하지는 않는다.
비타민C가 다크스팟에 좋다니까 이거 발라야겠다 — 정도만 알고 싶다. 비타민C가 다크스팟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순수 비타민C보다 유도체를 써야 하는 경우가 언제인지, 이 제품은 왜 되고 저 제품은 왜 안 되는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다.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내 피부를 이해한 상태로, "너는 이거이거 이렇게 발라" 라고 딱 말해주는 것.
그리고 그 "믿을 수 있는 상대"의 기준은 전문성도 경력도 아니다. 유대감이다.
얼굴 한 번 안 본 수십 년 경력의 피부과 의사가 추천하는 제품보다, 내 친구가 알려주는 제품을 더 신뢰한다.
서비스에 얼굴을 넣었다.
인플루언서 제휴 마케팅도 고민했지만, 결국 대표인 내가 그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되어보기로 했다.
고객에게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지금 쓰고 있는 제품이다.
피부 고민과 현재 루틴을 바탕으로, 덜어낼 것을 정리하고 더할 것을 채워서 그 사람만의 루틴을 설계한다. 매일, 매주, 매달 변화를 추적하고, 그 변화에 맞춰 루틴을 다시 정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Before & After들, 그리고 이메일로 도착하는 고객들의 감사 인사들.
재구매 고객이 생길 때마다 비포애프터와 리뷰를 팀 내로 공유하는데, 이게 우리 팀의 에너지가 되고 있다.
우리가 정말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니 — 라는 감각을 매일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
피부 진단 시장에 제대로 된 서비스가 없는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질문이 틀렸던 거다.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 우리 서비스는 살아남아 돈을 벌 수 있을지, 한번 지켜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