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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 Feb 10. 2018

이 길을 괜히 선택한걸까

아무리 찌푸려봐도, 바늘구멍은 너무 작았다.


채용박람회에서 회사를 선별하는 나의 기준은 이랬다.


1. 인사TO가 있는 회사

2. 인사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회사

3. 인사팀 신입사원을 채용예정인 회사

4. 인사 비스무리한 직무라도 채용하는 회사

5. 괜찮은 선물주는 회사


괜찮은 선물을 어느 회사가 주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조금만 돌다보면 친구들이 어디서 정보를 물어왔다. "야! A회사 외장하드준대!"


제일 인기있던 곳은 L그룹이었다. 

기업설명회를 가기만 한다면, 

정말정말 먹고 싶었지만 차마 내 돈주고 사먹기는 아까웠던, 무려 크*스피크림 도넛을 마구마구 퍼준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무제한이라는 사실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 기업설명회만은 날짜와 시간까지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전전긍긍 기다리면서, 간혹 가다 지나가는 아는 애를 만나면 큰 선심쓰듯 정보를 나눠줬다. 

선물도 화끈하게 주고 홍보도 어마어마하게 해서 그랬는지, 설명회 장소에 가보니 우리 학교 전교생이 모두 모여있었다. 똑같이 도넛을 우물거리면서 똑같은 것들끼리 서로 한심하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L그룹 인사팀도 엄청나게 많이 온 것 같았는데 누군가를 맞이하듯이 아주 긴장된 자세로 양쪽에 쫙 도열해있었다. 인사담당 임원이 같이 왔다고 했다. 


※ 그 때 그 인사팀 기분이 어땠을런지 지금은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


영롱하누나




솔직히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나 인사직무는 TO가 별로 없었다.

처음에는 나름 회사를 골라들어갔는데, 나중에는 그냥 순서대로 차례차례 들어가서 물어봤다.

"혹시 이번에 인사팀 신입 뽑나요?"

"아니요... 이번에는 TO가 없네요...^^" 

똑같은 질문과 답변들이 오갔기 때문이었다. 점점 기분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바늘구멍같은 인문계TO인데, 
인사TO는 그 바늘의 세포구멍같았다.


그 때부터 사실 아차 싶었지..


가까스로 몇개 회사로부터 인사직무에 대해 물어볼 기회가 있었을 뿐, 별 소득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잊어버릴 것 같아서 글로 적어놓으려고 대화를 곱씹어보는데, 정말 많은 것을 물어본 것 같은데도 막상 쓰려니 별로 쓸 것도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생각해보니...



1. 줄서서 기다리며 팜플렛을 읽다가, (인문계TO, 인사TO 빠르게 스캔)

2. 세상 어색한 인사를 한 뒤, 준비했던 질문을 했다.


- "각 전형별로 합격배수가 어떻게 되나요?"

- "제 학점(어학)이 이 정도인데, 괜찮을까요?"

- "이번에 총 몇 명 뽑나요? 한 자리수인지 두 자리수인지만 알려주세요ㅠㅠ"

- "그.....가능하실지 모르겠는데 혹시 인사 몇 명 뽑나요? 한 명 뽑죠?ㅠㅠ"


마지막에는 매 인사담당자들마다 약속이나 한듯 물어봤다.

"더 궁금하신 게 있나요?"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대답했다.

"아... 아니요... 감사합니다."

분명 더 물어볼 게 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생각이 안났다.



그렇게 한심한 채용박람회 기간을 보내면서, 달력에 지원기간만 빼곡히 써두었다.





그리고 드디어 서류지원기간이 시작되었다.

레알....?


왜 기업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한 기간에 이렇게 지원을 받는건지.

하나쓰기도 버거운 상황에 여러 기업들을 쓰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렇다고 안쓰기에는 TO 하나가 아쉬울 판에 포기할 수도 없었다.

누가 복사붙여넣기하면 무조건 불합격이라고 했는데, 지금 이 상황에 복붙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캠퍼스 리쿠르팅도 찾아가야했다. 가뜩이나 아는 현직자 선배도 없었던지라, 기업에서 찾아와주는 기회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했다.


열심히 취업커뮤니티도 뒤졌다. 

내가 알고 있는 공고말고, 혹시 '인사'직무를 채용하는 다른 공고가 있을까봐 매일매일 체크했다. 

그저 채용공고에 '인사'라는 것만 보이면 무조건 작성리스트에 넣었다.





페이스북으로 소통하실래요? (@moonsong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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