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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 Feb 08. 2018

나 이제까지 뭐했지?

돌아보니, 정말 한 것이라고는 나이먹는 일뿐이었다.

제일 우선적으로 할 일은 대외활동/경험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학교, 학점, 어학..

이제는 고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벌써 4학년 2학기였고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쏟아질 날이 얼마 안남았었다.


일단 영혼까지 끌어모아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경험들을 쭉 써내려갔다. 리스트를 만들고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영혼까지 탈탈탈 끌어보아보자!


정말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내봐도 이만큼밖에 한 게 없었다. 갑자기 허망해져서, 아니 난 이제까지 도대체 뭘 했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졌다. 이렇게 봐서는 처음 직무였던 마케팅을 지원하더라도 당최가 끌어다 쓸 소스가 없었다.


이제와 후회하면 무얼하나...  한숨을 뒤로 하고 '억지로억지로' 직무와의 매칭 작업을 시작했다.



1. 직무'역량'을 정리했다. (by 인턴동기들, 인터넷 취업커뮤니티, 채용공고 등)

인사직무에 대한 모든 정보들을 주워모았다.

그 다음으로는, 직무수행을 위한 '역량'들이 무엇이 있는가에 집중했다. 어차피 나는 경험이나 자격 등 객관적인 수치는 남들 대비 현저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지만이 우수한 직무수행을 할 수 있는지, 또는 어떤 성격이어야하는지 등의 '정성적인 부분'에 몰입했다. 특히 인턴동기들의 조언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지금은 NCS직무기술서나 국가직무능력표준 등 체계화된 직무설명이 있어서 이런 역량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2. 경험테이블에 (우겨)넣었다.

직무역량들을 경험테이블에 '억지로억지로' 매칭을 시켰다. 매칭률이 높은 것들도 있었지만,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경험들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다는데 왜 뭐 왜.

"난 미처 몰랐지만, 이 역량들도 있었기 때문에 이 경험들을 잘 할 수 있었던거야!" 세뇌작업을 계속 했다.

쳇...
그렇게 만들어진 <경험역량테이블>


뭔가 (우겨서) 이렇게 만들고나니 위로가 좀 되었다. "경험, 전문성은 좀 부족할지 몰라도, 충분히 나는 인사직무를 할 수 있는 역량많은 인재야!" 라고 또 세뇌를 시작했다.


그렇게 난 마지막 학기, 4학년 2학기를 맞이했다.






별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아이들의 눈에 불꽃이 튀는 것 같고, 서로를 견제하는 것 같고, 막 쟤가 나보다 더 빨리 취업이 될 것만 같고... 이런 이상한 불안감과 분위기가 맴돌았다.

분명히 학회방에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희안하게 4학년 2학기 아이들은 홀연 자취를 감추었다. 괜히 나도 갔다가 '쟤는 취업준비생인데 한가한가봐...' 수군거릴까봐 소심해져서 일부러라도 가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학교에서 '채용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내 친구는 벌써 방문할 회사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 A회사, B회사, C회사... 아, D회사도 가야겠다. 가서 이거이거 물어볼건데 어때?"

아무래도 좋았다.

아직 기업분석이며, 어느 회사를 가야할지 정하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내가 어느 회사를 가고 싶으냐'보다, '어떤 회사가 나를 뽑아줄지'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인사팀 신입사원을 뽑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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