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 작가 Nov 17. 2021

너만큼 하는 사람 세상에 널리고 깔렸어.

그래서 어쩌라고?


웬만한 건 상처 받지 않는 내가 지금까지 회상만 하면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잔소리가 있다.


"넌 네가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

"너만큼 하는 사람 세상에 널리고 깔렸어."


노래하는 내게 가수 해도 되겠다고 칭찬하며 손뼉 치던 어른들은 '업'으로 노래를 하겠다 선언하자마자 다른 사람처럼 돌변했다.


마치, 내가 언제 너한테 그런 망언을 했어?라고 되묻는 것처럼.


예민한 사춘기 시절.

가수나 배우들이 어릴 때 한 번씩 겪었다던 가족들과의 충돌을 나도 겪었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하겠다는 아니었고, 단지 대학 전공을 '보컬'로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부모님과 친척들까지 들고일어났으니 말이다.


당시 나는 그들의 반응에 오히려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잘한다고 언제고 눈에 불을 켜반대를 하네.


난 꽤 이기적인 인간이고,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선 고집이 강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날 막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칼을 입에 문 그들의 잔소리는 꿈 많은 사춘기 소녀에게 고스란히 상처로 남았다.


지금도, 그때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보다 노래 잘하는 사람은 널리고 깔렸다는 걸.


뭐, 그럼. 그렇다고 하면 안 되는 걸까? 그렇게 계산하면 난, 대체 있는 걸까?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아니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는 당장 여행을 떠나봐도 느낀다. (코로나 가만 안 둬) 


아, 세상에 이리 많은 사람이 있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거늘, 한낱 보잘것없는 내가 뭘 그리 고민하고 피곤하게 산단 말인가! 유레카!


그런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와 일상에 복귀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마음은 어렴풋해지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리고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나보다 훌륭하고 대단하고 멋진 인간들 투성이다.


하지만 나는 나다.

그들과 나는 다르다.


당장 성공의 기준부터 다르듯, 누구도 나를 평가할 순 없다.


니들이 뭔데 날 판단해



사랑과 관심이 담긴 어른의 충고라던 당시 그들의 나이 즈음이 되고 나니 더 뼈저리게 느낀다. 내게 얼마나 잘 못 했는지. 배려 없는 서툰 표현이 날 얼마나 자괴감에 빠지게 했으며 쪼그라들게 했는지. 이제 시작인 학생의 발목을 잡고 뛰지도 못하게 만들었는지 말이다.


때문에 난 좋아하는 게 있지만 망설여지거나, 겁이 나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는 이들에게 금지 문장을 선언한다.



"세상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설사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세상엔 여전히 나보다 잘하는 사람 투성이다.


하지만 내가 뭔가를 한다면, 적어도 내 인생만큼은 달라지지 않겠는가?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게 아니라면, 내 인생 하나쯤은 작은 변화를 줘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겁먹지도 말고 일단 한 걸음부터 떼 보자. 생각보다 우리의 첫걸음에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더불어 당신이 이뤄낼 결과가 실패라 하더라도 괜찮다.


그것조차 경험으로 남아 당신의 것이 될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넌, 좋아하는 게 있어서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