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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 작가 Nov 29. 2021

나야, 맘에 들지 않는 나를 좀 참아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난 왜 저렇게 못할까.


어쩌면 살아가면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화해하는 건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 같다가도 때로는 세상 이기적인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나름 능력 있는 사람인 줄 알았건만 어쩜 바보 멍청이 같을 때도 많으니까.


보컬 레슨과, 글쓰기 스터디, 웹소설 강의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처음 기대했던 자신과 다른 모습에 쉬이 실망하곤 한다.


"선생님, 전 왜 이렇게 못 할까요?"



선생님에게 늘 배우는 입장이기만 했던 시절. 스스로 자주 던지던 질문이었다. 


난 왜 저 가수처럼 소리를 못 낼까?


하지만 정작 지금의 나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당연하게 던진다. 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는 듯, 뻔뻔하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 시기에 못하는 자신을 좀 봐주세요. 그래야 나중에 더 잘할 수 있게 되니까요."


남들에겐 넓은 이해와 조언을 말하지만 정작 자신에겐 적용하기 힘들다. 


생각보다 '못하는 나'를 봐주기란 꽤 힘든 일이니까.


대부분 못하는 구간을 빠르게 지나 '잘하는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견뎌야 하는 나'는 빨리 스킵하고 싶다. 그런 건 너무 지루하고 따분하며 괴로우니까.


하지만 쉽게 얻어지는 '잘하는 나'는 세상에 없다. 안타깝게도 그 과정 속에서 나는 나를 많이 봐주고, 달래 보다가, 채찍질도 하고, 경고도 해야 한다.


'하기 싫어하는 나'를 이끌고 책상에 앉혀야 하고, '놀고 싶어 하는 나'에게 소리도 질러야 한다. 그래야 본능에 충실한 나는 겨우겨우 이성의 끈을 붙잡고 지루한 과정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말을 들으면 다행이지 대부분 '나'와 합의한다.


웹소설 작가로 출간을 하고, 독자들의 반응을 읽으며,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확인할 때 웃을 때도, 실망할 때도 많다. 내 글이지만 난 왜 이렇게 밖에 못 쓰는지, 왜 저 작가처럼 되지 못하는지 비교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같은 단어를 읊조린다.

삶은 마라톤이라고.

어차피 계속 걸어야 하니 너무 재촉하지 말라고.


그렇다.


나는 '잘하고 싶은 나'로 향해 일정한 페이스를 가지고 계속 달려야 하는 사람이다. 다급한 마음에 페이스를 놓치고 마구 달리는 것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드러누워 포기하지도 말아야 한다. 덤덤하게 자리에 앉아 다시 계획한 글을 쓰고, 다음 챕터를 향해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누군가와 비교한들, 이미 나온 결과에 실망한들, 앞으로 가는 길에 도움 되지 않는다면 과감히 고개를 돌려야 한다. 그래야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게 되니까.


어떤 분야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자신과 싸워 온 사람들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나는 나와 그리 맹렬하게 싸우지도, 다투지도 않았더랬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해준 말을 내게도 해주어야 한다.


지금 못 하는 나를 좀 참아주라고. 그리고 좀 더 치열하게 이 과정을 견뎌야 한다고.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은 한참 많이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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