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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 작가 Dec 03. 2021

노을을 보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다 : 1편.

프리랜서, 1인 기업가가 된 이유.


난, 나 자신을 지키고 싶어.


노래를 무슨 '업'으로 삼느냐는 가족, 친척들과의 전쟁 같은 싸움에서 이겨내,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관련 없는 회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부분 전공과 상관없는 직업을 선택한다고는 하지만, 특히 '보컬'을 전공한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사실 그것과 상관없이 관련 없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힘들게 들어간 학교에서 마음 벅차게 열심히 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내리는 '벌'이었다.


당시 나는, 온 마음을 바쳐 열심히 하지 않은 내게 실망하고 있었고 생활은 해야 했기에 약 1년 간 절대 노래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정말 노래를 좋아하긴 하는 걸까? 


답을 찾고 싶었다.


때문에 학창 시절, 절대 되지 않겠다 마음먹었던 치열한 직장인이 된 나는 평범해 보였던 으른 직장인들에게 곧 존경의 눈빛을 보내게 되었다.


어릴 적 드라마에서 본, 한 평생직장에 몸 바쳐 일한 우리네 아버님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신 걸까? 그게 가능하긴 한 걸까? 나란 인간은 왜 이리 나약하고 고약한 걸까.


여하튼 좀처럼 참을성이 없고,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 성격 탓에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내가 회사에 계속 머물 수 없는 몇 가지 이유를 정리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해지는 노을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9시까지 출근해 6시에 퇴근, 사계절이 흐르는 동안 지는 노을을 볼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그게 너무 서러웠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오늘 하늘이 얼마나 높았는지도 모르고, 예쁜 꽃이 피고 지며, 낙엽의 색이 바뀌는 것도 못 보며 사는 걸까?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_p. 86 



회사에 맡겨진 채 '나'를 지킨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털리는 체력은 마음의 여유를 빼앗아 갔으며, 근무 환경은 창의성을,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는 영혼을 빼앗아 갔다. 


나는 내 안에 '감성'이 죽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원하는 일도 아니고, 삶의 목적도 아닌 일을 의미 없이 반복하며 말라죽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프리랜서가 되기로. 반드시, 회사를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원하는 것들을 해내기로.




하지만 당장 회사를 때려치울 순 없었다. 난 으른이었고, 경제활동을 해야 했다. 매달 카드값을 감당해야 했고, 집에 생활비도 드려야 했으며 숨만 쉬어도 빼앗아가는 지출을 방어해야 했다.


고민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둘 있는 방법을.


 우선 시간을 확보하자고 결론을 냈다.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월급을 조금 덜 받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확보해 글을 쓰는 편이 더 값지다고 생각했다. 


회사는 그만 두지만, 일은 해야 하고, 월급은 적더라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일.


바로 '영어'를 떠올렸다.


몇 년째 영어를 꾸준히 배우고 있었고, 공부하고 있었기에 초등학생 정도는 가르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지만,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상관없었다. 일단 시간의 확보가 곧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봤다.


이후 바로 실행에 옮긴 나는 1시에서 7시까지 일하는 영어 학원으로 이직해 아이들과 함께 영어를 공부하며 퇴근 전과 후엔 더 열심히 글을 썼다. 출근이 늦기 때문에 오전엔 주로 수정을 하고, 오후엔 집필을 하는 루틴을 짰고, 한참 모자란 월급은 주말에 보컬 레슨으로 채워나갔다.


주 7일을 매일 일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덕분에 많은 시간과 체력을 확보하게 됐고, 글과 노래를 하는 삶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럼 하루도 못 쉬고 일하는 거야?"


모든 걸 만족하며 완벽하게 시작할 순 없다. 어떤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동은 달라져야 한다.


일상의 편안함과 휴식, 흔들리지 않는 수입과 안정적인 직장이 우선이라면 내 길은 틀렸다. 하지만 난, 무엇보다 열정을 쏟을 '일'이 내가 원하는 길이길 바랐다.


매일 다르게 색을 뿜어내는 노을을 보고, 변하는 계절을 느끼며, 주어진 시간을 내 계획대로 쓰고 싶었다. 출근하는 삶이 즐거웠으면 했고, 일요일 밤이 지옥 같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늘 글을 쓰고, 노래하는 삶을 살고 싶었으니까.


얼마 전, 현재 운영 중인 <달빛살롱> 블로그에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본인이 꿈꾸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 몰랐다고. 


난 그 글에 바로 답글을 달았다.


내 삶이 절대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면 느리더라도 꾸준히 계속 걸어가라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근처 어딘가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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