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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 작가 Oct 29. 2021

난 네게 반했어.

예쁘게 말하는 사람이 이상형이에요 (수줍

당신은 누군가에게 반해본 적 있나요?


웹소설 로맨스 작가이기도 한 나는, 사실 사랑을 믿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좀 사기꾼 같은가? 본인도 믿지 않는 사랑을 글로 써낸다는 것이.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믿지 않는 사랑을 그럼에도 믿고 싶어서, 로맨스를 쓴다고.


사랑에 냉소적인 편이라 당연히 누군가에게 반한다는 것 또한 믿지 않는다. 대체 뭘 보고 어떻게 반한다는 건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지만, 내가 만든 세계관 속 주인공들은 가끔 서로에게 반한다. 뭐, 아무튼... 반한다. 


그런 내가 누군가에게 혹, 하고 빠지는 순간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그들이 뱉는 '말' 때문이었다. 혹시 이미 예상했는가? 당연히 '다정하고도 따쑤운 말' 때문이었다.


최근 내게 가장 큰 울림을 준 말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였다. 이런 말을 텍스트나 드라마에서나 접했지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


당신은 어떤 인간이기에 저런 말을 처음 듣나요?라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이유를 붙이자면, 포인트는 '고마워.'가 아니라 '그렇게 말해줘서.'에 있다.


고맙다는 말은 나도 자주 듣고,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말해줘서.'라는 부분이 다소 충격이었다. 오버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 보자.


'그렇게 말해줘서'의 속에는 그 말을 한 '나'가 포함되어 있다. 고마움을 전하는 의도와 더불어 내가 뱉은 표현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인데 즉, 그 말을 한 내가 꽤 괜찮은 사람...?(기대의 눈동자)라는 생각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그렇다. 그들은 고수다. 나 같은 초짜들은 '고마워!' '진짜 고마워!' 정도의 표현밖에 못하는 것이고. 


저 고수는 비슷한 표현을 상당히 잘하는 친구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아졌어!'와 다소 만화 같은 표현력을 구사해 말하는 이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이다.


생각해봤다. 나는 누군가에게 저런 표현을 진심으로 자연스레 건넨 적이 있던가.

나를 생각해줘서, 그렇게 말해줘서, 당신으로 인해 잠시 가라앉았던 내 기분이 좋아졌다고, 당신 덕분이라고. 단연코 말하는데 단 한 번도 해본 일이 없다.


하지만 그리 말해주는 이들을 보며,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상대도 나로 하여금 느꼈으면 좋겠다 여겼다. 좋은 것은 권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좋아졌다. 다정함은 쉬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많은 배려와 존중을 포함하고 있는 것임을 알기에 그런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때문에 오늘도 나는 수줍게 읊조려본다. 

이런 내 글을 읽어주어, 고맙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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