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약속이 있어 기다리고 있던 전철에 막 올랐다.
전철 안에 앉을자리는 없었지만 사람은 한가했다. 안으로 들어와 손잡이를 잡고,
앞을 내려다보니 우연찮게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젊은 숙녀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보느라 자연 고개를 숙인 그 숙녀분은 약간 갈색 톤의 머릿결이었고
아주 단정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전철 안에서 사람들이 거의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을 두고, 저렇게 열심히 읽고
있는 저 책은 무슨 책일까? 저 책의 제목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예의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언감생심, 내가 만일 책을 낸다면, 한 권의 책을 내더라도
저와 같이 전철에서도 읽어주는 그런 책이었으면 하는 꿈도 야문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책을 읽고 있던 그 숙녀분이 혹여 내 구두를 내려다보았을까?
어쨌거나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곧이어 읽고 있던 책을 접고 아주 밝은 표정으로,
“여기 자리에 앉으시지요!”
'아니 벌써!'
나는 깜짝 놀라 바로 손사래를 하며, 더구나 전철에서 책을 읽고 있던 그분의
독서를 방해하면서까지 자리를 양보받고 싶지 않았다.
“아니오. 곧 내립니다.”
그러고 잠시 후, 그 숙녀분이 먼저 말을 건네었기도 하여,
“실례하지만 지금 읽고 계신 책, 그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하고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아무 거리낌 없이 책을 접어 그 표지를 나에게
친절하게 보여주었다.
책의 표지는 밝은 노란색(?) 하드 바탕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정작, 그 책 제목을 분명히
보았는데도 바로 메모하지 않은 까닭에 그만 '깜빡' 잊고 말았다. 집에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책 이름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 ∼ 眞實>이었던가?
다만 위와 같이 아마도 대비되는 두 한자 단어로 기억한다.
그 책의 제목을 알 수 있다면 나도 꼭 그 책을 구입하여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