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부 재심(再審)의 긴 여정
7. 재심(再審)의 긴 여정
그가 출소한 지 30년이 지났다.
최근, 2018년 4월 10일에 서울 지방법원에 박은성 씨의 그 억울함을 호소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이때도 ‘이유 없음’으로 기각되었다. 2019년 1월 9일에 이르러 ‘재심’을 위한 해당 증빙 서류를 다시 갖추도록 일정을 정해주었다.
‘2019년 2월 15일’까지 추가 증거를 제출해야 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추가 제출된 증거에 따라 재판부는 원심 재판의 문제점을 살펴 재심개시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수집된 증거 자료>
1) 고문을 받아 범죄사실이 조작됐다는 피해자의 주장
2) 훈련소 동기 문 모씨의 보안사 감금 증언
3) 군 구치소 수감 중 자신의 고문 후유증을 목격하고 증언한 수감 동료
4) 국가인권위에 기재된 고문 실태 내용
5) 최초 박은성 씨를 검거했다는 최 모 씨의 검거 사실 부인 등이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다.
남은 것은 당시 박은성 씨를 조사했던 보안대 수사관들의 양심고백일 것이다. 그러나 전직 수사관들의 양심고백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제 나머지 결정은 재심재판부의 몫이다. 국가의 정보에 대한 제한적 접근권을 가지고 시민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성의를 보였으니, 이제 법원은 이 수집된 증거로 정의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에서 멀어진 사법부의 정의를 다시 세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까 한다.
2월의 서부지원 재판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재판부의 재심 신청에 대한 항고결정인용(재심개시결정)을 다시 살펴본다. 항고심 결정문에 따르면, 박은성 씨를 구금한 장소는 구치소나 영창이 아닌 내무반이었다. 강제수사의 하나인 구금이란 원칙적으로 피의자를 구치소, 유치장 등 미결 수용실에 구금하는 강제처분을 의미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고서는 내무반 같은 곳에 감금한 행위는 적법한 구금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박 은성 씨를 제삼자인 훈련소 동기와 함께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잠을 자도록 하고, 화장실에도 그 상태로 다녀오도록 하였던 점도 지적했다. 수갑과 같은 계구(戒具)는 수형자가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의 우려가 있을 때에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군행형법 제12조 제1항)하고 있다. 결국 재판부는 박 은성 씨에 대한 구 행위와 수갑 채우기 등의 행위는 불법감금이나 가혹행위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보안대의 불법 수사로 인해 수집된 증거는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수집된 증거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심 재판에서 검찰은 범죄사실의 진위에 앞서 범죄사실의 토대가 된 증거가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검찰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보안대 수사관 등의 증언을 통해 이러한 불법 구금, 가혹행위가 왜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위법한 수사 과정에 피해를 본 피고인이나 참고인의 증언만을 들으려 하고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재심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가해와 피해의 의심을 받는 피고인과 참고인의 공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재심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법원이 인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이번 재심 재판을 통해 보여주길 기대한다.
위와 같은 새로운 증인의 증언으로 2019년 5월 26일 2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심이 받아들여졌고, 2020년 1월 10일 대법원으로부터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받게 되었다. 이로써 50여 년 만에 비로소 재심(再審)이 확정되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