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의 힘

사랑의 힘

<제 3 부 > 맹자님, 인간이 善합니까?

by 청목

8. 군사 재판에 회부!



이번에는 박병장, 그를 데리고 춘천 시내에 있는 봉의산 꼭대기에 올라갔다. 그곳에서 수사관들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비행기 활주로가 보였다. 한 수사관이 그에게,

“여기가 무슨 비행장인지 아느냐?”

“모릅니다.”

“이곳이 바로 춘천 미군비행장이다.”

그리고 그 비행장에서 보이는 비행기의 종류도 하나하나 모두 알려주었다.
그렇게 비행장을 보여주고 보안대 조사실에 들어와서 ‘박병장, 그가 비행장 기밀을 북한에 알려주려 했다’는 내용으로 조서를 꾸미는 것이었다.


곧이어 그의 포병 부대, 포대장이 들어왔다. 그는 자신에게 낯익은 부대 포대장의 얼굴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다. 포대장은 그를 보고 정말 안 되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성실하게 군 생활도 잘해왔고, 얼마 안 있으면 하사 진급도 할 건데, 왜 이렇게 됐나? 협조 잘해서 빨리 석방되어 나오길 바란다.”며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진정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도 포대장, 자신이 박 병장에게 어떤 결정이나 도움은 줄 수 없다는 듯, 그저 몹시 안 되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이번에는 바로 그 선임하사, '이모선임'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때의 순간을 그는 평생 잊지 못한다. 박병장이 그와 같이 폭력과 고문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이선임은 위에서 빤히 내려다보았다.

박병장, 그를 처음 이와 같이 만든 장본인이 바로 누구인가? ‘이모선임’, 그는 자기 자신 때문에 결국 박병장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그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이모선임, 그는 박병장이 이렇게 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안 되었다거나 미안해하는 그런 인간적인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자기가 바라던 대로 아주 잘 되었다는 듯이, 비정한 웃음과 고소해하는 눈길로 그를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박병장 그는, ‘아!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한 사람의 인간이 저럴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아! 맹자님, 인간이 과연 선(善)합니까?

박병장에게 있어 '이모선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괴롭혀 왔고, 그는 인간에 대한 절망감으로 가슴 깊이 아프게 새겨졌다. 이때의 아픔과 그 상처는 언제까지고 씻어 내거나 지워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뜻대로 서류가 다 작성되었던지 군사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그를 호송하여 서울로 데리고 나갔다. 일단 <사실 심리> 등, 재판에 앞서 사전심사과정이 있었다. 그곳은 덕수궁 쪽 방면의 붉은 벽돌건물이었다. 그곳 빈방에서 한참을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벽 너머 옆방에서 아마도 박병장에 대한 군 사법 처리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방음이 안 되는 벽 너머 옆방으로부터 그들이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박은성과 관련해서 들어보니 별 것도 아닌데 대충 처리하자.”

“그거야 죽이든 살리든 춘천보안대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날 그곳에서 밥도 주지 않은 채,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차를 타고 춘천보안대로 돌아왔다. 서울 덕수궁 근교, 그곳이 바로 ‘군 검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체포된 지 5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비로소 2군단 헌병대로 이송되었다.

그가 아마 군사 재판을 앞두고 헌병대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고 있을 때였다. 군 검사가 그를 갑자기 호출하여 나갔다.

그는 이미 춘천보안대에서 조사, 작성된 조서를 들고 박병장에게 확인하며 질문을 하였다.

“여기 작성된 조서의 내용이 모두 네가 인정해서 작성된 것이 맞지?”하고 물었다.

“그 조서는 보안대에서 꾸며진 것이며 다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그가 대답했다. 그러자 김 모 군검사는,

“네가 안 한 얘기가 여기 조서로 쓰였다고? 여기 이렇게 찍혀 있는 ‘지문’이 네 지문이 아니란 말이냐?”하고 말하며 군 검사는 불같이 화를 내며 각목 같은 걸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는 ‘아! 여기서도 아무 소용이 없구나! 모든 게 틀렸구나!’하고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단념하듯 생각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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