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의 힘

사랑의 힘

<제 3 부> 맹자님, 인간이 善합니까?

by 청목

4. 어둠 속에서 만난 ‘최 모 일병’


이곳은 전혀 낯선 곳이었고, 지금 몇 시나 되었는지 사방은 아직도 캄캄했다.

거기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당연히 밤하늘의 별도 볼 수 없었다. 그는 어느 쪽이 북쪽이고, 어느 쪽이 남쪽인지 알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추적추적 비를 맞으며 걸어 내려왔다. 개울을 지나자 세 갈래 길이 나왔다. 박병장은 이곳이 전혀 낯선 길이어서 결국 자기 부대로 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남쪽이라 여겨지는 아래쪽 길을 따라 또 걷고 걸었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 보니 앞에 조그마한 슬래브 지붕의 건물이 보였다. 군 초소 같은 작은 건물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아무도 없는 빈 건물이었다.

겨우 어느 부대인지 알 수 없는 한 초소를 발견했다. 그 안에 사람인 듯 뭔가 웅크리고 있는 듯했다. 앞에 나무로 된 출입문이 있어 그는 문을 두드렸다. 안에 있던 초병은 잠들어 있었던 듯, 인기척을 듣고 깜짝 놀라 총을 겨누고 일어서며,

“누구요?” 서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사방거리에 있는 백포대대 박은성 병장’이오. 밤이라 부대로 가는 길을 잃어 찾아왔소.”하고 정확히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혔다.

초병은 상대방이 ‘자기 이름을 대고 자기네 부대를 찾는다.’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된 듯 일단 총을 내렸다.

그리고 자기는 아직 신병이라 이곳 지리를 잘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선임들이 있는 자기네 내무반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그는 총을 어깨에 메고 따라오라고 했다.

그가 바로 박 병장과 당시, 처음 만나게 된 초병 ‘최모 일병’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내무반 건물이 있었다. 최모 일병이 내무반 출입문을 두드렸다. 문 소리를 듣고 깊이 잠들어 있던 그들은 깜짝 놀란 듯, 안에서 갑자기 우당퉁탕하는 소리가 났다.

“누구냐?”

하고 누군가 안에서 물었다. 내무반에서 한참 곤하게 자고 있다가 갑자기 문소리에 모두들 깜짝 놀라 일어난 것이다.

“저는 근무자 최모 일병입니다.”하고 초병이 자신의 이름을 밝혔고, 안에서 불을 켜지며,

“무슨 일이냐?” 누군가 물었다.

“길을 묻는 군인이 있어 데리고 왔습니다.”

“총을 내려놓고 손들고 앉으라.”하고 우선 박 병장의 총을 받아 한쪽으로 놓은 다음, 그를 몸수색했다.

“어느 부대 소속이냐?”

“1군 백포대대 병장 박은성입니다.”

그리고 초병 최일병은 박 병장을 그렇게 안내해 주고, 다시 초소로 돌아갔다. 당시 박병장이 고개를 들어 벽에 있는 시계를 보니 벽시계가 03시 40분이었다.

내무반에서 자고 있던 내복 차림의 군인들이 그의 몸을 수색하고는 그를 내무반 한쪽 구석에 앉혀 놓았다.

“거기 가만히 앉아 있으라!”

군인들이 그렇게 말하고는 계속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당시 박병장이 2일 오전에 부대를 나와 4일 새벽녘이 될 때까지 부대로 복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 부대에서는 소속부대 장병이 무단이탈했다는 것에 대해 과연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더구나 그곳이 최전방으로 비무장지대가 바로 가까운 곳이었다. 그런 경우 거기에 따른 적절한 대처 매뉴얼이 있었을 것이다.

그곳이 철책선이 가까이 있어 그렇게 북(北)으로 도주가 염려되었다면 비상을 걸든, 그 밤에라도 수색을 나가야 할 것이나 밝은 낮에도 어떤 뚜렷한 수색 작전이 있었는지 당시 어떤 대처를 하였는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일단 박병장이 밝힌 해당 부대로 직접 전화를 걸어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먼저 밟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 박병장은 어떤 잘못도 없이 이모 선임으로부터 무참하게 구타를 당하고, 거기다 두렵고 떨리는 헌병대 영창에 가서 두들겨 맞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살을 선택했고, 부대를 나왔으니 탈영이지만 그가 처음부터 어디를 가겠다는 목적지, 더구나 ‘북으로의 도주’와 같은 생각은 처음부터 해본 일이 없었다.

만일 이때 소속부대에서 비상을 걸고 부대 장병들을 동원 수색을 하다 북으로 가는 철책 선에서 박병장이 체포되었다면 미루어 북으로의 도주자가 될 수도 있겠다.


박 병장, 그는 자기 발로 부대를 무단 이탈했다. 그러나 이제 박병장 스스로 자신의 부대로 귀대할 것을 마음먹고 발길을 돌려 부대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다만 새벽 3시, ‘걷는 길이 축축했다’고 하는 것은 당시 비가 내렸고, 밤하늘은 별빛조차 없는 캄캄한 밤길에 동서남북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자기 부대로 가는 ‘사방 사거리’ 길을 끝내 찾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이웃부대 00사단, 그곳 부대의 초병, 최일병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자기 부대를 찾아가기 위해 분명하게 자기 관등 성명을 밝혔고, 부대로 가는 길을 물었고, 내무반에 들어가서도 부대복귀 의사를 분명하게 내무반 모두의 선임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모두 박병장, 그가 바로 이웃의 포병 부대 장병이라는 말을 다 같이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들은 그 말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상대 부대로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한 다음,

‘당신네 부대 박은성 병장을 보호하고 있다’하고 신원을 일단 확인하고 ‘책임자가 직접 와서 인수인계를 해가라!’ 하는 절차는 왜 밟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러한 조치는 전혀 이루 지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쯤 후 전화 연락을 받은 ‘00사단 보안대’ 지프 한 대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보안대원 몇 명이서 박 병장에 대한 인적사항이며 당시의 상황을 묻고 일련의 조사가 끝나자 박병장의 팔을 뒤로 묵어 차에 태웠다. 처음 그는 자기가 부대를 무단이탈했으니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곧바로 00사단 보안대로 향했다. 약간 오르막길을 지나고 20분 정도 더 달려 도착한 곳이 바로 사단 보안대였다.

그를 차에 태우고 간 사람은 운전기사 1명과 수사관 3명이었다. 그들이 보안대라서 그런지 수사관 3명은 군복은 입었지만 모두 명찰이 없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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