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 부 > 사랑의 힘
6. 상견례(1)
“아버지, 언제 밖에서 한 번 만나 뵈요. 긴히 말씀드릴 일이 있어요.”
“그래, 무슨 일이 길래 이렇게 미리부터 분위기를 잡고 그러냐?”
민애 씨는 미리 생각하는 가운데 그래도 어머니보다 늘 자기편이 되어준 아버지께 먼저 의논을 드리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지금까지도 그녀가 어떤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아버지께 의논 말씀드렸다. 그렇게 아버지로부터 이해와 양해를 얻은 다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되었을 때, 그다음 어머니께 이야기를 꺼내면 대개의 경우 어려운 일도, 자기가 하고자 대로 거의 무리 없이 잘 이루어졌다.
더구나 이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은 어떤 일보다 아무 어려움 없도록 신중하게 잘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만큼은 아무래도 그저 순조롭게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우선 아버지께 가장 먼저 박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말씀드리고 의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 선생과의 그간에 있어왔던 이야기, 거기에 자신의 앞날, 배우자로서 그녀의 선택과 그러한 각오에 대해서 차근차근 말씀을 드렸다.
“그래, 좀 갑작스럽기는 하다만 네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다니 부모로서도 차분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구나. 박 선생이라는 사람을 직접 만나봐야겠지만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좋은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 보아라!”
“네, 우선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 집안은 어떠냐? 뭐? 양친 부모님께서 안 계시다고? 그럼 고아였다는 말이냐? 부모님이 좀 일찍 돌아가셨다고? 나이는 몇이고, 서로 연령 차이가 좀 있다고? 몇 살이나 차이 나는데?
뭐? 스무 살이나? 스무 살이면 웬만한 아버지뻘이 아니냐? 어디에 종사하는 뭐 하는 사람인데? ‘한의원?’ 그래 한방의원이라도 개업을 한 원장님이냐?
아니 뭐라고? 사상범으로 감옥엘 다녀왔다고? 물론 네 오빠도 학생 운동하다 지은 죄도 없이 콩밥을 먹기도 했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벌써 가만히 들어보니 이야기는 아니구나!” 하고는 지금까지 그렇게 막내에 대해서 유난히 관대하셨던 아버지로서도 그만 기가 막히는지 크게 한숨을 몰아쉬는 것이었다.
“그래, ‘너 좋으면 우리도 됐다.’ 그렇게 말했으면 좋겠다만 아버지가 그리 말하기는 어렵구나! 네가 철없는 아이도 아니고, 하지만 ‘기본’이라는 것이 있지. 부모로서 기대하고 바라는 바가 있을 것이고, 부모가 아닌 남이라고 해도 마음은 전혀 아닌데 ‘그래 좋다!’ 어떻게 그리 말하겠냐?
어찌 되었든 내 자식의 평생 반려자를 결정하는 일인데 쉽게 말할 수는 없다. 부모 입장에서 네가 지금까지 특별히 어긋나게 행동해 본 일도 없고 너의 생각, 너의 결정이라면 네 의견을 존중하였다만 이번 일은, ‘그래 너 좋으면 그리해라!’ 하고 말할 수가 없구나!”
“…….”
“그리고 언니와 동생, 어떤 순서가 꼭 정해진 것은 아니다만 그래도 아직 출가하지 않은 네 언니들이 둘이나 있고, 네가 이제 학교 졸업하고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게 결혼을 서두를 것이 무엇이냐?
나도 막내, 네 말이라면 나름 잘 들어주었다만, 네 인생이 걸린 이 일만은 그렇게 서두를 일은 아닌 것 같다. 내 자식이지만, 여자가 그만하면 나무랄 데가 없고, 아버지로서 나는 막내 네게 언짢은 일도, 이제껏 큰 소리 내본 일도 없는 것으로 안다. 어쨌거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래 좋다. 너 좋으면 됐다.’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버지 생각이다.”
아버지는 전혀 큰 소리도 내지 않으셨고 그렇다고 달리 얼굴을 붉히지도 않으셨다. 그냥 평소에 좋은 이야기 하듯이 오히려 더 차분하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실 따름이었다.
“더구나 아버지인 내가 들어도 이렇게 충격인데 어머니가 네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놀라겠냐? 그래도 아버지를 믿고, 있는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해주어서 고맙구나!”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잠시 묵묵히 계시던 아버지는,
“오늘 네 이야기는 잘 들었다만 네 어머니도 엄연히 계시고, 나와 너만의 이야기가 아니니 언제 날을 잡아,
직접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보자. 어찌 되었든 얼굴을 한번 보아야 하지 않겠냐?”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마워요. 아버지!"(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