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 부 > 사랑의 힘
5. 첫 프러포즈
드디어 어느 날, 그녀는 박 선생에게 ‘언제 조용히 만나 줄 수 있는지, 약속과 시간을 정해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가 잘 알고 있을 만한 조용한 장소와 그리고 일과가 없는 주말 시간으로 정했다. 그녀는 만나기로 한 ‘조용한 찻집’을 미리 정해놓고, 마음을 다지며 기쁨으로 그날을 기다렸다.
그녀는 박 선생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그런데 결국 무슨 말이든, 어떤 표현을 하든 그 말의 진정성이 문제일 뿐, 자신이 마음을 그대로 전할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몇 번이고 이렇게 말할까, 저렇게 말할까 혼자서 골몰했다. 또 생각한 말을 반복해서 여러 번 아주 또박또박하게 수도 없이 반복했다.
‘박 선생님, 저와 결혼해 주세요.’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갑자기 그 말은 아닌 것 같고, ‘박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그저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선생님을 너무 좋아합니다.’, ‘저의 배우자가 되어 주세요.’ 하고 싶은 말이 수도 없이 많았다.
드디어 만나자고 약속한 그날이 다가왔다. 그녀는 한껏 폼을 내고 약속한 만남의 장소, 조용한 찻집에 미리 나가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들어왔다. 처음 어떻게 인사를 나누었는지도 모르게 자리에 앉았다. 우선 각자 차를 주문했다. 정작 만나서는 너무나 긴장하고 나름 들떠서인지 무슨 말을 어떻게 말했는지 분명하지가 않았다.
“선생님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아마도 이렇게 직접 표현하지는 못했을 것 같고,
“선생님을 많이 존경합니다. 저의 평생 반려자, 배우자가 되어주세요.”
아마도 어쩌면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녀로서도 너무나 긴장되고 만나기 전에 아무리 또박또박 어떻게 말해야겠다고 수도 없이 반복하여 연습도 했지만 실제로 생각할 사이도 없이, 그러나 전혀 더듬거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어 전혀 뜻밖일 수밖에 없는 ‘사랑 고백’이라기보다 곧, 바로 결혼을 하기 위한 ‘프로포스’를 한 셈이었다.
그녀 역시 스스로 생각하기로도 평소 전혀 숫기라고는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던 그녀가 갑자기 어떻게 그렇게 당돌한 모습으로 그리고 아주 자신에 차서 씩씩하고 용감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그녀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합니다. 우리 서로의 인생을 함께해요.’
‘선생님을 많이 존경합니다. 저의 평생 반려자, 배우자가 되어주세요.’
실제로 그녀도 그렇게 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었겠는가, 그러니 바로 사랑한다는 그 ‘사랑의 힘’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며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나의 배우자’, 아니면 ‘인생의 반려자가 되어주세요’. ‘선생님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실제로 어떻게 고백했든 제삼자의 입장에서 그래도 그 가운데 가장 자연스럽게 여겨지는지 것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그 남자, 박 선생의 첫 반응은 어땠을까?
하여간 어떻게 말을 한다고 해도 그로서는 아무리 호박이 넝쿨째 들어오는 일이라고 해도 전혀 예상하고 있었던 바가 아니었다. 박 선생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우자이든 반려자이든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마도 20년이 넘게 수감 생활을 해왔던 그로서는 더구나 이성(異性)으로부터 그 ‘사랑’이라는 단어, 그 말조차 전혀 들어본 일이 없는 터라, 전혀 어떤 실감(?)으로 느껴져서 다가오는 말은 아니었다.
“우리의 앞날, 서로의 인생을 함께해요.”
당시 그녀 본인으로서도 너무나 과감한 결정이어서 정확히 어떻게 고백하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흥분되고 긴장되었다.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 되었으니 이미 스무 살은 훨씬 넘었을 것이고, 그래도 그녀로서는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보아도 그저 ‘사랑 고백’이 아닌, 곧바로 ‘프로포스’를 그와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어찌 되었거나 그럴 수 있는 그 용기가 참 대단했다.
그 말을 들은 박 선생은 그저 놀라고 당황했을 터, 처음 대답도 못하고 그저,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좀 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 봐요.”
겨우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당시 정말 놀란 것은 바로 ‘박 선생’, 그였고 너무 뜻밖이어서 선뜻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게도 용감해질 수 있다.
그녀의 사랑 고백에 대해 너무 뜻밖이라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던 박 선생으로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어떤 순간적인 격정이 일어나 충동적으로 한 일은 전혀 아니었고, 나름 얼마나 고민하고 또 고민해왔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녀가 그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는가.
누구보다 멀리 서든 가까이서든 온통 관심을 쏟아붓고 눈여겨보면 볼수록 그저 눈으로만이 아닌 차차 마음으로 다가가 그를 지켜보았다.
‘사랑한다는 것’, 인간에게 있어 이보다 더 큰 힘, 그러한 에너지 그보다 고귀한 인간의 힘을 다른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자기 가슴속, 자기 내부로부터 기쁨과 환희에 벅차올라 삶이 충만해져서 온갖 세상이 달라 보이게 되고, 이제 그 사랑만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갈망하게 된다. 어쩌면 더 바랄 것이 없고 언젠가 그를 사랑할 수 있다는 행복함으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을 때는 더욱더 기쁨으로 충만하고 활력이 용솟음치듯 솟아나고 인생의 기쁨, 인생의 환희와 활력소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 선생, 그는 언제나 그래왔듯 자신의 인생 상담자라고 할 수 있는 우보 형님에게 그러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조언을 부탁했다.
맨 처음, 우보 선생은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선생은 본인, 그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좀 더 신중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박 선생의 그 말을 듣고, 우선 뜻밖에 박 선생의 앞날에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보다 여겼다. 다만 그녀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박 선생이 이야기한 그대로 그저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사실 ‘현애 씨’에 대한 이야기를 박 선생으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 선생은 조심스럽게 우려의 뜻을 전했다. 서로가 너무나 다른 점이 많았기 때문에 선생으로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