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랑의 힘

사랑의 힘

< 제 2 부 > 사랑의 힘

by 청목

4. 봄, 봄이 왔다!


드디어 봄이 왔다. 추운 겨울 가고 따뜻한 봄이 온 것이다.

밤새 봄비가 내리고 아침 하늘이 맑게 개었다. 멀리 낮게 깔린 흰 구름이 길게 산자락을 감싸듯 걸쳐 넘어가고 있었다.

창밖은 호시절 4월의 봄, 온갖 봄꽃들이 한꺼번에 피어 사람의 마음을 들썩인다.

때는 막 피어오르는 봄이었고, 그날은 화사한 봄꽃들이 너나없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었다.

마침 봄이라는 계절은 어떤 일이라도 저지르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는 듯했다.

그와 같이 자연스럽게 어떤 설렘으로 시작되어 가슴속에서부터 용솟음치듯 사랑이 일어나는가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봄꽃이 만발한다 해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면, 바로 눈앞에 피어 있는 봄꽃이라 해도 자기 눈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때로는 아침저녁으로 똑같이 봄꽃을 마주쳐도 그렇게 피어있는 것조차도 모르고 숱하게 지나치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슴속에 있는 사람은 아무리 하찮은 꽃이라 해도 바로 눈앞으로까지 다가와 그처럼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다.

본인이 누군가를 가슴속에 사랑하고 있다는 것, 비로소 개나리가 왜 그렇게 노란지, 진달래가 왜 그렇게 고운 분홍빛으로 화사하게 피는지, 그 꽃들이 진정 가슴 안으로까지 들어와 마음 벅차게 한가득 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저 희고, 노랗고, 붉고, 밋밋하게 저 혼자 저만치 피어 있는 봄꽃일 뿐이다.

봄꽃이 그저 혼자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자기 마음 가운데 누군가를 간절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또는 자기만의 무엇과 함께할 때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추운 겨울 가고 따뜻해진 봄의 계절,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 보라. 그들이 얼마나 기쁨으로 환희에 차서 봄을 노래하는가.

특히 따뜻한 봄날,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소리가 어디 한둘 일 까만 그 가운데 너무나 사랑스럽게 딱 한 번만 들어도 잊히지 않고 들려오는 소리, 그것은 바로 종달새 소리다.

그 지저귐의 경쾌함, 본래 제 모습이 그저 손 안으로도 들어와 잡힐 만큼 작은 까닭에 푸르른 창공으로 아주 보이지도 않게 높이 올라가 푸르른 봄 하늘, 그런데도 어디까지고 멀리멀리 울려 퍼지게 하는 그 종달새 소리, 그저 그 경쾌한 소리만 들릴 뿐, 눈으로는 볼 수도 없이 높이 더 높게 푸르른 창공으로 올라가 아마도 거기 단둘이서 사랑을 나누는 것은 아닐까?


그저 따뜻한 봄이 온 것이 좋아 그렇게 울어댈 수도 있지만 그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봄을 맞아 제 어울리는 짝을 찾기 위해 그렇게 하늘 높이 보이지도 않게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높은 하늘, 창공에서 자기의 짝을 위해, 아니면 구애의 사랑의 노래를 그렇게 간절히 부르는 것이 아닐까? 그 소리의 외침은 느낌 그대로 바로 사랑을 찾아가는 기쁨이요, 환희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오직 그 순수한 사랑만으로 얼마나 행복하게 노래 부르는가 말이다.

그저 노래하는 새소리만 듣고도 설레는 그러한 봄, 때가 때인지라 그녀는 한창 젊음으로 말미암아 마음뿐만 아니라 그녀의 몸매 역시 그저 나무랄 데 없이 무르익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박 선생, 그는 소위 배우자로서 남자답고 씩씩하기보다 그저 자그마하고 오종종한 남자, 그를 그토록 절실한 사랑에 이르도록 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어찌 생각하면 어떤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리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차츰 발전하여 무조건 돕고 싶은 마음, 그것을 우리는 여기서 ‘연민(憐憫)’이라고 이야기해 두자. 바로 그 연민에도 그 밑바탕에는 바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서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은 오히려 ‘사랑보다 더 밀도 높은 것이 바로 연민’이라고 했다. 열 번 접어 그와 같이 안타까워하는 마음, 사랑의 밀도가 더 높다는 연민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일시적인 관심이나 어떤 인간적 호감을 넘어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내 인생을 전부 쏟아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것은 실로 대단한 용기다. 그러한 한계를 넘어 그렇게 할 수 있기까지 그것은 운명이거나,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바로 ‘인연(因緣)’이 아닐까.


이제는 오히려 남자 편에서 어떤 시도를 했다고 했을 때, 꼭 콧대가 높은 여자가 아니라도 그러한 일반적인 사회 인식 등을 감안하면, 웬만한 여성들은, ‘꼴에 주제 파악도 못하고……. 꼴 값을 해요!’하고 퇴짜를 놓아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당연히 박 선생, 그 스스로가 언감생심, 그러한 생각조차 했을 리 없는 터에 그녀 스스로 ‘사랑’한다고 하니 마치 하늘에서 마치 천사가 직접 찾아와 준 격이 아닌가!

오직 그것을 우리는 ‘사랑의 힘’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


아마도 그와 같은 계기가 되어준 것은 무엇보다 그녀가 한 겨울 봉사 활동 중에 발목을 다쳤고, 박 선생은 늘 평소 자기가 하던 대로 그저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었다는 것, 거기다 또 한 가지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외치듯이,

‘아, 그래, 맞아! 내가 이제껏 찾던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야!’하는 생각을 그녀가 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한순간의 결정이라기보다 자신도 많은 생각을 하고,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러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이라 여긴다.

박 선생의 그러한 평상시의 모습, 어쩌면 그 이면에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바로 ‘우보 형님의 가르침’, 형님의 모습을 은연중 닮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박 선생의 일거수일투족을 천천히 멀리 서나 가까이서 지켜보며, 마치 엄동설한 한겨울 벽난로에 장작을 차곡차곡 쌓아 놓듯 그녀의 마음, 가슴속에 사랑하는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쌓아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발화(發火)만 시켜주면 밑에서부터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되어 이제는 결국 본인조차 어쩔 수 없고, 억제할 수도 없게 된다. 그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이 그녀의 가슴속에 샘솟는 기쁨이 되어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고 만 것이다.


이제 그녀는 그러한 자신의 심정을 터뜨리지 않고서는 더 이상 스스로 버틸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것은 전혀 괴로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기쁨이었고 환희였다. 어쩌면 박 선생에 대한 그녀의 사랑으로 자신의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 어떠한 시련, 어떤 어려움이 닥쳐온다 해도 그 시련을 이겨내고 감당해 낼 내부로부터의 힘과 용기가 생긴 것이다. 정말 그러한 힘, 그녀의 가슴속 내부 어디에 그러한 힘이 있었는지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한 용기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슴속에서 기쁨과 환희가 용솟음쳐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떤 억지도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부터였다.


분명한 것은 그와 같이 자신의 내부로부터 일어난 ‘사랑의 발로’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해질 수 있겠는가? 사랑한다는 것, 그것보다 인간에게 있어 더 큰 힘, 그러한 에너지, 그보다 더 고귀한 인간의 힘을 다른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그녀가 살아 숨 쉬며 뛰고 있는 가슴속, 자기 내부로부터 기쁨과 환희가 차오르고 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자 하는 열망, 인생의 기쁨, 인생의 환희와 넘치는 활력을 갖게 될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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