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를 가다(3)

by 청목

흰 눈 내리는 날, 감나무 가지 위에 홍시 몇 개가 하얀 눈 속에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대지』의 작가 '펄벅' 여사가 추운 겨울 빨갛게 익은 감, 몇개가

나무 꼭대기에 그대로 있는 까닭을 물었다.

"아, 저 감은 '까치밥'이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날 까치 등, 새들이 눈 속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을 때,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들은 펄벅여사는,

"당신 네 사람들은 참 슬기롭고, 선한 마음을 갖고 있군요!" 하고 감탄했다고 한다.

또한,

어느 시골길을 가다가, 앞에 소를 앞세우고, 한 농부가 지게 위에 한 짐을 얹고 가는

모습을 보고 궁금하게 여겨,

"왜 저 농부는 소등 위에 짐을 얹지 않고 힘들게 자기가 지고 가는가요?"하고 물었다.

"아, 오늘 하루 종일 소가 들에서 일을 한 까닭에 집으로 돌아갈 때는 대신 짐을 지고

가는 것입니다."

하는 말을 듣고, 여사는 다시 한번 감탄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헤아렸다고

한다.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 진주시 <극단 현장> 에이라운드 갤러리에서 <어른 김장하 담다,

닮다> 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오전 일을 마치고 서둘러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고속버스로 진주에 내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4시간이 걸려 진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시회 행사가 끝난 오후 6시였다.


시간이 늦었지만 그래도 일단 <극단 현장> 갤러리 정 대표님에게 방금 진주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했다. 정대표 님은 깜짝 놀라며, 지금 행사 뒤풀이로 모 음식집에 모여 있으니

바로 그곳으로 오라는 연락을 해주었다.


곳에는 '김장하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작품을 출품한 작가님들로 한방 가득했다.

정대표는 늦게나마 찾아온 나를 소개했고, 간단히 인사를 한 다음 자리에 함께 했다.

그곳에 '김장하 선생은 행사 전, 잠시 들렸을 뿐 함께 계시지는 않았다.

원낙이 선생은 자기 이름 드러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까닭도 있을 것이고, 요즘은

건강도 예전 같지 않으신가 보았다.

자리에 앉아 서로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바로 선생으로부터 직접 장학금을 지원받아

공부했다고 하는 그리고 지금은 모대학의 생물학과 이모 교수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오늘 전시회 행사 진행과 출품한 작품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고 가며

이어졌다. 식사를 잘 마치고, 나는 다시 서울로 서둘러 올라가야 했기에 조용히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 정대표 님은 작품이 전시된 <극단 현장> 갤러리로 안내해 주었고,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자세하게 소개해 주었다.


생각나는 몇 가지 작품을 소개하면,

이담비 작가의 <씨앗 김장하> 부조 작품에서, '씨앗은 어둡고 추운 모진 환경을 견디고 견뎌

땅 위로 움을 틔운다. 김장하 어른은 곧 씨앗이다'라고,


박형필 작가의 <보일 듯 말 듯> 작품에서,

'잎이 모두 떨어진 뒤에야 비로소 나무의 참모습이 보이듯, 세상을 맑고 밝게 비추는 김장하

어른의 빛을 이 작품에 담았다.'라고 소개했다.


<큰 나무> 작품에서 장경희 화가는 '김장하 어른은 살아낼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는 큰 나무이다.'

'사부작사부작' 천천히 걷는 일은 삶의 도리가 오직 속도에 있지 않으니 주변을 두루 살펴 함께

가라는 뜻으로 세긴다. '주었다는 기억조차 없이' 나누는 실천이란 '나'를 벗어나 세상에 중심

두어 스스로 자유로워지라는 의미로 읽는다. 감히 그 뜻을 담아내고 닮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

잠시 어른 김장하의 말씀을 빌어 머리말 깃대로 삼는다. 유대수 작가 <어른 김장하 무주상보 시>


진정한 참 어른이 귀한 이 시대, 그는 돈이 쓰여야 할 데를 외면하지 않았다.

이번 <어른 김장하 담고, 닮다> 전시를 통해 펼쳐 보일 작품들은 곧 선생이 뿌린 씨앗 위에 흙을 덮고,

물을 주고, 빛을 비추는 작가들의 '모심과 섬김'의 실천입니다.

선생의 삶을 작품으로 길어 올리는 것은 단지 한 인물을 칭송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로 하여금,

'나는 무엇을 지키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세상에 묻는 것입니다. (아르떼숲 으뜸 일꾼 정요섭)

그렇게, <어른 김장하 담고, 닮다> 전시회를 돌아보고 늦은 밤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길,

어두운 차창밖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너는 '무엇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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