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

레드우드국립공원에서 만난 '어머니 나무'

by 청목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 가듯, 그곳 북섬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남섬으로 향했다.

남섬에는 멀리 만년설(?)의 산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계절은 이미 봄인데도 때로 밤에 눈발이 내리기도 했다. 북섬과 남섬은 지형적, 기후적으로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도착 첫날,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의 촬영 장소였다는 곳에 갔다. 그곳은 절경의 협곡과

밀림과 같은 숲 속의 경관이 함께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를 연출했다. 왜 이곳이 아바타 영화

촬영장소로 선정되었는지 실감이 났다.


다음은 멀리 만년설 산아래 실제 빙하가 떠있는 호수를 가게 되었다.

호수 위에는 멀리 빙하 덩어리가 여기저기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체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빙하의 빙벽이 멀리 내다 보였다. 이곳 역시 세계적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해마다 빙하의 빙벽이 녹아내려, 해를 달리 할수록 자꾸만 더 상류 쪽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관광, 코스로는 아주 넓고 긴 아름다운 호수가 있었고 그곳에는 멋진 증기 여객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실제 규모로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나 그 옛날, '타이타닉 호'와 같이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증기선으로 배의 한가운데 증기 터어빈이 자리 잡은 아름다운 여객선이었다.

그 증기선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울렸고, 거기다 여행의 낭만적인

모습을 아주 멋지게 연출했다.

더구나 호수 건너편에는 튤립인지 수선화인지 노랗거나 붉은 꽃들이 정원 가득히 아주 잘

가꾸어져 있었고, 거기다 붉은색 지붕에 하얀 벽으로 된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거기

멋진 왕자님과 아름다운 공주님이 살고 있을 것 같은 건물들이 꽃들과 어울려 줄지어 있었다.

건너편 아름다운 그곳에 직접 배가 정박하지는 않아 그저 건너다볼 수밖에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오히려 직접 가볼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인지 호수 건너편 모습이 정겹고

아주 아름답게 보였다. 우리가 승선한 증기선은 건너편의 전원의 모습을 배경으로 잔잔한 호수

위를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증기 여객선의 선실은 붉은색 가죽으로 꽤 고급스럽게 잘 꾸며져 있었고,

또한 선실 중앙에는 둥그렇게 멋진 바가 마련되어 맥주, 커피, 차를 주문하여 마실 수도 있었다.

우리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일행과 함께 맥주를 기울였다.

거기다 그 옛날 '타이타닉 증기선'과 그 규모로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나 충분히 그 모습을 연상

시켜 주었고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증기 터어빈 기관실을 그대로 내려다볼 수 있었다.

보통 선박의 디젤 엔진처럼 전혀 요란하지도 않았으며 규칙적으로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아래쪽에는 육체미가 있어 보이는 화부가 혼자서 양쪽에 있는 화구에 연신 번갈아 가며

넓적한 석탄 삽으로 갈탄을 계속해서 퍼 넣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근육을 은근히 자랑해 보이는 듯했다. 더구나 자신의 힘으로 이 큰 배가 앞으로

움직여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나름 자부심도 있는 듯했다.

그렇게 증기 여객선은 아주 힘차게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한 시간 넘게 운행하였다.


다음날은 좀 쌀쌀한 듯한 날씨였지만 봄을 맞은 우리나라에서처럼 봄꽃이 한창 만발하는 때여서

큰 추위는 없었다.

특히 나무가 울창한 남섬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 놀라운 한 장면을 만나게 되었다.

거의 아름들이 몇 배 이상 아주 큰 나무들이었고. 대체로 '레드우드'라는 나무가 많았다.

아마도 우리나라 '메타스퀘어' 나무와 사촌쯤 되는 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탐사하는 길에 한 장면을 만나게 되었다. '레드우드' 한 나무가 고목이 되어 온전히 뿌리를

드러내고 죽은 듯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그 쓰러진 둥치 중간중간에서 새로운 줄기가 하늘로 곧게 솟아올라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다섯 그루나 아주 곧게 온전히 뿌리를 내려 새로운 생명으로 잘 자라고 있었다.

나는 그 쓰러져 있는 나무를 바라보다 문득 '어머니'의 한 모습을 떠올렸다.

그 자리에서 쓰러진 그 나무를 '어머니 나무'라 이름 짓고 거기에 대해 몇 자 적어 보았다.


<어머니 나무>


오래된 나무가

이제 고목이 되었던지


아니면 어느 날 강풍에

뿌리째 쓰러졌다


그렇게

쓰러져서도 오래된 나무는

그대로 죽지 아니하고


쓰러진 자신에서

하늘로 새 가지를 뻗었다


가지는 죽음을 딛고

뿌리를 내려 온전히 자라났다


하늘로 뻗은

그 나무 형제가 모두 다섯이나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