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버지의 편지~!

아들에게 보내는

by 청목

아들아!

몇 문장이나 쓰다가 그만둘지 모르는 이 글을 너에 대한 아버지의 고백이라고 해도 좋다.

먼저 우리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그러나 굳이 아버지를 용서하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내 나이 만 7십이 되고 나서야 뒤늦게 철이 들고 깨닫고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면 실로

우스운 일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살아온 날보다는 살날이 더 짧은 지금의 소회랄까

후회랄까.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사는 게 요즘의 생활이라고 하면 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구나.

우리 아들 유년 시절 아버지가 퍽도 모질고 엄하게 대했던 일들이 못내 그렇듯 가슴을 아프게 할 수가

없구나. 매를 들지 않아도 될 일을 무시로 자행했으니 아버지가 너무도 큰 죄인이었음을 고백한다.

나이 드니 새벽잠이 없더구나. 잠 없는 새벽에 지난 일들을 돌이켜 반추할 때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단다.

내가 잘 살아온 것인가, 아니면 잘 못 살아온 것은 아닌가. 그때마다 우리 삼 남매가 자라온 과정을

생각하노라면 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뭐냐.

너희들에게 맘껏 해주지 못했던 것. 모자람 투성이었던 아버지의 무능함. 그중에서도 특히 큰애 너에

대한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려 견딜 수가 없단다. 어린 너를 쓰다듬고 어루만져 주는 것 대신,

이 아버지의 뜻과 생각에 맞추려 하지 않는다고 책망하고 윽박지르는 것으로 일관했으니 그때마다

네가 받아야만 했던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얘야,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 금할 수가 없구나!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에서 아주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었지.

참으로 암담하고 암울한 청년기에 초등학교 교사 양성소를 수료하고. 교사 발령을 받은 것은 지금

생각하면 실로 행운(?)이었다. 초임 발령이 OO초등학교였다.

때마침 너의 엄마를 만나 결혼하여 너희 삼 남매의 부모 노릇을 하게 되었단다. 아버지는 비록 교사가

되었지만 항상 헤어날 수 없는 열등의식에 젖어 생활을 해야만 했단다.

그래서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부터 꿈꿔 마지않았던 문학, 작가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야만

했단다.

작가가 되면 세상 아무것도 부럽지 않을 것 같았거든, 아버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마침내

모 지방 신문과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을 하게 되었지.

그때부터 주위의 시선이 아버지를 다시 보는 것 같았고, 너나없이 부러워하기 시작하더구나,

아버지는 우리 아들도 글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책을

읽기 바랐고, 글쓰기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일기를 쓸 것을 거의 강요에 가깝게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우리 삼 남매의 초등학교 적 일기장이 서재에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생각과는 달리 너와 네 동생들은 글쓰기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내심 실망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단다.

대신 너희들이 원하는 길로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단다.

그랬는데 우리 아들이 대학입시에 실패했을 때. 아버지는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단다.

솔직히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막상 실패를 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아버지는 마음 한 구석

어딘가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은 아픔을 느꼈단다.

그때 너를 끌어안아주고 보듬어주었더라면 오죽 좋았으련만, 아버지는 참 못나게도 꾸짖고 상처 주는

행동을 했으니. 미안하다. 아들아, 정말로 미안하다.

그래도 하나 다행한 것은 너희들에게 천사 같은 엄마가 있었다는 것,

그런 엄마가 너희들을 지켜주었기에 너희들의 지금이 있다는 것을 있지 말고 기억해 주기 바란다.

내게도 너의 엄마는 지혜롭고 선하기 그지없는 사랑스러운 아내였다는 점, 힘주어 밝혀두는 바이다.

자판기를 두드리기 전엔 우리 아들에게 한 점 빠짐없이 고백해 보겠다고 별렀던 이야기들이

만단설화(萬端說話) 같이 많았는데 막상 자판기를 두드리다 보니 감정이 북받쳐 생각의 샘이 막히고

더 이상 써지질 않는구나.

아들아!

네가 걸어온 삶의 역정 굽이굽이마다 못난 아버지에 대해 무척이나 원망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 실컷 원망하렴. 나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네가 하시라도 원망을

한 데서 하등 변명을 할 입장이 못 되니까.

아들아!

나는 아버지가 돼서는 안 될 아버지였다. 나는 자격 미달의 아버지였다.

아들아. 행여 ‘윤회(輪迴)’라는 게 있어 이다음 다시 태어난다면 내 자식으로 생겨나지 말거라.

아들아, 미안하다.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다.

두서없이 두루뭉술하게 몇 번 문장을 만들어 봤다.

해마다 명절 때면 네게 몇 자 글로나마 지난날의 과오와 잘못을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실행을 하지 못하고 미뤄오다 이제야 비로소 용기를 내어 네게 사과의 편지를 쓰게 되었다.

지금보다도 더 나이 들고 늙기 전에 네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게 도리일 것 같아서.

그래야 생을 마감하는 날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들아!

그동안 며늘아기와 함께 열심히 살아온 점 고맙고, 미안하고, 백번 천 번 되물어도

미안하다는 맡 밖에는 할 말이 없구나!

아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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