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음~!

연천(連川)에서~!

by 청목



휴전선, 그리고 연천~!

겨울이면 수도꼭지가 얼까 보아 물이 졸졸 흘러내리게 틀어 놓았다.

밤새 얼음이 수도꼭지까지 올라와 항아리처럼 얼고, 한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있곤 했다.

지금도 여전하겠지만 당시 연천의 겨울은 늘 그렇게 추웠다.

따뜻한 봄이 되어도 그곳은 봄이 늦은 탓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전철로 서울에

나오면 나처럼 옷을 입은 사람은 아마도 같이 연천에서 온 사람이려니 여겼다.

그와 같이 처음 38 선 넘어 휴전선이 가깝다는 '연천 '으로 발령을 받아 때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래도 잘 견디며 지내었다. 물론 애국조회 시간 하늘을 가르는 대포알 소리, 큰 길가 지나는 장갑차 엔진 소리도 자주 들었다.

그리고 어느 해, 학교를 옮길 때가 되어 D 학교로 내신을 했으나 , 뜻하지 않게 C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누구 탓할 것 없이 내가 부족한 탓이려니 여겼지만 한편으로는 '아! 세상이 이렇구나!' 싶었다.

그렇게 발령을 받아 간 그 학교에 다행히 선임으로 와있던 동기 P 친구가 있어 무엇이든 나를 도와주려고 애썼다. 처음 낯설고, 마음 가라앉아 있던 나를 그 친구가 있어 많은 위로가 되었고, 아팠던 마음도 차츰 추스르고 잘 달랠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연천의 엄동설한 추위에도 어쩌다 학교 사택 주변에서 마주치곤 하였는데 전혀 추위를 타지 않는 듯 민소매 러닝셔츠 바람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놀라웠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친구가 인삼 (人蔘 )의 고장, 충남 금산으로 장가들어 아내를 잘 만났다는 것이다.

어쩌다 초대되어 가보면 인삼 생체, 아니면 인삼 튀김을 맛볼 수 있었는데 그와 같이 평소에 그 친구의 섭생을 잘 시켜준 까닭이거니 여겨진다.


가만히 뒤돌아 그때를 생각할수록 지나간 그 시절이 그립고, 그 친구가 참 고맙 여겨진다.

그 시절 그렇게 춥고 낯선 휴전선 벽지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돕는 좋은 친구가 되어 어려운 때 어려운 줄 모르고 무사히 잘 지낼 수 있었다.

거기다 고향이 강원도 영월이 고향이고 사람 좋은 동갑내기 D친구도 그곳에서 만나 그렇게 셋이 함께 하여 맺어진 모임이 연우(連友) 회가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우이 牛耳신영복 선생'의 옥중서간’『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게 되었고 이어 한 선배님의 소개로 성공회대 청강생으로 직접 찾아가 선생을 만나 뵐 수 있었다.

선생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그가 어떤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가, 그리고 그가 맺고 있는 모든 '인간관계'가 바로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이라는 말씀 해 주셨다.

어쩌면 우리의 삶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그 관계 맺음이 바로 자신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일깨웠다는 것이다.

엄동설한 연천에서 쌓았던 우리들의 만남과 그 인연이 얼마나 소중하며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밝아온 새해!

丙午년,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좋은 우정을 계속해서 잘 이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6년 1월 16일 우이 신영복 선생 제10주기를 맞으며)



<2026년 1월 16일 신영복선생의 제10주기를 맞아 성공회대 정문에 선생의 붓글씨 '더불어 숲' 조형물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