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사랑하는~!

by 청목


그날은 유난히 화창하고 아주 좋은 봄날이었다.

고향에 있던 K 친구의 제안으로 서울에서 모두 모이게 되었다.


우리는 흥인지문(興仁之門) 주변을 돌아보고

장충단 공원으로 내려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우리 모임의 첫 시작은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부터였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긴 세월이 흐른 셈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학교 발령을 받을 때, 친구 K는 고향으로, 나와 S 친구는 경기도로, 그리고 J 친구 혼자서 멀리 강원도로 가게 되었다. 학창 시절, 특히 학군단 훈련이 있는 날이면 우리 넷은 학교 뒷산,

솔밭 그늘 아래로 모여 소풍 나온 듯 가져온 도시락을 같이 나누어 먹었다.

그렇게 정답게 지내던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 서로 다른 발령지로 흩어졌지만 만남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오늘 역시 참으로 오랜만에 함께 모여 점심을 마치고, 다시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고 있던 중,

멀리 강원도에서 온 J 친구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리고 그가 곧바로 응답하는 말,

“여보세요! 아! 사랑하는 우리 딸∼!”

강원도 J 친구가 전화를 받으며 아주 정다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친구의 그 대답을 들으며 가만히 나를 뒤돌아보았다.

내가 언제, 딸의 전화를 받으며,

“아! 사랑하는 우리 딸∼!”

하고 정답게 말해 본 적이 있었던가?

물론 우리 딸은 바로 가까이에 살고 있는 데다, 초등학생 손자와 함께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오고 가는 사이여서 특별히 전화할 일이 없긴 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아, 사랑하는 우리 딸!’ 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을 만큼, 그러한 정서를 내가 갖고 있었는가에 대한 솔직한 물음이었다.


지난날 학창 시절, 딸이 공부하러 멀리 나가 있었을 때, 가끔 딸로부터 걸려오는 안부 전화가 있었고, 그 전화를 막 끊기 전,

“아빠! 사랑해요!”

하고 으레 딸은 외치듯이 말했다.


어느 때, 누가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언제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세요?”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 문득, 딸의 그 외침 소리가 생각나서,

“멀리 있는 딸이 막, 전화 끊기 전,

‘아빠! 사랑해요!’하는 말을 들을 때…….”

그 말이 바로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 딸의 전화를 받고 아주 자연스럽게,

“아! 사랑하는 우리 딸!”

하고 그 친구처럼 정답게 그리 대답할 수 있을지 가만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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