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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비 Nov 08. 2019

평화주의자

매일글쓰기 day 8


 나는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특별한 명분 없이 분파를 가르는 것을 싫어한다. 초등학교 학급회의 시간에 아이들은 늘 남자 편 여자 편으로 나누어서 논쟁을 벌였다. 그것이 옳은 의견이든 아니든 간에 남자와 여자와의 기싸움이었다. 한 날,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 쪽에서 낸 의견이 옳은 것 같았다. 남자 쪽에 투표권을 던졌다. 여자애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직장에서도 은근히 분파가 있다. 직장에서 사내정치는 중요하다. 나는 누구하고 나 잘 지내고 싶었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배울 점이 있다. 편을 가르거나 어떤 특정한 사람을 외면하면 분명 반대편에 있는 그 사람은 상처를 받을 것이다. 정당한 이유가 있고 명분이 있으면 그것을 인정하고 따를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감정적 기싸움이었다. 그냥 그가 싫기 때문에, 그녀가 싫기 때문에 생긴 분파였다. 철없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것에 휘둘리기 싫었다. 중립에 서려 하다가 미움받은 적도 있다.  


 쓸데없는 분쟁이나 싸움도 피한다. 말싸움과 감정싸움으로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싫었다. 누군가 나에게 도발을 걸어온다. 정당하게 자기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기싸움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면 눈치채고 부드럽게 넘긴다. 몇 번 넘기다 보면 다시는 도발을 걸지 않는다. 어떤 이의 험담을 들었을 때도 내 선에서 입을 닫고 끝낸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도 변명하고 싶지 않아서 또는 나의 변명으로 인해서 누군가 피해 갈까 봐 입을 닫는다. 억울할 때도 있었지만 나 혼자 입 닫고 있으면 평화로워지니까 입을 닫았다.


 이런 나의 성향이 좋을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주장을 안 하니 만만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소통이 막히는 부분도 있다. 앞으로 내 인생의 리더가 되려면 평화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는 적절하게 내 의견도 강하게 어필 할 필요가 있다. 분열이 싫고 분쟁이 싫어도 말해야 할 때는 말해야 한다. 분별하면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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