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죽음'이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이다. 이 책은 <유년기와 아동기><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와 죽음>로 목차가 나누어져 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점점 쇠락해 가는 과정을 과학적 사실들로 묘사하고 그 속에 자신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녹여낸 책이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제목과 같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이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라'와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만 툭 던진다.
저자가 왜 죽음에 대한 글을 썼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는 심한 요통을 가지고 있었다. 어깨 힘줄염이 있고, 무릎 관절이 불안정하고, 양쪽 다리에 균형이 맞지 않아서 신발에 깔개를 깔았다. 무거운 것도 들지 못하고, 매일 만성 통증에 좋다는 우울증 약도 복용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97세까지 병원 신세 없이 건강한 아버지와 자신을 비교했다.
그는 자신의 병약함을 드러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아주 잠깐 지구 위를 걷는 동물일뿐이라고, 언젠가 사라질 껍질에 둘러싸인 벌거벗은 육신일 뿐이라고. 어쩌면 죽음에 대한 숙고는 그의 육체의 고통에서 시작되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았다. 인간이 마냥 행복할 때 죽음을 바라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죽음에 대한 책을 집어 든 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수많은 책들이 죽음을 이야기하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죽음을 묘사한다. 죽음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렇지만 인간은 영원히 살 것처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을 기억하면 유익한 점을 4가지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죽음을 기억하면 유익한 이유 4가지
첫째, 현재를 풍성하고 충실하게 살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졸업 축하 연설에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외부의 기대와 각종 자부심과 자만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길이라 말한다. 삶은 제한되어 있다며 낭비하지 말라고 말한다. 타인의 소리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으라고 한다.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처럼 매일 아침 죽음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되고 의미 있게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현재를 풍성하고 충실하게 살 수 있다.
둘째, 삶이 한결 가벼워진다
삶에 짓눌려 있었을 때 [장자]를 만났다. 장자는 인생은 한낱 꿈과 같다며 현실을 수용하고 이 세상에 가치를 추구하지 말고 물 흐르는 대로 살라고 말한다. 장자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뭔가 정신적으로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이렇게 아등바등 힘들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것을 생각하니 나 자신과 오랫동안 원망했던 부모님도 용서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경쟁심과 시기, 질투에서 많이 자유로워졌고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이 넓어진 것만 같았고, 삶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인간은 망각하는 존재다. 자꾸 '죽음'을 잊어버린다.
셋째, 고통과 두려움을 수용하게 된다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는 어려서 사랑하는 어머니와 누나를 병으로 잃었다. 그는 죽음을 피하는 대신 평생 죽음을 의식하며 살았다. 죽음을 바라보며 살던 그가 몇 살까지 살았는지 아는가? 당시 평균 수명에 비해 30년이나 더 살았다. 그는 죽음의 공포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뭉크는 81살이 되도록 죽음이 두려웠을까? 그의 작품을 해석하는 사람은 말년의 작품을 보면서 아닐 거라 추측한다. 그의 말년의 자화상은 죽음을 자연스럽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듯 편안해 보인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저자 셀리 티스테일도 죽음을 마주하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함께 머물렀더니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의 작가도 죽음을 상기함으로 인생의 무게와 육체의 고통,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넷째, 겸손해진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그럼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
몇 년 전 서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었다. 나의 여행가방은 너무 무거웠다. 이것저것 너무 많은 짐을 챙겨 넣어 캐리어가 25킬로나 되었다. 비행기와 기차를 타고 내리고, 숙소를 이동할 때마다 너무나 고역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야 하는데, 짐의 무게에 눌려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캐리어 속 물건의 절반 이상은 사용하지 않았다. 숙소에서 짐을 풀 때마다 후회했다. 왜 이렇게 많은 짐을 들고 왔지? 다음에는 가볍게 가지고 와야지라고 다짐했다.
인생은 여행과 같다고 한다. 여행은 언젠가 끝난다. 많은 짐을 지고 있으면 아름다운 길을 즐기지 못한다. 내려놓을 수 있는 짐은 내려놓자. 헛된 욕망과 욕심의 짐, 미움의 짐, 용서하지 못함의 짐들을 말이다.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은 감사히 지고 가자.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그럼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