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보게 한 3권의 책,3가지 지혜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 스피노자
나는 어린 시절 행복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 크게 삐뚤어지거나 방황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 상처를 가득 안고 어른이 되었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누구에게도 고민이나 속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했다. 우울한 모습은 숨긴 채 남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밝은 모습으로 살았다.
어느 순간 마음속 상처는 곪고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 내 안에 상한 감정들과 상처들은 자기를 봐달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죽고 싶어', '살고 싶지 않아', '살 가치가 없어'. 자살충동이었다. 나는 너무나 멀쩡하게 직장생활도 하고 있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당시에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었다. 계속 못 들은 척 그 감정들을 억누르고 억눌렀다. 하지만 마음은 계속해서 슬피 울부짖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왜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심리학 책과 죽음을 생각하게 해 준 책들을 통해서이다. 그 책들을 통해서 나의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헤어 나올 수 있었다. 내 인생의 변화를 가져다준 죽음에 관한 책 3권을 소개하고, 그 책들에게서 얻은 3가지 지혜를 나누고 싶다.
심리학에서는 어린아이에게 있어 부모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죽음의 고통과 같다고 말한다. 나는 그 불안과 고통을 성인이 되어서도 오랜 시간 끌어안고 살았다.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의 상처의 원인이 부모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기 위해서 부모님을 용서해야 했다. 책에 나오는 방법대로 했다. 도움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던 중에 [장자]를 만나게 되었다. 죽음을 똑바로 바라본 최초의 순간이었다. 장자는 인생은 한낱 꿈과 같다고 말한다. 세상의 가치를 추구하느라 애쓰지 말고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등 상대적인 개념을 버리고 자연에 순응하며 자유롭게 살라고 한다. 장자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내 슬픔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다. 강박과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 있었고, 나 자신과 부모님을 용서할 수 있었다. 정신의 자유를 얻은 느낌이었다. 삶을 좀 더 가볍게 보게 되었고 내려놓게 되었다.
- 지혜 하나. 인생은 꿈과 같다. 고통을 수용하고 주어진 삶을 만족하며 사는 것이 지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위기가 또 한 번 찾아왔다. "왜 살지?", "도대체 왜 사는 걸까?" 당시 내가 열정을 쏟아부었던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좌절한 상태였다. 이번엔 왜 사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장자를 통해서 정신의 자유를 경험했지만 왜 사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내 동생은 한 번씩 나에게 '진지충'(진지한 벌레?)이라면서 놀린다. 난 왜 이렇게 진지할까? 아무튼 그 상황도 벗어나야 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부터 알고 있던 책이라 읽어야지 생각했지만 제목이 무서워서 읽지 않았던 책이다. 힘드니까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고 내 삶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성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믿는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성장이고 그렇기에 고통도 허락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다시 힘이 생겼다.
P174 삶의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라는 니체의 말에는 이런 예지가 담겨 있다.
P178 자살의 상당수가 이런 실존적 공허 때문에 일어난다.
P222 사람이 일단 의미를 찾는 데 성공하면, 그것이 그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시련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중에서
- 지혜 둘. 인생의 의미를 찾는 것이 지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음에 관한 3번째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철학을 말하지 않는다. 오로지 실제 죽음에 대해서 말하며 죽음을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다룬다. 애도를 표시하는 방법,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과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지, 죽기 몇 달 전과 몇 주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죽은 다음에는 어떤 모습일지, 이와 관련된 실제적 조언을 제시한다.
죽음을 어떻게 대비하나?
우리가 두려워한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그 두려움을 아주 오래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 즉 우리가 모두 미래의 시신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죽음을 바라보고 만져보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봤기 때문에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한다. 그녀는 이제 죽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독자들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자신이 경험한 죽음의 모습들을 간접 경험시켜준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아주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다. 무덤덤하게 쓰여있다. 그럼에도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쏟았다. 왜 죽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걸까?
왜 죽음을 준비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썼을까?
"작가로서 나는 나 자신과 주변 세계를 과감하게 탐색해야 한다. 간호사이자 임종 지도사로써 나는 타인의 세계에 선뜻 들어가 비밀을 공유하고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간호사로서 많은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그 죽음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서 이 책을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 지혜 셋. 고통(죽음)을 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 지혜임을 알게 되었다.
3권의 책을 통해 죽음을 바라보았다. 그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그 시간들이 값진 경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이제 나의 아픔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어른이 되었나 보다. 여러분도 죽음에 대해 숙고함으로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