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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비 Feb 23. 2020

그 식당은 당신을 닮았어요

<카모메 식당>


Q3. 인생 영화 한편 같이 볼까요? 왜 인생 영화라고 생각하는지 사색해봐요.^^

인생 영화라고 부를만한 영화가 없다면 첫 기억이나 가장 강렬히 남아 있는 기억을 소환해보세요. 누구랑 보았고 어떤 영화였는지 에피소드를 생각해봐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정말 1도 없었다.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좋아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요리는 관심이 안 갔다. 요리할 기회가 없어서일까? 독립 후에도 오랫동안 밥을 사 먹거나 인스턴트 음식을 데워먹었다.


어느 순간 사 먹는 밥이 질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부끄럽지만 된장찌개도 얼마 전에 처음 만들어 보았다. 눈물을 흘리며 파를 다듬고, 감자를 깎았다. 야채 써는 소리가 그렇게 싱그럽게 들릴 줄 몰랐다. 보글보글 국 끓는 소리, 구수한 된장 냄새. 요리는 나의 오감을 자극하였다. 한 가지 요리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만든 국과 반찬들을 차려놓고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서 뭔가 모를 만족감을 느꼈다. 내가 만든 밥에 내가 위로를 받았다.(정상인가?ㅋㅋ)


요리를 하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옛날에 남자친구에게, 갓 결혼한 친구에게 도시락을 싸준 기억이 난다. 그땐 요리하는 행복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주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나를 위해 만든 음식도 위로가 되는데, 정성을 다해 맛있게 만든다면 나의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혼자 요리를 하면서 음식이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래서일까, 요즘 요리 관련 영화를 자주 찾아본다. 얼마 전에 <심야 식당>이랑, <리틀 포레스트>를 보았다. 처음으로 요리 영화를 본 것은 <카모메 식당>이다.



 <카모메 식당>은 아주 잔잔한 스토리의 영화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었다. 여주인공은 헬싱키에서 식당을 오픈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손님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매일 식자재를 준비하고 가게를 쓸고 닦으며 한결같이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또한 매일 가라데와 수영을 하며 몸과 정신을 단련한다. 내면이 안정되어 있었고 평안했다. 실력과 자신감이 얼굴에 묻어있다. 체구는 작지만 그녀는 단단하고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다.



한 명씩 그녀의 식당으로 모여든다. 그녀는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 듯이, 그들을 한 명 한 명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내어 놓는다. 사람들은 그녀의 음식뿐 아니라 그 가게의 따뜻함 끌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기다림의 시간에 절망하지 않았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다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가왔을 때 최선을 다하였다. 일도, 관계도 모두 멋지게 성공하였다. 그녀에게서 삶을 배웠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음식과 공간을 나누고 싶다(마음의 공간도). 그리고 주인공이 들었던 말을 나도 듣고 싶다. 내가 일하는 공간, 내가 사는 집 등을 보며 나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 식당은 당신을 닮았어요.
카모메 식당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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