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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비 Oct 03. 2019

감정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

신뢰의 법칙


"타인을 믿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믿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누구를 어떻게 신뢰하느냐에 따라

삶의 거의 모든 것이 바뀐다."

<신뢰의 법칙>



스티브는 암 진단을 받았다. 종양이 아직 초기 단계라서 수술로 제거하면 그 위험을 쉽게 없앨 수 있다.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간단한 수술로 종양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티브는 다른 의사의 소견을 듣기 위해 다른 병원을 찾아간다. 이 두 번째 의사는 자기가 배운 의학적 지식이나 연구 자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다만 자기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와주길 원한다. 그래서 스티브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모든 게 다 괜찮으니 앞으로 멋진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말한다. 스티브는 두 번째 의사와 헤어지며 첫 번째 의사에게 약간 화가 났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말하고, 불필요하고 고통스럽고 돈만 많이 드는 수술을 하라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2년 후 스티브는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생이 2주밖에 남지 않게 됐다. 2년 전에는 긍정적인 의사의 말을 듣는 것이 편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진실에 귀 기울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Good or God - 존 비비어> 책에 나오는 예화이다.


 스티브는 좀 더 신중하게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선택 했어야 했다. 생사가 걸린 문제에 이성보다 감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결과는 처참하게 되었다. 스티브는 왜 두 번째 의사에게 신뢰를 주었을까? 예화를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누군가에게 좋은 감정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한없이 신뢰했다가 상처만 받고 돌아선 기억이 있다. 이성적으로 천천히 알아볼 생각은 안 하고 감정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했던 것이다. 믿었던 사람들(부도덕한 권위자, 정치인, 실력 없고 무책임한 의사, 학대하는 교사 등등)에게 배신당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


 씽큐베이션의 8번째 선정도서 [신뢰의 법칙]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누군가를 신뢰함에 있어서 감정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다' 라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 말이 진실임을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감정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

 

[넘겨주기 게임]


 각각의 피실험자들에게 4개의 토큰을 지급한다. 하나의 토큰은 이를 보유한 사람에게 1달러의 가치가 있지만, 상대방에게 넘겨주면 2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 게임의 목적은 상대의 희생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상호 신뢰적인 선택은 두 사람 모두 상대방과 4개의 토큰을 교환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4달러를 내주고 그 2배인 8달러를 얻는다. 하지만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은 하나의 토큰도 넘겨주지 않으면서 상대방은 자신에게 모든 토큰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여러분은 원래 돈의 3배인 12달러를 손에 넣고, 상대방은 빈털터리가 된다. 이렇게 상대방의 신뢰를 이용함으로써 최고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 우리는 사람들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그렇게 마련했다. 그다음으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바꿔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피실험자들이 실제 상황처럼 느끼도록 연출하기로 했다. 스미스가 언급한 도덕감정들 중 하나인 고마움을 느끼도록 특별히 고안한 것이었다.  짧게 설명하면, 우리는 피실험자들의 컴퓨터가 고장 나도록 사전에 프로그래밍 하여 그들이 실험실에서 수행한 지루한 작업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우리 연구원들이 피실험자들에게 할 수 없이 과제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하는 동안, 연구 보조원이 그들에게 다가가 몇 단계의 작업으로 고장 난 컴퓨터를 마술처럼 고쳐 준다. 그래서 진짜 피실험자들이 지루한 과제를 다시 하지 않도록 안심시킨다. 그 순간 거의 모든 피실험자들이 즉각 고마움이란 감정을 드러냈다. 우리는 이 고마움이란 감정을 유도하지 않은 통제 집단의 피실험자들의 컴퓨터도 고장 나도록 설정했다. 다만 여기서는 연구 보조원들이 앞서 동등하게 친밀한 수준으로 피실험자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다음으로 우리는 피실험자와 보조원들이 따로 마련된 방에서 넘겨주기 게임을 하도록 했다. 우리는 여기에 한 가지 요인을 추가했다. 피실험자들 중 절반은 그들이 방금 교류한 보조원들과 함께 게임을 한 반면, 다른 절반은 전혀 모르는 상대와 게임하도록 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보조원과 게임을 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상대방을  알고는 있지만 고마움을 느낄 특별한 계기가 없었던 통제 집단의 경우, 피실험자들은 평균적으로 상대방에게 2개의 토큰을 넘겨주었다. 그들은 전적으로 신뢰성 있는 행동과 완전히 이기적인 행동 사이의 중간을 선택했다. 반면 고마움을 느꼈던 피실험자들은 보다 협력적인 태도로 더 많은 토큰을 넘겨주었다. 이 피실험자들은 보다 신뢰성 있게 행동했고, 상대가 협력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손실에 취약해지도록 양보했다. 상대방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지만 고마움을 느낀 상대와 넘겨주기 게임을 벌여보았다. '그 결과는 정확하게 똑같았다.' 여기서도 피실험자들이 고마움을 느낄 경우, 그들은 상대방에게 훨씬 더 많은 토큰을 주었다. 그들은 상대를 전혀 몰랐다. 그래서 상대가 신뢰성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할 근거가 없었다. 그럼에도 고마움을 느낀 사람들은 상황이 중립적인 경우에 비해 더욱 협력적으로 행동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협력하고자 하는지, 즉 높은 비대칭적 이익보다 낮은 공동의 이익을 얼마나 더 선호하는지는 게임의 순간에 느끼고 있었던 고마움의 정도와 정확히 일치했다. 사회적 스트레스 역시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한 결과는 사회적 불안 및 불쾌감이 신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연구원들이 발견한 것은 사회적 스트레스에 관한 경험이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정도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불안감을 경험한 피실험자들은 약 50퍼센트나 더 많이 협력했다. 이 자료가 보여주는 바는 분명하다. 바로 감정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동요가 개인의 신뢰 성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를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신뢰성 있는 태도에는 정직하고 공정한 의도와 더불어 능력이라는 요소가 작용한다. 누군가를 신뢰하려 할 때 능력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 능력이 없는 선한 의도는 사실상 쓸모가 없다. 스티브는 의사의 능력적인 면을 더 고려했어야 했다.


신뢰성 = 선한 의도 × 능력


또한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신뢰를 통해 얻을 단기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얻을 보상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 육감만으로는 안된다. 이성과 직관이 합의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감정 상태가 신뢰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인간인 이상 감정에서 자유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를 신뢰하려 할 때 한 번 더 이성적으로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 계산적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목표는 <기브 앤 테이크 - 에덤그랜트>가 말하는 똑똑한 기버이다. 기버가 되려면 누군가를 신뢰할 때 신중하게 선택 해야한다. 그래야 우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고, 선한 의도와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여 더 큰 선을 이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한 기버가 되고 싶은 사람, 인간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알아야 사랑도 잘한다. 신뢰도 그렇다. 



<참고 및 발췌 : 신뢰의 법칙 - 데이비드 데스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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