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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나비 Mar 22. 2020

3개월 안에 죽는다면?

≪숨결이 바람 될 때≫

<자아 정체성 찾기>

Q6. 3개월 안에 죽는다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숨결이 바람 될 때≫의 저자인 폴 칼라니티는 서른여섯 총망 받는 신경외과 의사였다. 어느 날 그는 폐암 4기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게 되었다. 진단을 받고 얼마간 자신의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워했고, 혼란스러워했다. 절망 속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어느 날, 한 문장이 그에게 다가왔다. 프랑스 소설가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이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나는 침대에서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I can't go on, I'll go on.)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p179-180


 그는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죽음을 용감하게 마주했다. 치료를 통해 암이 호전되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쉬면서 요양을 하는 대신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돌아가 환자들을 돌보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아내 루시와의 상의 끝에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암이 재발했다. 이제 의술로 사람들을 도울 수 없게 되었다. 그는 글로 사람들을 돕기로 다짐한다. 기력이 다할 때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는 용감했고, 끝까지 세상에 대한 자신에 대한 사명을 다하였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지도, 신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끝까지 가족과 환자들을 사랑했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3개월 뒤에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폴 칼라니티처럼 살 수 있을까? 정말 그 상황이 돼봐야 알겠지만 나는 폴과 같이 일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3개월 뒤 죽는다면 그동안 삶에 치여 무심했던 이 지구를 온전히 사랑하다가 떠나고 싶다. 아무 불안과 두려움 없이 이 지구를 푹 느끼고 싶다. 1달 정도는 이곳저곳 여행을 하고, 남은 2개월은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숲속 펜션에서 지낼 것이다. 매일 아침 피톤치트향을 맡으며 산책을 하고 가만히 앉아서 시냇물 소리를 듣고, 흙냄새, 풀냄새, 꽃향기를 맡을 것이다. 마음껏 새소리를 듣고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비춰 반짝이는 모습을 감상할 것이다. 상추 같이 빨리 자라는 채소들을 심어보고 그것으로 요리도 해볼 것이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장작불에 고구마도 구워 먹을 거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 것이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읽어야 할 책이 아닌 읽고 싶은 책만 읽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읽는 자기개발서나 실용서가 아닌 고전소설이나 동서양 철학 책을 읽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서 맛있는 요리를 해먹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과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스승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그들에게 감사편지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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