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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24. 2020

힐링을 찾아 떠난 여행

가까운 사람과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느슨함을 새롭게 다듬는 여행을 떠난다. 분주함 속에서 행복을 찾았다. 퇴직 후에는 느슨함이 행복을 무디게 한다. 무딘 날을 새롭게 다듬기 위해 가끔 옛 직장 동료들과 여행을 떠난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자유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무딘 감각을 치유할 수도 있다. 나이가 더 들면 걷기가 불편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명산을 찾아 중국의 삼청산과 황산에 오르기로 했다. 생소한 곳으로 색다른 풍광을 찾아 가까운 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중국 경서 동북부에 자리한 삼청산에 오른다. 명나라 여행가 서하객이 두 번이나 오르면서 찬사를 남긴 곳이다. 삼청산은 약 14억 년의 지질 변화를 거쳐 화강암으로 형성되었다. 입담 좋은 가이드 덕분에 등산하는 동안 귀가 즐거웠다. 여행에서 그곳의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전달해주는 사람은 가이드이다. 좋은 가이드는 낯선 세계를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해준다. 좋은 가이드를 만난 것 같다. 그는 우리 일행들이 24일에 출발하였고 여행객이 38명이라고 24군단 38사단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얼떨결에 ‘대한민국 제24군단 38사단’이 되었다. ‘여러분,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완주합시다’라는 가이드의 외침과 함께 등산객 모두는 삼청산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산세가 가파르고 힘이 드는 곳도 많았다. 여행객 중 70대 노부부도 있었다.

세계 자연유산인 남청 원풍 경구에 이르니 봉우리 모습이 마치 봄의 화신 요희가 앉아 있는 듯한 ‘여신’을 만나고, 조금 더 오르니 우뚝 솟은 봉우리가 하늘로 날아갈 듯한 ‘거망출산’이 나타난다. 두 마리의 용이 바다에서 나오는듯한 모습의 ‘쌍용출해’와 가장 높은 봉우리인 옥경봉 트래킹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원숭이 모습을 닮은 ‘후왕헌보’, 관음보살의 고사를 닮은 ‘송자 관음’, 소나무를 등에 지고 가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신동 부송’이 신비롭다. 절벽에 매달린 길을 따라가다 뒤돌아본다. 등산객들이 줄을 지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모습이 생동감을 더한다.


정상에 다다르는 순간, 땀과 피로가 없어지고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이 다가온다. 등산 중에 ‘좋은 소식 있습니다’라는 가이드의 안내는 우리를 한 번 더 힘내게 한다. 그는 열정이 넘치고 거기에 유머와 노래, 우리 민족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삼청산에 담아낸다. 웅대한 자연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와중에 무릎이 아파 고생한 사람과 발목을 다친 사람, 다리 부상으로 고생한 사람들도 있었다.


카르스트 영암 동굴인 함허동에 들어간다. 그곳 사람들은 우리들을 신기한 듯 친절하게 대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인 삼성에서 만든 스마트폰을 현지 안내원이 꺼내 들고 나에게 다가와 손자가 하던 게임을 설명하며 따라 해보라고 한다. 그대로 따라 하니 너무 좋아한다. 때 묻지 않은 청순한 모습이 남아 있다. 음이온이 가득한 힐링 폭포가 우리 일행을 맞이하며 고대의 신비를 보여준다.

또 다른 힐링 장소인 와룡 계곡은 어떤 관광지보다 맑고 신선한 공기를 자랑한다. 숲길은 적막하며 서늘하고, 계곡이 뿜어내는 음이온이 섞인 공기가 더욱 상쾌함을 준다. 계곡을 따라 늘어선 이름 모를 나무들을 보노라면 저절로 노래가 따라 나온다. 시간을 잡아 놓고 머물고 싶다. 자연 속에 묻혀 시간을 보내고 내려오는데 내 모습을 언제 찍었는지 사진을 주며 구입하라고 한다. 내 사진을 그곳에 남기고 오기가 꺼림칙하여 샀다.


시간이 멈춘 아름다운 마을 ‘무원’에 갔다. 하얀 건물과 높은 벽, 검은 기와 등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시골 마을의 모습에 정감이 간다. 흰 벽에 검은 기와를 얹은 청나라의 건축물들이 가득하고 마을 골목 사이로 아기자기한 시냇물이 흐르고 있어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강만 마을은 고대 휘주 문화의 운치를 느끼게 한다. 이 마을에는 예쁜 여자아이들이 많다.

황산으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었다. 세상일은 알 수 없다. 8년 전에 아내와 함께 이 산을 오를 때, 다시는 이 산을 또 오를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동료들과 다시 찾아왔다. 그때 보았던 신비한 대나무 숲과 기이한 바위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여전히 우리를 맞이한다. 아슬아슬한 산길도 운곡사도 케이블카도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날씨도 똑같다. 기송과 기암괴석과 운해가 조화를 이루는 황산의 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지난 여행에서는 해돋이까지 보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다. 이번 여행에서는 일행 중 부상자도 있어서 완주를 포기하였다. 운곡 케이블카로 이동하면서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한다. 제2고봉인 광명정으로 향한다. 오늘은 구름바다를 선물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길가 돌 틈에 자라는 소나무를 보호하려고 작은 철근을 구부려 둥근 망을 만들어 놓았는데 8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똑같다. 그때 보았던 성장하지 못한 소나무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더 자라지 못하고 길가에 서 있어 안타깝다.

광명정에 도착하니 구름바다가 펼쳐진다. 일출과 운해의 명소이다. 앞쪽으로 웅장한 산이 있고 뒤쪽으로는 수려한 산이 있다.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정상은 작은 광장이다. 매점 등이 위치하고 있다. 지난번에 일출을 보던 장소와 산장 호텔이 보인다. 절벽에 매달린 계단을 걷다 위를 쳐다보면 거대한 칼로 쳐낸 것 같은 뾰족한 봉우리들이 쏟아질 것 같다. 날씨도 좋지 않고 기다리는 동료를 생각하여 서해 대협곡과 사자봉은 생략하고 시신봉만 보고 돌아왔다. 구름이 많아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공자는 태산에 올라 천하가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지만 나는 황산에 올라 낮은 마음과 인내심의 미덕을 배운다.


청대의 옛날 거리로 이동했다. 송나라 때에 형성된 곳이다. 약 1.5km에 1,0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여행을 떠날 때 전송해주던 손자를 생각하여 선물을 사려고 고민하던 중에 눈길을 끄는 장난감이 있다. 공과 수달을 연결한 장난감인데 물속에 넣으면 수달이 공을 굴리는 행동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장난감이라 구입하기로 하고 가격을 물으니 만 원이라고 하여 5천 원에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순조롭게 5천 원에 가져가라고 한다. 기쁜 마음으로 사진도 찍고 장난감을 가방에 넣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또 그것과 똑같은 장난감이 있어 동료에게 값이 얼마인지 물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4천 원에 준다고 한다. 그래도 손자의 선물을 준비한 것만으로도 기뻤다.

중국 도자기의 발원지인 경덕진으로 장소를 옮긴다. 인구는 150만 명이 거주하는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자기 거리가 나타난다. 도자기 상가로 줄을 잇는다.

도자기를 사는 사람은 없는데 어떻게 장사를 할까? 

궁금하여 가이드에게 물으니, 이들은 다 도매상들이라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도자기와 관련된 일로 먹고 산다. 한 번에 거래하는 금액도 크다.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서니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상품이다. 아니,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구매도 않고 이곳저곳을 드나드는 것이 미안하다고 하니 이곳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자기 가게에 드나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한다.


여행은 자신의 무딘 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세상을 해석하고, 삶의 본질을 통찰하는 기회를 준다. 느리게 걸으며 온몸으로 내 삶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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