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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26. 2020

반딧불이

배 쪽의 꼬리 부분에서 강한 빛을 낸다

반딧불이의 삶과 내 삶이 함께 간다. 어릴 적, 여름날 저녁에 모깃불을 피워 놓고 쑥 향기 묻어나는 연기를 맡으며 마당의 밀짚 방석에 누워 밤하늘의 촘촘한 별들을 하나씩 헤아렸다. 그럴 때면 반딧불이가 마음대로 날아와 자기 기분대로 춤을 추고 어두운 밤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 모습이 하도 좋아서 몇 마리를 잡아 빈병에 넣어 이튿날 아침에 보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그 반딧불이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지금은 그들을 구경하기 힘든 천연기념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곤충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장수하늘소와 반딧불이 2종이다. 서식처가 파괴되고 멸종 위기에 놓여 청정 지역에서만 반딧불이가 산다.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청량리 일원 하천에 가면 볼 수 있고, 대전에도 장동 휴양림과 계룡산 갑사 주변에 가면 반딧불이 서식지가 있고 각 지역의 두메산골 청정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매년 계양산, 청양, 무주, 옥천 등에서 반딧불이 축제를 열고 있다. 반딧불이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분포한다.


반딧불이의 수명은 보통 10일에서 15일 정도이다. 산란 후 2주 내외가 되면 자연사한다. 알은 수초에 낳고 유충은 수질이 양호한 곳에서 서식한다. 몸길이는 12∼18mm이며 겹눈은 크고 작은 점으로 생긴 무늬가 있다. 앞가슴과 등은 앵두 색깔이고, 암갈색 十형 얼룩무늬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애반딧불이가 많이 서식한다. 서식 환경이 달라 달팽이, 논우렁이 등을 먹고 산다. 애벌레는 주로 민물 다슬기를 먹으며, 20mm 내외로 성장한 후 밤에 땅 위로 기어 올라간다. 땅속에서 90일 정도 지나면 번데기가 된다. 6월경 성충으로 탈바꿈을 마치면, 배 쪽의 꼬리 부분에서 강한 빛을 낸다. 이때에 우리들이 반딧불이의 빛을 볼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 ‘반딧불이’를 ‘개똥벌레’라고도 한다. 개똥벌레와 반딧불이가 같은 의미인지를 지역 방언을 비교해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두 이름의 방언들이 서로 중복되는 것으로 보아 같은 대상을 놓고 공통으로 사용했던 이름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방언 자료를 보면 반딧불이의 방언은 66개이고, 개똥벌레의 방언은 40개였다. 여기서 두 이름에 대하여 중복된 방언을 찾아보니 총 2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으로 보아 우리 선조들은 ‘개똥벌레’와 ‘반딧불이’를 함께 사용한 것 같다.

반딧불이가 내는 빛을 ‘반딧불’이라고 한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목적은 짝을 찾기 위함이다. 암컷은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고 풀숲에서 약한 빛을 내고, 수컷은 날아다니며 빛을 낸다. 어쩌면 나는 반딧불이 삶을 닮았다. 반딧불이의 삶과 내 삶이 함께 가고 있다. 한낮에는 반딧불이의 밝은 빛을 볼 수 없다.  나도 인파 속에 묻혀 길거리를 활보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해가 지고, 별만 쏟아지는 어두운 밤에 나타나는 반딧불이가 빛을 발하는 것처럼 나도 옛 동료나 고향 사람이나 해묵은 제자들을 만나면 빛을 발한다. 반딧불이가 아무 곳에나 있는 것도 아니고 산기슭 개울의 풀숲에 사는 것처럼 나도 산길이나 들길을 좋아하고 뒤안길을 더 좋아한다. 진나라 차윤이 반딧불 밑에서 글을 읽고 출세했다는 형설의 공에 대한 고사로 국민의 정서 생활을 도운 것처럼 나도 젊은 날을 교육현장에서 2세들의 교육에 기여했다. 반딧불이가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한적한 곳에서 사는 것처럼 나도 촌스럽고 우직한 일만 하며 자연 속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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