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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31. 2020

개미집을 들여다보면

개미들만의 희생정신과 협동정신으로 공동체 생활을 이어왔다

등산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손등이 따끔하여 벌떡 일어나 옷소매를 걷고 들여다보니 개미 한 마리가 보였다. 빨리 털어내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낙엽이 수북한 길옆에 몸집이 큰 개미들이 줄을 지어 먹이를 나르고 있었다. 그 개미들은 내가 자기 집을 망가뜨린 공격자라고 생각하여 나를 공격한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나와 개미가 싸움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녀석들은 겁도 없이 나를 공격하였다. 개미집이 궁금하여 스틱으로 파헤쳤더니 수많은 개미가 벌떼처럼 소동을 일으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우리의 기준으로 개미를 보면 미물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떼 지어 살며 일하는 개미, 자손을 번식하는 여왕개미, 집안에서 일하는 일개미, 전투하는 병정개미 등으로 나뉘며, 각자 할 일이 따로 있다. 일개미들이 유비무환 정신으로 먹을 것을 끌어와 저장하고, 날씨가 좋으면 습기 찬 곡식들을 말려서 습기를 제거하고 지도자가 없어도 알아서 자율적으로 일한다. 개미는 먹이를 먹고 소화해 영양을 공급하는 위가 있고, 다른 하나는 저장만 하는 위가 있다. 이 중에 저장만 하는 위는 먹이를 굶주린 개미에게 나누어 준다. 


개미의 목 관절은 자기 몸무게의 5,000배 이상을 끌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들은 분비샘에서 페로몬을 특정 지역에만 발산하여 신호를 보내고 순식간에 수십만 마리에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1억 년 넘게 진화하며 지구에서 숫자가 가장 많은 곤충이 되었다.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수와 개미의 수를 비교하면 1 대 1억이 되고,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전체 몸무게보다 전체 개미의 무게가 더 무겁다. 


구약성경 잠언 6장 6절을 보면 ‘개미에게로 가서 그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어라.’라고 했다. 개미는 의로운 벌레로 미래를 위해 저축도 하고, 서로 협동하며, 자신들을 공격하는 적이 있으면 죽음을 각오하고 상대방을 물리친다. 


개미집은 여왕개미 방, 수개미 방, 일개미 방, 병정개미 방, 보육 방, 식량 창고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개미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출입구가 있고, 벌레 침대라고도 불리는 연결된 작은 방들이 있다. 이곳 중앙에 암컷 개미들이 알을 낳고 육아를 하는 곳이 있고, 먹이나 알을 보관하는 흙탕이 있다. 개미집의 가장자리에 타인의 침입을 막는 경비실이 있고, 개미들이 배설물을 처리하는 화장실이 가장자리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개미집의 꼭대기에는 햇볕 받는 공간이 있어 휴식을 취할 수도 있어 개미들의 생활에 효율적인 구조다.


개미들의 일상을 보면, 일개미 무리 중에서 20~30%는 일을 하지 않고 쉰다. 일하지 않는 개미들을 없애면 그때까지 일하던 개미 중 20~30%가 일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조화로운 사회활동에 여유로움이 보인다, 개미들의 전쟁은 대부분 1 대 1로 머리를 맞대고 싸운다. 병정개미들은 일개미들을 보호하며 개미 무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하여 헌신한다. 전쟁 중에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도망가는 개미는 없고, 많은 개미가 엉키어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들다. 


병력 간의 소통은 통신병 개미가 소식을 전하고 병력의 수가 부족하면 페로몬으로 병력 증원을 요청한다. 그렇게 개미 전쟁이 끝나면 승자는 패자의 음식물과 개미알을 약탈한다. 전리품인 알에서 개미가 태어나면 여왕개미의 꼬리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을 발라 노예 표시를 하고 평생 부려 먹는다. 한 계급 위에 있는 일개미들이 이들을 감시한다. 그렇게 그들만의 방식인 희생정신과 협동 정신으로 공동체 생활을 이어간다. 개미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고 조직적인 생활을 하는 생명체이고, 사회적 곤충이다. 개미는 높은 지능을 가졌고,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들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전략이 있다. 그들은 서로 통신하면서 일을 수행하고, 길을 찾고, 먹이를 추적하며 생존에 중요한 지식을 쌓는다. 개미는 뇌가 작아 전기신호를 이용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개체와 상호작용을 하고,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학습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수정하며, 조직적으로 일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도 신기하지만 개미가 살아가는 것은 더 신기하다. 현대인들이 개미의 지혜와 끈기와 일하는 모습을 되새겨 볼 일이다. 현대사회는 치밀한 조직사회이고 치열한 경쟁사회이다. 개미 세상에 우리의 삶이 있다. 개미의 놀라운 행동과 지능은 섬세한 기술과 전략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 대상이다. 우리는 개미의 조직사회에서 개미의 근면성과 성실함을 배울 수 있고, 일의 즐거움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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