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정이 따로 있었다

갈림길에서 미안한 마음과 홀가분한 마음이 갈라섰다

by 명문식

지난여름, 숲을 찾아 휴양림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 속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기운이 온몸을 스친다.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의 다정한 이야기가 정겨움을 준다.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땀을 흘리고 1시간 이상을 걸었다. 목표지점을 돌아 앞만 보며 내려오는데 뒤에서 어떤 아줌마 목소리가 나를 세운다.


“뒤 좀 돌아보시지요.”

“저 부르셨어요.”

나를 잘 아시는 분이 나에게 말을 붙이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뒤돌아보니 모르는 분이었다. 세련미가 넘치는 등산복 차림에 등산용 가방을 메고 따라오고 있었다.


“혼자 앞만 보고 가셔서 같이 가자고 말을 걸었어요.”

“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경계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세히 보니 나이는 들어 보였다. 나에게 또 말을 붙인다.

“물도 없이 오셨네요.”

“예, 2시간 정도만 걷고 가려고 왔어요.”


자기는 나와 반대 방향에서 출발했는데 5시간 정도 등산할 준비를 하고 왔다고 한다. 산 중앙 등산로에는 등산객이 많은데 산 뒤편 등산로는 한가하고 산짐승이 나올까 봐 혼자 가기가 무섭다며 동행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속으로 함께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걸으니 갈림길이 나왔다. 나는 주차장 쪽으로 그 아주머니는 뒷길로 가야 한다. 긴 의자가 놓여 있는 갈림길에서 나에게 제안한다.

“여기에 앉아 쉬었다 가시지요.”

“그럴까요.”

그녀는 가까이 와서 앉으라며 가방을 내려놓고 가방 속에 있는 물건을 내놓는다. 다정한 부부처럼 긴 의자에 마주 앉았다.

“과일 드시지요?”

“네,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네요.”

“사과를 깨끗이 씻었어요. 껍질째 드시겠어요.”

“네∼.”

“여기 떡도 있어요.”

“감사합니다. 맛있네요.”

“점심도 찰밥으로 가져왔어요. 드시지요.”

“아니요. 아침을 먹은 지가 얼마 안 되어서 먹을 수 없어요.”

그녀는 준비한 과도로 사과를 반으로 잘라주기도 하고 떡과 과일 주스, 커피 등이 계속 나온다. 미안한 마음으로 먹으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왜 혼자 오셨어요.”

“남편은 저 세상으로 갔어요.”

“그럼 혼자 사세요.”

“아니요, 딸하고 같이 살아요. 외손녀도 있어요.”

“그럼 바쁘시겠네요.”

“딸이 주말 부부예요. 평일에는 손녀 때문에 바빠요. 오늘은 사위가 왔어요.”

“그렇군요.”

“주말에는 사위가 와요.”


둔한 나는 그때서야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딸 내외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고 등산 겸 피신 겸 완벽한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 동행할 사람도 없고, 함께 점심 먹을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어떤 나이 드신 어른 두 분이 그 아줌마가 가려는 방향으로 걷는다. 그 아줌마가 나에게 저분들은 어디까지 가실 것인지 알아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저기요. 어디까지 가실 거예요.”

“시간 되는 대로 가려고요.”

“이분이 동행할 사람을 찾고 있어요. 함께 가실래요.”

“예, 그렇게 하시지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 아주머니는 남은 음식과 등산 도구를 주섬주섬 챙기고 가방을 가볍게 메고 일어섰다. 그녀는 그렇게 그들과 동행하게 되었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점점 멀어지며 그림자만 남기고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찜찜했던 마음과 왠지 홀가분한 마음이 갈라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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