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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Nov 18. 2020

편백나무 숲길에서

피톤치드가 볼을 스치는 편백나무 숲길을 걸었다

전남 장성군에 있는 축령산의 편백나무 숲길은 임종국이 조림한 곳으로 90여만 평의 부지에 조성되어 있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99세 이상만 흡연지역’이라는 금연표지판을 보고 웃으면서 등산을 시작하여 가파른 길을 1시간 30분 이상 걸어 621m 정상 팔각정에 도착하였다. 눈에 들어오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군락이 어떤 숲보다 신선함을 주고 초록의 향연으로 시원한 기쁨을 준다. 축령산 주능선을 이어주는 편백나무 숲 속을 걷노라니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만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호의적이고, 가는 곳마다 신선한 기운도 우리를 따라온다. 편백나무는 잎 전체가 수평으로 자라고 삼나무는 긴 잎들이 위를 향해 몽실몽실 자란다. 여유로움에 취해 숲 속 길을 걸으니 초록 바람이 볼을 스친다. 숲 속에 수많은 나뭇잎이 떨어져 쌓여 있고 숲 속 특유의 향기가 코를 벌름거리게 만든다. 풀 냄새도 나고 산꽃 향기도 나고 시원한 피톤치드 향이 뿜어져 나온다.

‘피톤치드’는 세균학자 왁스만이 명명한 것이고, 피톤 Phyton은 ‘식물’을 뜻하는 그리스어이며 치드Cide는 ‘죽이다’를 의미하는 라틴어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 따위에 저항하려고 분비하는 물질이다. 미생물을 죽이는 휘발성 물질로 살균 작용의 효과도 있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 기능이 강화된다. 강력한 살균작용은 물론 아토피성 피부에 개선 효과가 탁월하다. 그래서 그런지 산속이 습하고 무성한 풀숲인데도 모기와 파리가 없다.

오르락내리락 걷다 보니 산의 좌측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풍나무 숲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단풍나무 숲길이 나타난다. 문수산의 산세와 잘 아우러져 아름답고 생태학적 대표성이 매우 크다. 내리막길을 따라 우리나라 최고의 삼림욕장인 산소 숲길이 이어지고, 치유의 1번지답게 사람들이 평상과 의자에 앉거나 누워서 쉬고 있다. 적갈색 나무껍질이 아름다운 침엽수만 250만 그루의 편백나무 숲이 치유의 장소로 알려지면서 각종 희귀병 환자들이 희망을 품고 찾는 초록 병원이다.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저 피톤치드가 편백나무 숲을 더 유명하게 만들어 숲 속의 전당이 되었고,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향이 치유와 건강을 다지게 한다.

우리는 숲 속에 둘러앉아 준비한 도시락도 나누어 먹고, 유식한 친구들의 인생 강의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잇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가는 곳마다 쉼터와 명상의 자리에서 편안하게 삼림욕을 즐긴다. 낙엽이 쌓여 거름이 되었지만 썩는 냄새는 없고, 천천히 발효되어 산 흙 고유의 은은한 향기를 만들고, 친근한 냄새를 뿜는다. 초여름의 눈부신 햇살에 탄소동화작용이 왕성해진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마음까지 향으로 적신다. 산 아래로 내려오니 숲길이 있고, 조금 더 내려오니 붉은 잉어가 노는 습지원도 있다. 계단에 둘러서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진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고 또 웃었다.

오늘의 트래킹 코스는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치유 공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백나무 향기가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진하게 물들였다.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드라마 ‘왕초’를 촬영하기도 한 이 산은 복잡한 삶을 치유하기에 충분하였다. 내년에도 이 편백나무 숲길에서 오늘처럼 똑같은 길벗들과 마음을 풀어놓고 싶다. 오늘은 축령산을 등산한 것이 아니라 입산하여 우리들만의 세월을 오르고 자연에 감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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