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명산인 홍성의 용봉산에 올랐다. 용봉산의 모양은 용의 몸집과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악귀봉, 장군바위, 병풍바위의 절경을 눈에 담았다. 산의 경관이 뛰어나고 웅장하여 충남의 금강산이다. 덕숭산에 오르기로 하였는데 도중에 포기하고 수덕사에 들렸다.
산에 가면 종교와 관계없이 곧잘 절에 들렸는데 정감이 가는 곳 중 하나가 수덕사다. 사찰 입구에 도열해 있는 유명 식당과 특산품을 파는 가게 등 먹을거리와 구경거리가 즐비하다. 여행의 재미는 익숙한 곳을 여러 차례 다녀도 새로운 것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계절 따라 마음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다.
수덕사는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내어준다. 일주문 초입부터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써 붙여진 주련의 필체가 다양하여 눈길을 끈다. 겨울에 오르니 무채색의 주변 풍경과 빛바랜 건물들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모습이 오롯이 드러난다. 수덕사는 창건 연대가 2,000여 년이나 되었다. 국보 49호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많은 유물이 덕숭산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중가요 '수덕사의 여승'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선원을 수덕사 뒤에 세우고 ‘견성암’이라 하였다. 비구니 선원은 1928년 견성암에서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39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견성암은 1965년에 이르러 오늘날의 석조 건물로 자리를 잡았고 70여 명의 비구니 스님이 지금도 수행 중이다. 일엽 스님은 38세 때 견성암에 안착하여 25년 동안 절을 떠나지 않았다. 김일엽의 대표적 저서로 1962년에 수필집 ‘청춘을 불사르고’가 나왔다.
경내에는 구도자의 의지가 느껴지고 김일엽이라는 여승의 애절한 사연이 떠오른다. 김일엽 1896~1971은 춘원 이광수가 그녀의 필체에 반하여 지은 이름이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시대를 앞서간 여성 중의 한 분이다. 그녀는 남존여비의 사상이 존재했던 시기에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 여인이다. 수덕사의 여승이었으며 한국 비구니계의 거목이고 본명은 ‘김원주’이다. 그녀의 아들인 김태신이 발표한 자전소설 ‘어머니 당신이 그립습니다.’에 보면 부모의 중매로 얼굴 한번 못 본 남자와 결혼하였는데 남자가 의족을 한 장애인이었다. 그녀는 신뢰를 저버린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한국 최초로 일본 여자 유학생이 되었는데 일본인 ‘오다 세이조’와 운명적인 사랑을 하였다. 상대는 일본 최고 명문가의 아들이었고 규슈 국제 대학생이었다. 남자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에 실패하고 헤어졌는데 이때 둘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다. 김일엽은 오다 세이조와의 사랑에 아픔을 겪고 일본에서 돌아와 수덕사의 여승이 되었다. 세파에 아픔을 겪고 불자의 길을 선택하였고, 그녀의 아들은 아버지 친구의 양자로 입적되어 성장하였고 어머니가 보고 싶어 수덕사를 찾았을 때에 ‘속세에 맺어진 모자 인연은 속세에서 끝났으므로 더 이상 나를 어머니라 부르지 말라’고 하며 절 밖에 재웠다고 한다. 그 아들이 바로 동양화가로 알려진 ‘김태신’ 일당 스님이다. 그는 김천의 직지사에서 활동하다 2014년 12월 25일 향년 93세 나이로 원적 하였다.
이런 사연을 담은 대중가요가 60년대 중반에 유행하였다. ‘수덕사의 여승’이라는 이 노래는 속세에 두고 온 애절한 사연을 잊지 못한 비구니의 사연이 그려진 내용이다. 만들어진 시기가 60년대이니 일엽 스님이 수덕사에 기거할 때다.
‘인적 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 온 님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 켜고 홀로 울적에/ 아~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그 당시의 암울했던 사회적 배경과 애절한 가사 내용이 더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초가집 여관인 수덕여관 앞에 섰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103호이다. 수덕여관 마당에는 이응노 화백이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나온 뒤 요양하며 표현한 작품인 암각화가 있다. 수덕여관은 이응노 화백의 부인이 운영하던 곳이고 이응노 화백이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나올 때는 이 화백이 제자랑 재혼한 상태였다. 부인 박귀희 여사는 그런 이 화백을 옥바라지하고 이곳에 데려와 요양시켰다. 수덕사 미술관에는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