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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Aug 27. 2020

종이책의 운명

지하철을 타면 종이책을 든 사람은 찾기 어렵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책 대신 스마트폰을 검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동네 서점은 없어지고 더구나 헌책방은 찾기가 더 쉽지 않다. 문체부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종이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책 독서 비율은 최저로 떨어지고 전자책 독서 비율은 2년 전 조사보다 증가했다. 평균 독서량 역시 성인 8.3권이고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도 22.2%로 감소했다. 2018년 2월의 독서 실태 조사를 보면 독서량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을 시간적인 여유의 부족’이 57.8%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도 ‘책이 잘 읽히지 않고’가 34%이고, ‘책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아서’가 28%로 독서량의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처럼 다른 즐길 거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멀리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현대인들이 책을 안 읽는데 앞으로 종이책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책을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에서는 책이 살아남는다는 말도 나온다.     


책 읽기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은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시기에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전혀 다른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인간의 경험을 글로 후대에 전하고, 후대 사람들은 앞서간 사람들의 경험에서 미래를 설계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이 소중하다. 종이책은 종이에 글자를 인쇄하여 제본한 것에 불과하지만, 단순한 기록을 넘어 지식을 알리고 창조하고 공감하고 교양을 쌓고 여유시간을 활용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종이책의 역할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인간관계의 이해를 돕고 사물에 대한 사고의 틀을 넓혀주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1950년대에 시간이 지날수록 여가와 대중교육 등은 새로운 발명품들에 의해 충족되겠지만 그럴수록 책은 더욱 권위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헤세가 말한 것처럼 책이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으로 권위를 더 갖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 책이 어떻게 살아남을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책이 지식의 전달, 정보검색, 여가 충족 등의 전통적 기능을 인터넷에 넘겨주고 머물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종이책은 다른 매체에 일부 기능을 양보한 채 살아남았고, 공부에 필요한 매체로는 최고이다. 책을 읽는 양은 줄었어도 사람들이 읽는 글은 훨씬 늘어났고 활자의 영향력은 변함이 없다. 

앞으로 출판업계에 어떤 지각변동이 있을지 궁금하다. 종이책만이 가지는 감성적인 측면이 있어 종이책과 전자책은 다른 매체이다. 전자책 시장의 판도는 세계적으로는 아마존, 애플, 구글의 삼파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로북, 교보문고, 인터파크, 예스 24, 알라딘, 리브로,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조선일보 텍스토어, KT까지 전자책 사업에 진출했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이 있다. 전자책 단말기의 호환성과 콘텐츠의 확보, 가격의 문제가 있고, 요즈음에는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가출판은 그냥 글을 쓰고 아마존 계정에 올리고 책 표지를 선택하면 책이 자동적으로 아마존 킨들스토어에 등장한다.     


음반이 오랜 시간이 지나 없어진 것처럼 종이책도 줄어들다가 꼭 필요한 계층에서만 활용되는 매체가 될지 모르지만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사회는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공감이 가능한 사람을 찾는다. 사람들이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이유는 자신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특징은 다양한 경험이 부족하여 다양한 인종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간접경험을 통해 폭을 넓혀야 한다. 독서를 통해 가치를 이해하고, 많은 시간에 걸쳐 이어진 지혜를 담아야 한다. 그러면 근본적인 사람과의 관계를 이해하게 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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