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기슭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대둔산을 ‘한듬산’이라 한다
가까운 친구들과 태고사 쪽으로 대둔산에 올랐다. 돌만 겹겹이 쌓여 있는 산길을 따라 케이블카를 이용하였다. 여기저기 골짜기를 따라 오르는 사람들의 물결은 변함이 없다. 계절에 따라 등산객의 차림새와 산자락의 색깔이 변한다. 절 뒤에 의상봉, 관음봉, 문수대 등이 기묘하게 솟아 있고 앞에는 향로봉이 절경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정상에 올라 가까이 보이는 바위들의 기묘함에 취하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려고 웃옷을 벗어 놓는다. 도시락 가방을 내려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노라니 세상사 어디로 가고 오늘만 있다.
대둔산의 봄은 진달래, 철쭉과 연푸름의 물결이고, 여름은 온 산이 녹음으로 덮여 운무 속에 홀연히 나타나 숨어 버리는 영봉이 있고, 가을은 불붙는 듯 타오르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가득하고, 겨울에는 형언할 수 없는 설경이 자연미의 극치를 보여주며 눈을 머물게 한다.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명산이다. 그래서 대둔산은 한국 8경의 하나다.
‘삼선계단’에는 산을 올라가기 위한 철 계단이 놓여 있다.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에 뒤를 돌아보면 오싹하다. 돌과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라서 경사가 심한 구간도 많다. ‘마천대’는 원효대사가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다. ‘마천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계절마다 다르다. ‘마천대’ 부근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이 그림이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 뻗은 산줄기에 기암 단애와 수목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특히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 높이 81m에 폭 1m의 금강구름다리는 아슬아슬하다. 금강구름다리를 지나 약수정이 있고, 약수정에서 다시 왕관바위를 가는 삼선 줄다리가 있다. 칠성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둔산의 정경은 언제 보아도 감동적이다. 칠성봉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름다운 병풍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칠성봉의 기암절벽은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훈련장이다.
대둔산은 ‘한듬산’을 한자어로 표현한 이름이다. ‘신증 동국여지승람’에는 ‘대둔산 고산현 북 45리’라 쓰여 있고, 1658년에 썼다는 안심사 사적비에는 가로로 크게 ‘대둔산 안심 사비’라고 적혀 있다. 모두 싹 나올 둔(芚) 자를 써서 대둔산(大芚山)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요즈음의 지도에는 ‘둔’ 자를 진을 친다는 뜻의 둔(屯) 자로 쓴 것도 있다. 이것은 권율 장군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이 산에서 진을 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둔산은 조선 시대 임진왜란에서부터 6·25 때까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피와 한이 서려 있는 격전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정상 부근에는 까마귀가 유난히 많아 관광객들의 주변을 오가며 눈을 즐겁게 한다. 정상에 올라 우리는 대둔산을 내려다보고 대둔산은 우리를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