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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Apr 30. 2022

상처와 아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노년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고, 마음의 상처와 아픔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당사자가 자신을 위해 상대방을 용서해 줌으로써 치유해야 한다. 지난 세월이 쌓일수록 마음이 아련하거나 몸이 아프다. 남의 상처는 ‘별것도 아닌데 뭘 그런 일로 그럴까?’ 하고 판단할 수도 있다. 노년이 되면 가끔 상처와 아픔 그리고 본질적인 외로움을 겪는다. 가까운 친인척 간에도 뜻하지 않게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아무도 자기를 진정으로 위로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인생은 고독하다고 말한다. 노년의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다가오는 감정이다. 


이청준의 『눈길』이라는 소설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자수성가했다고 생각하는 아들과 집안의 불행을 자신의 부덕함으로 돌리는 어머니와 아들과 어머니 사이의 화해를 끌어내는 아내가 있다. 이 소설에서 아들은 부모와 자식 사이를 물질로만 생각하여 어머니에게 아무런 ‘빚’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현대인의 이야기로 떠오른다. 아들이 어머니가 집을 고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부담을 느껴 일찍 서울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아내를 통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화해하는 과정이 나온다. 


소설 속의 노모가 새벽에 매정한 아들을 떠나보내고, 하얀 눈길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거절은 상처와 아픔을 준다.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눈물을 흘리고, 아들의 발자국마다 끝없는 눈물을 뿌리며, 아들의 앞길이 잘 되길 빌면서 돌아온다. 홀로 되어 쓸쓸한 느낌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전형적인 우리 어머니의 삶이다. 

   

생각은 주로 과거에 머물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쓰라린 추억도 있을 수도 있고, 몰락한 집안이나 갈 수 없는 고향이나 실패한 사업에 대한 경험에 있을 수도 있다. 상처와 아픔은 사람마다 푸는 방법이 다르다. 세상을 살며 누구나 상처를 받고 아픔을 겪는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섣부른 판단과 충동적인 감정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다. 누구는 술로, 누구는 게임으로, 누구는 취미생활로, 누구는 심리적 치료로 푼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일의 괴테가 쓴 서간체 소설로, 당대의 인습적 체제와 귀족사회의 통념에 반대하는 지식인의 우울함과 열정을 묘사했다. 베르테르가 남의 약혼녀인 로테를 사랑하다가 끝내 권총으로 자살한다는 내용으로 이에 공감한 그 당시 유럽 청년들이 소설에서 묘사된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따라 하고, 자살이 유행하며 베르테르의 열풍이 불 정도로 공감했다. 괴테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기에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늘날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어떤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옮겨 살게 되었다.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는 아가씨 로테와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로테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상태였다. 로테도 베르테르를 자신의 지적 감성과 성격이 통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후 약혼자 알베르트에게도 베르테르를 소개해 주고 사이좋게 지내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는 성격도 달라 좋은 사이가 되지 못했다. 


로테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베르테르는 로테의 곁을 떠나기로 하고, 친구 빌헬름이 추천해 준 공사의 비서로 일했다. 그러나 적성에 맞지 않고, 속물적인 귀족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직서를 냈다. 그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로테를 잊으려고 많이 고민한다. 그러나 그는 유일한 자신의 여인을 찾아 다시 돌아오고, 이후 로테의 남편인 알베르트에 대한 질투는 커져만 갔다. 로테 역시 베르테르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동요하게 되고, 베르테르가 찾아온 뒤면 알베르트와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나중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악감을 느끼고 로테에 대한 사랑을 체념한 베르테르는 죽음만이 그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로테를 향한 마지막 사랑의 표현까지 거절당한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에게서 빌려 온 권총을 이용해 자살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로테는 그의 자살 소식을 듣자 실신했으며, 알베르트는 그녀의 목숨이 걱정되어 베르테르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베르테르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유언대로 보리수나무 두 그루가 있는 곳에 묻어주었다. 


사별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겪게 되는 상실의 순간이 개인적이고 조용하게 잊혀야 하는 문제가 된다. 사별은 누구나 언젠가 겪을 수밖에 없는 아픔이고 평생을 돌봐야 하는 상처다. 사별의 아픔은 괜찮아진 것 같아도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기억과 그리움. 부재와 상실이 있다. 상실의 슬픔은 보통, 잃어버린 사람이나 대상과의 관계 때문에 더욱 복잡한 상실감이 찾아온다. 슬픔은 상실로 야기된 깊은 감정을 인정하고 충분히 표현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대상과 연결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변화하는 시간이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으면 사람들은 자존감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세상은 아픔 속에서 다듬어지고 슬픔 속에서 지나간다. 세상 사람들은 아프면서 성장하고, 울면서 열매를 맺는다. 폭풍이 몰아치면 폭풍을 맞으며 맑은 햇살을 기다린다. 아픔 속에서도 꿈을 꾸고 상처 속에서도 성장한다. 슬픔을 극복하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어떤 이는 어쩌다 가끔 외롭고, 어떤 이는 날마다 외롭다. 외로움은 일상의 한복판에서 찾아올 수 있지만,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언제나 내 편이라고 믿고 마음을 준 상대가 자신의 기대를 외면할 때 더 많은 상처를 받는다. 상처는 상대방에게 의존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생긴다. 기대가 없으면 상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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