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문식 Nov 20. 2022

보리암 산행길

남해 풍경이 속을 뻥 뚫리게 했다

신라 신문왕 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남해 금산의 관음봉에 있는 유서 깊은 보리암을 육금산악회 옛 친구들과 함께 찾았다.  이성계가 이 산에서 기도하고, 왕으로 등극을 하였으며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산 이름을 비단 ‘금(錦)’ 자를 써서 ‘금산(錦山)’으로 고쳤다고 전한다. 


보이지 않는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이제 보리암에는 안 온다며 우리 일행 전원이 가장 어려운 A 코스를 선택했다. 산행 시작부터 데크 계단의 연속이었다. 오르고 또 올라도 또 나타나는 계단에 지쳐 정상에 오르지도 못하고 점심부터 먹자며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것저것 준비한 점심을 먹으니 힘이 솟았다. 절경을 만나면 탄성으로 땀을 닦았다. 그래도 어려우면 사진 한 컷 담으면 위안이 되었다. 


금산 정상 아래쪽에 보리암이 자리를 잡았다. 깎아지른 듯한 곳에 보리암이 자리를 잡아 다른 사찰과 색다른 느낌을 준다. 보리암으로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2017년에 오르고 오랜만에 다시 찾으니 같은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 올랐는데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보리암에 올라 바라본 남해 풍경은 참으로 멋있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너른 바다와 이름 모를 섬들. 가을걷이를 마친 논과 마을이 보였다. 역시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려오는 길은 돌계단이 우리를 시험하고 있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돌계단은 젊은 날의 우리를 불러야만 했다. 고행의 시간이 끝나고 삼천포항에서 마주한 회는 눈을 의심하게 했다. 듬뿍 담긴 회가 너무 먹음직스러워 상추에 소주 한잔이 오늘의 피로를 녹여주었고, 모인 사람들의 행복을 담아 함께 웃었다. 그렇게 행사 일정이 끝나는가 싶더니 어둠이 내리고 집에 도착하니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스트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