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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Aug 15. 2020

노키즈존

     옛날에는 자신의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쳤을 때 근처의 어르신이 ‘이놈 조용히 있어야지'라고 야단치면 부모가 와서 ‘그것 봐 아저씨가 이놈 하시지. 이리 와서 앉아.’ 하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당신이 뭔데 남의 애 기죽여요?’라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주변 사람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그때부터 아이가 조금만 뛰어다녀도 화를 낸다. 이러한 불통의 과정이 ‘노키즈존’을 만든다. 자기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이기적인 아이로 키우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노키즈존 논란의 중심에는 ‘아이’가 아닌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부모가 있다.    


    어떤 젊은 엄마의 이야기다. 

친구 아기도 볼 겸, 우리 아기도 보여줄 겸, 친구랑 식당에서 만났다. 앉은 좌석이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서 자리를 옮겨주거나 조금 줄일 수 없느냐고 말하려 했는데 친구가 그러면 식당에서 싫어한다고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견디며 식사를 마치고 카페로 갔다. 카페에서 친구 아기가 울었다. 밖은 너무 더웠고 아기는 시끄러워서 그런지 더 울었다. 그냥 달래려고 했는데 건너 테이블에서 엄청 시끄럽게 노래를 틀고 수다 떨고 있던 젊은 여자들이 아기가 울어서 시끄러운데 밖에 나가서 달래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고 했다. 

애초에 카페는 엄청 시끄러웠다. 아기가 운 것도 그 테이블에서 시끄럽게 손뼉 치고 소리 지르니까 놀라서 운 것이다. 그들은 너무 당당하게 그런 말을 했다. 졸지에 저도 친구도 이기적 엄마가 되었다. 뭘 잘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경멸의 눈빛을 받을 만큼 잘못한 것인가. 너무 슬프고 안타까웠다.     


    ‘노키즈존 No Kids Zone’은 어린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을 말한다. 주로 커피 전문점이나 음식점, 고급 가구점 등에 많다. 그곳에서는 ‘노키즈존’이라고 밝히며 어린이용 의자와 식기를 준비해 놓지 않는 등 유아와 어린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최소화한다. 음식점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 때문에 불편을 겪어본 사람들은 노키즈존의 등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어린이를 둔 부모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고충을 토로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2019년 2차 저출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내용을 보면 20대 청년 세대는 아이를 동반한 손님을 받지 않는 ‘노키즈존’에 대해 10명 중 6명이 ‘가게 주인의 권리’라고 답했다.     


    저출산 시대에 어린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바라보는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노키즈존의 진정한 의미는 ‘생각 없는 부모 출입금지’라는 견해도 있다. 식당에서 활개를 치는 아이를 본체만체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철없는 부모를 향한 업주들의 역습이다. 종업원들은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식탁 밑에 기저귀도 버리고 가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영화 ‘겨울왕국 2’를 보고 ‘노키즈존’ 논란이 거세졌다. 아이들이 영화를 보는 도중에 떠들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이 잦다 보니 일반 성인 관객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산만하게 노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아동 친화적인 키즈존이 더욱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관 외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카페거리 상당수는 노키즈존이다. 카페 직원들은 아이들이 실내에 들어오면 뛰게 마련이고, 여러 소품을 건드릴 수 있고, 넘어져 다칠 수도 있어 안전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제한한다고 말한다. 노키즈존을 만드는 것보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존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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