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이사

발자국 따라 새겨진 길이 노년의 길이다

by 명문식

'인생의 마지막 이사'는 우리의 인생에서 한 번만 올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젊은 날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러 가지 이유로 이사를 한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고, 성장과 변화를 강조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노년층을 위해 특화된 이사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한다. 이런 기사 내용을 보면, 사정이 미국과 우리가 비슷하다. 그것은 인생을 재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의 중산층 노인들은 교외 단독주택에 수십 년간 살다가, 행동반경이 좁아지면서 시니어 단지나 요양원이나 도심의 작은 아파트나 자녀가 사는 동네 등으로 이사하는 예도 많다. 특히 부유하고 인구가 많은 세대가 고령화됨에 따라 노인 이사 규모가 더 급증했다.

노인이 이사하는 것은 살림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좁은 공간으로 새롭게 들어간다. 무엇을 버리고 남겨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감정적 소모가 많아진다. 자녀들과 생각 차이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가족 간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그들이 어떤 여생을 보내고 싶은지,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할지, 끝까지 간직하고 싶은 물건과 추억은 뭔지, 물건을 후손들에게 나눠줄지 버리거나 팔거나 기부할지 등을 정해야 한다. 그의 인생 이야기에 따라 대안도 제시된다. 새로 옮겨가는 집에서 노인들의 건강 상태에 따라 살림살이를 배치한다. ‘인생의 마지막 이사’는 가장 현실적인 일이다. 누구나 삶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다.

‘인생의 마지막 이사’는 우리에게 한계를 말하며, 주어진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하고, 많은 회상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다양한 곳에서 살았고,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이제 마지막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고, 지난날에 감사하는 기회가 주어지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물질적인 것들을 정리하고 버리며 삶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한다. ‘인생의 마지막 이사’는 그동안 쌓아온 물질적인 것보다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살 곳을 선택하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것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배려를 말하는 행동이다.

‘인생의 마지막 이사’를 요양병원으로 가는 사람도 있다. 그곳에 계신 분들은 표정도 없고,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가족들은 조금만 더 있으면 집에 갈 수 있다고만 말한다. 집에서 간호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부부가 직장에 나가서 바쁘고, 전업주부도 이런저런 이유가 따로 있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화장실에 데려가고, 점심밥을 차려 주고, 기저귀를 갈아 줄 수가 없다. 그래도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이 그 모든 것을 대신하여 줄 수 있으니 병원에 계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별할 때는 서운한 얼굴만 남기고 눈물만 흘린다.

70대는 건강한 노년의 삶을 마지막으로 결정할 기회다. 70대가 되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활동이 저하되고, 무슨 일이든 흥미를 느낄 수 없다. 와다 히데키는 『70세가 노화의 갈림길』에서 노화를 늦추는 비법으로 고기를 많이 먹고, 은퇴하지 말고 일하고, 햇볕을 많이 쬐고, 눕지 말고 외출하고, SNS를 즐기고, 지인들과 토론하고, 습관적으로 운동하라고 한다. 삶의 기준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70대는 ‘늙음과 싸우는 시기’이고 80대 이후는 ‘늙음을 받아들이는 시기’다. 80대 노인은 배우자가 밥을 차려 주면 성공한 삶이고, 90대 노인은 전화할 곳이 있으면 성공한 삶이다.


노인이 마지막으로 이사한 집에서 죽으면 나머지 가족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아무리 큰 아픔과 슬픔 속에서도 세월은 지나간다. 상처는 상대방에게 의존하고 집착할 때 생기고, 기대가 없으면 상처도 없다. 그러나 사별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별은 누구나 언젠가 겪을 수밖에 없는 아픔이고 돌봐야 하는 일이다. 사별의 아픔은 시도 때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그리움이다.

노인이 되면 겪게 되는 상실의 시간이 있고, 잊혀야 할 아픔이 있다. 상실의 슬픔은 보통 잃어버린 대상과의 관계 때문에 더욱 복잡하다. 슬픔은 상실로 야기된 깊은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대상과 연결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변화하는 시간이다. 노년이 되어 병들고 외롭고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며 사는 노인도 많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려면 궁핍과 병고, 외로움의 시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부담 없이 누리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먼저다. 인생길에서 자식이나 친인척들을 가까이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도 행복한 노년의 길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은 희끗희끗 반백이 되고, 몸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고, 영원히 함께 있을 것 같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오랜 세월을 함께하던 반려자와 친구들의 늙어가는 모습을 확인한다. 늙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늙음을 막을 수 없다. 노년이 되면 기력도 정신력도 의욕도 마음뿐이고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체념하고 절망하는 순간에 늙음이 시작된다. 노년기에는 진정한 자신의 삶을 볼 수 있고, 삶의 여백을 담을 수도 있고, 부족한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 노년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요소는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맞이할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는지에 달려 있다. 인생의 마지막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가지려면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