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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Feb 12. 2023

황혼 육아

조부모의 육아는 가장 든든한 우군입니다

아파트 내에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학기 초, 3월이 되면 어린이집 문 앞 풍경이 출근 전쟁보다 더 복잡합니다. 자는 아기를 안고 오는 아빠도 있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우는 아기도 있고, 놀이터에서 놀자고 하는 아기도 있습니다. 부모가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에 가야 하는데 답답하기만 한 부모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데려다주고 가는 모습도 안쓰럽습니다. 어떤 아기는 문 앞에서 ‘빠이빠이’만 하고 계속 서 있습니다. 선생님이 안고 들어가면 울음을 터트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부모가 어쩔 수 없이 손주를 돌봐주게 됩니다. 맞벌이 가정에 조부모의 육아가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것은 많은 장점과 보람을 주지만, 때로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힘이 넘치기 때문에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려면, 체력이 요구됩니다. 조부모들이 육아할 때와 육아 방식도 변화하여 어려움을 겪습니다. 현대 육아는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아 기술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세대 간의 교육 방법과 가치 차이도 달라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조부모들은 육아 책임을 맡을 때 일정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고, 자식들의 일정과 조화를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조부모로서 자식들의 직장 문제로 손자를 당연히 돌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족들의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원합니다. 


손주가 어렸을 때는 우유를 먹는 모습이 예쁘기만 하지만, 손주를 안고 젖병을 물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시키는 일 등 노년에 반복적인 행동을 하면 손목이 아픕니다. 몇 년을 생활하다 보면, 가끔 손가락 끝이 전기가 오는 듯 찌릿합니다. 이것이 손주를 키우면서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입니다. 통증은 허리와 손목, 어깨 등에 발생합니다. 손주를 안고 눕히는 과정에서 손목 신경에 자극을 받아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고, 아이를 오래 안거나 등에 업고 있으면 허리에 무리가 갑니다. 아기를 업거나 안는 시간은 30분 이내로 줄이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리서치에서 ‘2022 황혼 육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55세 이상 황혼 육아 조부모 3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는 손주 육아를 비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로 74.8%는 맞벌이 자녀를 돕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황혼 육아의 대가로 자녀에게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경우는 4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66.4%는 자신들의 노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손주를 돌봄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했다(94%),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었다(98.4%) 등 황혼 육아를 국가와 사회, 가정 등 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답했습니다.      


정부는 2023년부터 부모 급여를 도입해 0세와 1세 영아를 둔 부모에게 각각 월 70만 원, 35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대응 고육지책입니다. 신혼부부는 나라에서 월급을 준다니 일단은 액수보다 급여라는 용어를 반깁니다. 개인 양육지원을 받는 사람 중 조부모(83.6%)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자식과 따로 사는 비동거 외조부모(48.2%)가 손주를 돌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손목터널증후군, 허리디스크 등 '손주 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황혼 육아를 하는 조부모들도 늘고 있습니다. 황혼 육아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2019년 계명대 병원 연구팀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손자녀 육아를 하는 조부모는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식을 키울 때와는 달리 손자녀 육아가 더 행복하다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조부모가 건강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입니다. 조부모의 건강과 경제적, 시간적 보상을 제공할 때, 육아를 담당한 조부모가 보람을 느낍니다. 조부모 대부분은 자녀 부탁으로 원치 않는 황혼 육아를 담당했지만, 자기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대부분 조부모는 손주를 돌보는 것에 긍정적입니다.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오지만,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돌봅니다. 손주들의 모습이 귀엽고, 삶의 에너지가 되기도 합니다. 황혼 육아는 ‘내리사랑’으로 손주가 잘 크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부모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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