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문식 May 01. 2023

할 일이 없는 시간

노인의 행복 요소는 돈과 건강과 친구입니다

우리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사는 유식한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봄날에 운동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체력이 남아 계단을 걸어 오르다 보면 그 할아버지의 아파트 현관문에 ‘立春大吉’이라고 멋진 붓글씨로 써서 붙여놓곤 하였습니다. 그분은 가끔 남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모르는 사람이 모시고 나갔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강연하려고 간다고 했습니다. 그 집 할머니가 하시는 말로는 자기 아들은 의사이고 딸은 약사라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그 할아버지가 잠옷만 입고 방향을 뒤로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서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궁금하였지만 그 뒤로는 아무 소식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2주일쯤 지나자 그 할아버지 댁의 우편함에 우편물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우편물은 넘쳐나고 더 넣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우편물은 말끔하게 정리되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어디 가셨을까?”

“요양원에 간 것일까? 아니면 돌아가신 걸까?”

그분들의 가족들도 만날 수 없고,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떤 노인이든 그 할아버지처럼 언젠가 사라질 것입니다. 사라진다는 것은 영원한 침묵입니다.


미국 노년학회는 “인생에 세월을 보태지 말고, 세월에 인생을 보태라!”라고 했습니다. 노년을 산다는 것은 욕심에서 자유스러운 일입니다. 욕심에서 벗어나면 불평불만이 없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가진 것이 없고, 능력이 부족해도 자기 마음을 다스리면 잔잔한 마음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젊은 날의 인생길은 이룰 것이 많아 욕심만 가득했습니다. 늙어서 뒤돌아보니 허망한 마음만 가득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었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품격 있게 늙기도 어렵습니다. 최고의 노년은 무엇을 꿈꾸느냐에 있습니다. 노년이 되어 가장 괴로운 것은 가난과 외로움과 할 일이 없는 것과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에 다니는 것입니다. 사람은 조금씩 비우다가 인간에 의지하는 마음이 적어지고, 신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많아질 때 세상을 뜹니다. 노년기에는 친인척과 친한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인생의 유한성을 절감합니다. 노년에 잘 사는 것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늙는 것’입니다.


노인이 되어 돈이 없으면 사람 노릇을 할 수 없습니다. 인생이 살면서 자식들이 생활비를 주면 부담되고 불편한 마음만 생깁니다. 자식들은 나름대로 독립하여 살고 있는데 주는 용돈도 어떤 자식은 많고 어떤 자식은 적고 어떤 자식은 주지 않습니다. 생활비가 충분하여 활기차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면 자식들이 좋아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수월하지 않습니다. 노년에 할 일이 있으면, 생활비가 부족해도 너그러운 마음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노인의 행복 요소로 돈과 건강과 친구라고 말합니다.


노년의 행복 요소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느끼는 것과 새로운 취미를 찾는 것과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과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과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만족을 느끼며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미래의 환경 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