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많은 친구는 마음 그릇이 크다
동기동창들끼리 모인 할아버지들의 산악회 모임이 있다. 매주 1회씩 시내 근교에 있는 산에 오르거나 그중 한 달에 한 번씩은 산악회 버스를 이용하여 외지로 산행하고, 1년에 한 번은 외국으로 나가 여행하였다. 처음에는 20명이 넘는 회원이 참석했지만, 지금은 17명 정도가 참석한다. 그들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동기동창 23명으로 산악회 활동을 한 지가 10년이 넘었다. 나이 들어도 변함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소탈해서 좋다. 농담하며 아이들처럼 떠들고, 웃고, 산에 오르고, 구경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하나같이 순수하다.
오늘도 변함없이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 단양팔경의 구담봉으로 향했다. 구담봉은 기암절벽 바위 모양이 마치 거북을 닮았고,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 무늬를 띠고 있어 ‘구담’이라고 하였다. 조선 인종 때 백의재상 이지선이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하였는데, 푸른 소를 타고 강산을 청유하며 칡넝쿨을 구담의 양안에 매고 비학을 만들어 타고 왕래하니 사람들이 이를 보고 신선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명산은 원래 높은 등선에 가로막혀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가 지나자 능선의 바위산을 기어오르는 앞선 사람들의 모습이 위압감을 준다. 산행 시작 후 1.4km를 올라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구담봉을 다녀와서 이곳 삼거리에서 옥순봉으로 가기로 했다. 구담봉으로 가는 길은 험했다. 오르내림이 있고, 계단이 계속되었다. 우리 일행은 쉬지 않고 길도 만들어지지 않은 바위틈을 기어오른다. 모두 내려올 때를 걱정하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한참을 오르니 심장박동이 격해지고, 스틱에 의지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앞만 보고 걷다 보니 산 정상이 속살을 드러낸다. 산 아래 광활한 호수와 멀리 보이는 산이 장관을 이룬다. 비로소 힘겹게 오른 등산의 묘미를 맛본다. 산 아래 절경이 등산객의 발길을 잡고, 나무, 바람, 호수, 높은 바위산, 유람선이 구도를 잡는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산행인 옥순봉으로 향했다.
옥순봉 전망대에 도착하니, 옥순대교도 보이고 구름다리도 보인다. 삼거리로 가노라니 땀이 온몸을 적신다. 다시 땀을 식히고 걷는다. 삼거리 봉우리를 향해 오른다. 옥순봉을 다녀오는 길에 멋진 아가씨들이 길옆에 앉아 우리 일행의 걷는 모습을 보고,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 귀에 들린다.
“저분들은 모두 네 발로 걷네.”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생각해 보니 그 아가씨들의 일행은 아무도 스틱이 없고 우리 일행은 모두 스틱을 소지하고 한 줄로 서서 네 발로 걷고 있었다. 옆에 걷던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웃었다. 우리는 자신들이 할아버지 등산객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옆에서 함께 걷던 친구가 말한다.
“그래 여기가 아무리 좋다 해도 언제 다시 오겠어. 더 좋은 곳을 찾다 보면, 나이만 더 먹겠지.”
늙으면 가장 소중한 재산 중의 하나가 친구다. 함께 웃고, 함께 땀 흘리고, 가지고 온 점심과 군것질거리로 정을 나누는 것이 친구들을 하나로 만든 이유다. 친구들은 세상을 곱게 보며 평범한 일상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지치고 힘들어도 산 정상에 오르면 큰일이라도 성취한 것처럼 기분이 아주 좋다. 산에서 내려와 스틱을 정리할 때까지 긴장한다. 노인이 되기 전에 생각도 못 했던 빠른 계절감이 밀려온다. 계절은 부르지 않아도 순서대로 온다. 카페에 올린 사진과 글을 보면, 우리의 우정을 알 수 있다. 4계절 산을 오르며 소곤대던 그때로 돌아가 꽃대를 다시 보고 싶다. 새하얀 눈길과 화려한 꽃들이 덮은 산을 다시 오르고 싶다. 친구들 간에 자유롭고 솔직한 소통은 상호 간의 신뢰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존중한다. 함께 하는 산행, 여행, 대화 등을 통해 즐거운 순간을 함께 만들 수 있었고, 행복이 되었다. 친구들과의 경험은 소중한 추억이 되고, 함께한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였고, 소속감을 느끼게 했다.
정이 많은 친구는 마음 그릇이 크다. 사람은 자기만의 그릇이 있고, 자기 그릇에 만족할 때 행복하다. 마음 그릇이 큰 사람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웃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산에 오를 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