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문식 Aug 19. 2020

철드는 이야기

‘철든다’라는 말은 합성어로서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과 익었다는 뜻이다. 원래 어원은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로 지혜를 나타낸다. 지혜와 사리 분별력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말이며 어른스러워지면 그 사람이 ‘철들었다’라고 말한다. 철이 들면 하늘이 왜 푸른지, 산이 왜 높은지, 파도가 왜 치는지 다르게 해석한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세상의 나그네라는 것도 알게 된다. 자식이 철들면 부모의 뒷모습도 보이고 겸손해진다. 철이 덜 든 사람일수록 좋은 것만 고르고, 내 것이 가장 좋아야 하고, 내가 대접을 받아야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철이 들면 진리에 벗어나고 동떨어지게 산 것에 겸손하고, 길섶의 꽃 한 송이조차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교양이 부족하면 하찮은 일에도 열 내고, 남의 일에도 발끈하며 화를 낼 때도 많다. 


철이 든다는 것은 소심해진다는 것과 같다.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사는 것이 철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철들지 못한 사람은 낡아빠진 사고방식에 빠지지만, 철들면 사소한 즐거움으로 인생을 즐기고, 삶의 기준이 사소한 일을 이루는 것에 있다. 지금 여기가 바로 천국이라고 생각하면 철든 사람이다. 철들면 작은 설렘이 일고, 살면서 그런 날이 드물어도 기가 살고, 꽃을 볼 때처럼 감성이 일렁인다. 철들면 어렸을 때 소풍 가기 전날 밤에 잠을 설치듯 사소한 일을 그렇게 기다리며 산다.


미국 닉슨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찰스 콜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 신세를 졌다. 그의 형기가 7개월가량 남았을 때 상원의원 ‘퀴에’는 콜슨 대신 7개월 동안이라도 감옥 생활을 해야겠다고 법원에 제안했지만 기각되었다. 그런데 그의 사연이 콜슨에게 전해지자 그는 크게 변했다. 콜슨은 사랑을 베풀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동료 죄수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이 빨래였다. 그때부터 콜슨은 빨래로 봉사하겠다고 나섰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그의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뭔가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묵묵히 빨래하는 모습을 본 동료들은 감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과감한 행동이 감동을 줄 수 있었다.     


우리는 변화와 안정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지만 습관화된 행동에서 안정감을 얻고 안주한다. 행동의 변화는 충격을 받아야 가능하지만 강렬했던 추진력도 서서히 잃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인간은 어느 한 곳에 안주할 수 없고 자신의 본성과 맞지 않으면 거부감을 느낀다. 어떠한 행위나 사물을 보고 그것들이 당신에게 인식되었다는 것은 이미 일정 부분 당신의 마음과 부합되었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다르고 판단의 주체는 본인이다.     


철학자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으로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다면 행복하다.’라고 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나에게 없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행복을 얻으려면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고, 그중에 자신의 마음가짐이 먼저다. 거기에는 내 감정보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고 싶지만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다. 인간이 행복감을 느낄 때 뇌 속의 화학 물질의 변화가 뚜렷하고, 뇌 안의 화학 물질의 작용한다. 모든 행복은 남을 돕는 행위에서 비롯된다.     


행복은 없는 것을 원할 때 오지 않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누릴 때 온다. 외부로부터 오는 것도 아니고 내 안에서 행복이 생성된다. 행복은 인생의 최종 목적지에 필요한 것도 아니고,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물질적인 것, 명예와 권력, 자신이 바라던 것을 획득하거나 실현했을 때 행복감을 얻는다. 세상에 그냥 피는 꽃은 없고, 마지못해 피는 꽃도 없다. 우리는 육체적인 양식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양식도 필요하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것만도 행복이고, 살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때로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에 행복을 모른 채 살아갈 뿐이다. 우리는 지난 일이 생각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겪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그것이 ‘추억’이라며 큰 의미로 남아 행복을 얻는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의 허물을 덮어주는 마음에 덕이 생기고, 다른 사람이 잘되면, 나도 잘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행복해진다. 미래 지향적인 사람은 앞날을 기다리고, 목표도 세우며, 희망에 산다. 

작가의 이전글 자식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