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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Aug 18. 2020

자식 사랑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밖에 모른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자식 교육이 부모의 최대 관심사다. 사실 교육열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랑이 따라갔다. 세상 어디에 살든지 어떤 어려움에 부닥칠 때도 교육열이 발휘되고 부모의 마음을 다스렸다. 그들은 교육열이 없으면 후손들의 생활이 비참할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 시대든 변화는 있기 마련이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부모 세대는 흔히 자신들의 세대가 겪은 경험 위에서 안전한 직업, 전망이 있는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교육에 자식들의 미래를 건다. 그러나 이미 부모 세대의 경험은 자식들의 시대에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한다. 과거 부모 세대는 하나의 산을 오르듯 정상만을 바라보며 앞서 나가기를 원했다. 다양한 직업군이 없었던 그들 세대의 경험이 그런 요구를 낳았고 통했다. 


세상에서 가장 험한 등굣길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위험하고, 열악하고, 멀고 먼 등굣길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되었다. 엄청나게 추운 눈길을 2시간 동안 걸어가야 하는 길. 넓은 호수도 건너가야 하고, 얼음계곡을 넘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학교에 가고, 하교 후 다시 그 험한 길을 거슬러 집으로 또 2시간을 걸어와야 한다. 또한, 아주 작은 배를 타고 따가운 태양을 그대로 맞으며 2시간 동안 쉼 없이 노를 저어 바다를 건너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하교 때는 똑같이 노를 저어 집으로 간다. 아이들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저렇게까지 학교에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인간의 배움에 대한 욕구와 아이들의 그 열망이 참으로 눈물겹다. 부모는 자기 자식들이 지금보다 잘 살기를 바란다. 그들은 자식들이 학교에 나가 배우는 길만이 그들이 성장하여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자식 사랑으로 헌신하는 부모의 마음은 오지마을이나 선진국의 부유한 도시나 똑같다. 

    

고산지대에 사는 몽족의 아이들은 엄마를 도와 밭일을 한다. 젖살도 빠지지 않은 아이들은 낫을 들고 풀을 베고 어깨에 멘 지게에 풀들을 한가득 실어 나른다. 동생들은 아기를 업은 엄마를 도와 종일 밭일을 하고, 학교 갈 나이가 된 아이는 새벽에 일어나 산을 오르내리며 험난한 등교를 시작한다. 강이 말라버린 길을 지나 물이라도 만나면 세수를 하며, 그나마 친구라도 동행하면 힘든 길이 조금은 덜 외롭고 덜 지루하다. 무사히 차 타는 곳까지 다다르면 짐칸에 올라타 학교까지 갈 수 있다. 그들의 부모는 그들이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학교에 보낸다.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건강하게 다니기를 바랄 뿐이다.     


중국 쓰촨성에 있는 ‘대량산’에는 전기는 물론 수도시설도 없는 오지마을이다. 2천m가 넘는 이 산에 전교생이 70명인 학교가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세상에서 가장 험한 등굣길을 걸어야 한다. 사다리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90도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오르며 등교 시간만 4시간이 걸리는 학생도 있다. 아이들이 위험을 무릅쓰면서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오기 전에는 돈조차 제대로 못 세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마을은 산꼭대기 비탈에 약 20여 호의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에는 식수가 확보되어 있고, 농지가 비탈밭이며, 가옥은 모두 기와를 얹었다. 아이들의 모습은 대체로 영양 상태가 좋고 순박해 보인다. 교통만 좋으면 실생활은 행복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배우겠다는 향학열로 빛난다. 당나귀 등에는 올망졸망 곡식 자루들이 실렸고 그 위에 한 어린이가 앉았다. 바위 구멍으로 난 길을 걸어가는 그 당나귀 발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이고, 발을 헛디디면 당나귀와 아이는 목숨을 건지기 어렵다. 바위를 뚫어낸 길도 양 갈래 길이고, 산등성이를 타고 돈다.     


인도 히말라야의 라다크 오지에 자리한 ‘차’ 마을의 아버지들은 일 년에 한 번씩 인더스강 상류, 잔스카르강이 얼어붙는 시기를 기다려 얼음 담요라 불리는 ‘차다 chaddar’를 걷는다. 눈으로 길이 막히는 1~2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아이들을 학교가 있는 ‘레’에 데려다주어야 한다. 학교에 가는 방법은 히말라야 산맥 사이를 흐르는 잔스카르 강을 10여 일간 걸어서 건너는 방법뿐이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지만 자식들의 꿈을 위해 아버지들은 이 등굣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인도의 험한 오지, ‘차 cha’라는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보내기 위하여 눈 덮인 혹독한 산길과 물길을 죽음을 무릅쓰고 학교에 데려다준다.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교육만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는 아비의 마음이다. 바지를 벗고 장화만 신고 아이들을 업고서 얼음 같은 물을 건넌다. 긴 여정 끝에 1년을 헤어져 있어야 하는 자식들을 학교에 들여보내고 지켜보는 아비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모의 힘이다. 히말라야의 잔스카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이들 교육만큼은 대단한 교육열을 지닌 사람들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머나먼 유학의 길을 떠난다. 부모의 뜻을 100% 믿고 나이에 맞지 않은 인내와 끈기로 학교 가는 길을 견뎌낸다. 


사람들이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밖에 모른다. 그들의 특징은 다양한 인종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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