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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19. 2020

코끼리 나라 태국

코끼리의 처량한 신세가 더 맹하게 다가온다

여행은 마음에 맞는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다. 이번에는 부부 동반으로 태국과 홍콩으로 향했다. 여행 첫날이다. 가방에 겨울옷, 춘추복, 여름옷을 챙겨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 공항에 도착하니 7시 50분이다. 함께 갈 가이드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인천공항 호텔 커피숍에서 차와 약간의 끼니를 채웠다. 우리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처음 부딪치는 고민이 선물이다. 우리 부부는 열심히 면세점을 들락거렸다. 필요하고 간단한 물건은 출국할 때 준비를 해놓아야 나중에 편하다. 


타이항공 비행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500여 석의 큰 비행기였다. 우리 일행은 창 쪽으로 자리를 하고 하늘에서 보는 구름바다에 취하고 기내식과 음료수로 시간을 지우고 있다. 4시간을 날아 홍콩 그리고 환승하여 3시간을 날아 태국에 도착하였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공항에 첫발을 딛는 순간, 후끈한 열기가 내 몸을 감싼다. ‘아 이곳이 태국이구나! 하는 탄성이 가슴속에서 터져 나온다. 돈무앙 공항에도 태국 특유의 향이 나는 것 같다. 이젠 공항 직원도 모두 피부색이 옅은 갈색인들, 모든 전광판엔 한 글자도 알아볼 수 없는 태국어만 있다.    


보이는 곳마다 태국 국왕의 사진과 LONG LIVE THE KING이라는 문구가 있다. 태국의 어느 관광지를 가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타이 Thailand의 공식 명칭은 Kingdom of Thailand이고 인구 6,500만 명 면적은 남한의 5배 정도. 화폐는 baht, 아열대 몬순기후, 불교의 나라다. 한참을 버스로 달려가 한식집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한국인만 오고, 한국 방송만 보여주고 있다. 이웃을 만난 기분이다. 저녁을 해결하고 파타야로 향했다. 도로를 달리다 보니 일본제 승용차만 있어서 아쉬움이 컸다. 방콕에서 남쪽으로 약 140km 떨어진 파타야로 이동하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태국의 전봇대는 모두 4각이다. 뱀들이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파타야 미니시암에 도착하여 미니어처 전시장인 미니시암을 둘러보았다. 에메랄드 사원, 새벽 사원, 왕궁 등의 조각, 건축물과 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화유산 등이 1:25로 축소된 소형 모델로 전시되어 있다. 파타야로 이동하였다. 파타야는 20년 전만 해도 작고 한산한 어촌마을에 불과했으나 베트남 전쟁 이후 점차 휴양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10년 전보다 부동산값이 250배나 뛰었다. 관광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동양에서 규모가 최고라고 자랑하는 호텔인데 시설은 좀 허름하였다. 


모닝콜을 듣고 눈을 떴다. 피곤한 몸으로 1층으로 내려가 호텔에서 마련한 뷔페로 아침 식사를 하였다. 소시지며 빵과 잼, 커피 등으로 이색적인 아침 식사다. 우리의 맛도 국제화되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이동하였다. 태국의 교육제도는 우리나라와 같다. 태국은 불교의 나라답게 남자 나이 19~20세가 되면 제비뽑기를 하여 군에 가든지 3개월간 스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국왕의 생일이 아버지날이고 왕비 생일이 어머니날이며 국왕 왕비가 죽으면 당연히 생일날도 바뀐다. 선착장에 도착해서 12인승 모터보트를 타고 약 15분간 이동하여 산호섬에 도착했다. 산호섬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여름 해수욕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파란 바다 파라쎄일링,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씨호킹 등 종류도 다양하다. 레포츠 천국이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아 우리나라의 어떤 해수욕장인 것 같다. 조금 전 산호섬에 갈 때 보트에 오르는 장면들을 찍어 3천 원에 팔고 있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숙소로 올라가 샤워를 한 다음, 다시 버스에 올랐다. 


농눅빌리지로 이동했다. 농녹이라는 할머니가 평생에 모은 재산을 헌납받아 관광지로 만든 곳이다. 처음엔 코끼리 쇼한다고 해서 좀 시큰둥했는데 들어가는 입구의 정원은 정말 잘 가꾸어 놓았다. 농눅 할머니는 남편이 죽고 외로이 지내던 어느 날 꿈속에서 남편과 함께 정원을 꾸미는 꿈을 2번이나 꾼 후,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하여 농눅빌리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1시간 동안 민속공연을 관람하고, 이후 1시간은 코끼리 쇼를 보았다. 코끼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수단이 놀랐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 이래’ 하는 노래가 실감이 났다. 코끼리가 그 좋아하는 바나나와 1,000원짜리 돈 중 1,000원짜리를 코로 집어 조련사에게 건네주는 그 코끼리의 심정을 이해할 것만 같다. 만약 코끼리가 그 1,000원을 집지 않고 바나나를 집으면 조련사에게 얼마나 많은 채찍과 고통을 당할지 상상할 수 있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주인을 위해서 1,000원짜리를 집을까? 코끼리는 IQ가 80 정도는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코끼리의 처량한 신세가 더 맹하게 다가온다.     


저녁 식사는 샤브 음식과 비슷하다는 ‘수끼’라는 것인데 국물에 야채 등을 데쳐서 양념장을 찍어 먹고, 나중에 국물에 밥으로 죽을 쑤어먹는다. 김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튿날 일찍 일어나 식당에서 줄을 서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방콕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파인애플 농장에 들러서 파인애플 맛을 보고 사진을 찍고 농산물 가게를 방문하려고 했는데 교통체증으로 차 안에서 구경하고, 파인애플 한 봉투씩 받아 맛을 보았다.     

방콕에 도착하였다. 방콕은 산이 없다. 반경 100km가 넘는 대평원에 수로와 운하가 잘 발달한 도시로 200년 동안 그 모습 그대로 교통체증에 골치를 앓고 있다. 방콕은 중국 사람이 금융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방콕에서는 방콕 시민이어야 가이드를 할 수 있다. 태국의 자국민 보호 정책에 따라 태국 가이드가 차에 올라왔다. 대략 나이는 26세 정도의 여자, 한국말을 야무지게 잘하는 아가씨.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기가 2명이나 있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계명대학교에서 유학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 지금도 학원에 나가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단다. 억양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예쁘게 들리는 목소리와 톤이 좋다. 이 태국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태국 라마 왕조의 왕궁 관광을 했다. 현재의 국왕은 이곳에 살지 않고 가끔 행사 때 이곳을 온다. 물론 행사하는 날에는 관광객이나 태국 국민 모두가 출입할 수 없다. 


왕궁으로 들어가는 데 왜 이리 절차가 복잡한지 7부 바지도 입으면 안 된다. 라마 왕조는 224년 전에 출범하여 현재 국왕은 라마 9세이다. 라마 5세에 의해 건립되었다. 태국 양식과 유럽 양식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에메랄드 사원과 대웅전 대관식장, 영빈관, 화장실까지 금도금과 유리로 장식했다. 동화책에 나오는 그림 같은 웅장한 건축물 앞에 서서 입이 절로 벌어진다. 건축에 얼마나 많은 백성이 헐벗고 굶주리고 힘들게 노역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그리 달가운 건축물은 아닌 것 같다. 예부터 호화롭고 웅장함은 부의 상징, 명예의 상징, 권위의 상징이다. 


뜨거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한 바퀴 돌아 사진을 찍고 수상 가옥을 둘러보았다. 강가를 따라 배가 정지할 수 있도록 터미널을 만들어 관광객이 이용한다. 강 주변에서 수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집이 연결된 선창에 나와 목욕을 하거나 바람을 쐬기도 하는 사람들, 조금 탁한 물로 밥해 먹고 목욕을 한다. 이들에게 아파트를 지어준다고 해도, 조상 대대로 물려온 곳을 버릴 수 없다고 반대하여 그대로 존속된다. 그때 어떤 남자가 작은 배를 우리 배로 와 과일을 판다. 관광객이 빵을 강물에 던져주니 엄청난 고기떼가 황톳물을 휘젓고 빵을 먹기 위해 달려든다. 수상 가옥의 목재는 야자나무로 대신하였다. 야자나무는 물속에서도 50년 이상 견딘다. 왓 아룬 왓 차 와라람은 새벽의 절이라는 뜻의 새벽 사원을 지났다. 새벽 사원은 아유타야 시대에 지어졌으며 톤부리 왕조에 와서는 딱신 왕이 왕실 사원으로 재건했다. 탑은 크메르 형식의 ‘파빵’이며 79m 큰 탑 주위에 작은 탑 4개가 둘러싼 모습이다.     


늦잠을 자라고 했으나 6시가 넘으니 눈이 저절로 떠진다. 세수하고 호텔 식당으로 가서 외국인들과 어울려 맛있게 즐겼다. 원탁 테이블에 6명씩 앉았다. 우리 일행들은 커피, 토스트, 소시지, 그리고 한국 음식을 내놓고 끼니를 해결하였다. 짐을 챙겨 버스에 올라 방콕 공항으로 갔다. 태국은 왕의 권위가 대단한 나라이다. 왕의 비판은 법으로 금지한다. 이 모든 것을 국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국왕의 장수를 빈다. 


홍콩행에 비행기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이다. 그야말로 색다른 풍경이 나타났다. 날씨는 가을을 연상케 하였다. 오션파크와 빅토리아 피크를 보던 일이 이색적이다. 오션파크에서 이것저것 놀이기구를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잠을 청하였다. 홍콩이라는 도시가 원래 밤의 도시이고, 빅토리아 파크의 경우 야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트램이라는 도로 위에 다니는 전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걸 빅토리아 파크 정상까지 짧게 관광 코스처럼 만들어 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이다.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올 때 역방향으로 타고 내려오니 멀미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홍콩은 그냥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마주 보이는 섬의 높은 빌딩들, 불빛도, 산책로를 따라 서 있는 가지런한 가로등과 연인들이 거니는 모습이 정겹다.     


오늘 일정은 야경을 보고, 다음으로 야시장에 간다. 야시장에 가서 서민들의 생활을 체험하기로 하였다.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보니 또 다른 면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 간판이 야경 한가운데에 있어 매우 반갑다. 홍콩은 대중교통이 너무 잘 되어 있다. 2층으로 된 버스를 이용하였다. 야시장에는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다. 우리 일행은 맥줏집에 들어 맥주 한 잔씩 마셨다. 우리나라 물가와 비슷하였고, 가는 곳마다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홍콩에는 50~60층 건물이 보통이다. 세계 10위권에 드는 부자들도 있고, 대학도 있다고 자랑한다. 무관세 지역이라 쇼핑의 천국이다. 홍콩 연예인들의 손 모양을 찍어 놓은 바닷가로 갔다. 바닷물 위에 건축물이 즐비하다. 구룡반도의 침사초이, 낭만의 거리 등 시내 관광을 하였다. 시계탑이 서 있는 해변 산책로, 연인의 거리와 도심 속의 오아시스라 불리는 구룡공원 등이 있다. 보석 가게, 찻집, 백화점 등을 돌아보았다. 가는 곳마다 한국인들이 열심히 장사한다. 고급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갔다. 3시 50분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안에서 대전이 고향이라는 타이항공 승무원을 만났다. 고향 사람이라고 더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인천공항의 상공에서 본 우리나라의 야경도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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