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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20. 2020

자린고비

가난의 심리가 비축만 하는 생활신조를 만들었다

1970년대에 검소하기로 소문난 자린고비가 있었다. 그는 악착스럽게 살았고, 돈을 벌면 대부분 저축을 하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생활력이 강하여 부자가 될 것이라고 한 마디씩 했다. 40여 년이 지난 후에 그는 바라던 부자가 되었다. 건물도 3채나 되고 시골 부자의 척도가 되는 논도 100마지기나 되었다.  자녀들은 성장하여 결혼도 하였고 직장에 다녔다. 겉으로 보면 성공한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이 부부는 아직도 오일장터 구석에 있는 아주 허름한 집에 산다. 좋은 집 3채는 월세나 전세를 주었다. 


논 100여 마지기를 일부는 임대도 주고, 직접 농사도 짓는다. 그렇게 번 돈은 절약하여 또 부동산을 사려고 저축한다. 그들의 생활환경은 돈이 있어도 매우 열악하다. 그래도 그들은 불편하기는커녕 오히려 행복하다.     


많은 부동산을 소유했으면 이제 마음이 넉넉해질 때가 되었는데도 욕심은 끝이 없다. 그들이 그렇게 생활하는 이유는 지독한 가난의 경험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내년에 흉년이 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쌀 한 톨이라도 아껴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있었다. 이런 현실이 그들을 강박증 환자로 만들었다. 재산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도 더해졌을 것이다. 소비의 미덕은 없고, 넘쳐도 여유가 없는 가난의 심리가 죽을 때까지 비축만 하는 생활신조를 만들었다. 


자린고비의 삶은 어디까지 박수를 받을까? 조선 시대 충북 음성에 살았던 조륵은 천하에 소문난 자린고비였다. 조륵은 남의 집 머슴을 살았다. 어느 날 길가에서 달걀 하나를 주었다. 그 달걀은 암평아리가 되었고 암평아리는 암탉이 되었다. 암탉이 알을 낳아 조륵은 재산이 많아졌다. 무슨 일이든 하기만 하면 잘 되어 부자가 되었다. 그는 재산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지독한 구두쇠가 되었다. 어느 날 밤, 족제비가 닭 한 마리를 물고 갔다. 그는 하늘이 준 복이 다하고 장차 재물이 나가려는 징조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부터 그는 동네 사람들을 위하여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고, 홍수를 대비해 둑을 쌓았다. 그리고 논밭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영호남 지방에 흉년이 들었다. 그는 곳간의 곡식을 풀어 굶주린 사람들을 구했다. 이 소문이 영조 임금에게 들어가자 그에게 벼슬을 내리고 ‘자인고비慈仁考碑’라는 비를 세워주었다. 그가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아들에게 ‘네 복은 네가 타서 살아라’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는 지독한 절약 정신과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베푸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그래서 자린고비의 정신을 칭송한다. 자린고비처럼 지독한 구두쇠를 보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난다고 한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아끼기만 하는 것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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