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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Sep 26. 2020

캄보디아 사람들

캄보디아에는 ‘죽음의 뜰’이라는 뜻의 킬링필드가 있다

씨엠립 공항의 작은 활주로가 그 나라의 경제를 말하고 높은 기온이 캄보디아 시련의 역사를 말한다. 입국심사를 하는데 관광객에게 출입국 직원이 원 달러 팁을 요구한다.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대로 주고 나가기도 한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원 달러를 구걸한다.  

   

톡톡이를 타고 시원하게 앙코르와트 밀림을 달린다. 앙코르와트의 거대한 사원은 그 옛날의 도시를 연상시킨다. 옥수수를 닮은 사원의 지붕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 숲 속 앙코르와트 사원을 건설한 수많은 사람의 함성이 들릴 것만 같다. 궁금증을 안고 시간이 멈춘 돌에 새겨진 그림을 해석하느라 분주하다. 그 시대 사람들은 돌을 나무처럼 다루고 솜처럼 먼 곳에서 옮겨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50km 안에서는 돌을 구할 수 없다는 지질학적 견해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일을 하던 수많은 사람이 흔적도 없다는 것도 모를 일이다. 신비의 밀림 속이다. 멀어져 간 그들의 삶과 그늘에 가려져 사연이 수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하얀 모자를 쓴 베트남 사람들과 중국 관광객들이 돌에 새긴 그림 속에 자기들의 이야기가 있다며 몰려온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석조 건물이다.    

 

캄보디아에는 ‘죽음의 뜰’이라는 뜻의 킬링필드가 있다. 아픈 역사를 안고 오늘도 많은 사람에게 유골을 보여주고 있다. 1975년 캄보디아 프놈펜 수도에 크메르 루주가 입성하여 사유재산, 자본주의 기업, 모든 형태의 문화 양식을 철저히 파괴하였다. 숙청 대상은 기존 정권에 종사했던 공무원, 기업인, 중산층, 지식인, 안경을 쓰거나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 등으로 1979년까지 2백만 명 이상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는 당시 전 국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다. 잔혹한 상처를 남긴 슬픈 역사가 그대로 남아 대학살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후유증은 가난으로 남아 그들의 유산이 되었다.     


무엇이 이 참극을 불러왔을까? 그것은 그들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방법이었다. 폴 포트는 자기의 이상과 신념이 올바르다고 확신하였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상주의자 폴 포트가 가장 흉악한 범죄자가 되었다. 캄보디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이 톤레샵 호수에도 있다.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크기다. 전쟁을 피해 베트남 난민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형성된 수상촌은 이 호수의 대표적인 간판이 되었다. 그곳에는 가정과 학교와 교회와 가게와 관공서 등 다양한 시설들이 물 위에 떠 있다. 그곳 사람들은 무국적이고,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구걸하거나 물건을 팔고 있다. 기껏해야 5∼6세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삶의 현장에 나와 있다. 그중에 눈에 띄는 가족이 있다. 엄마와 아이들이 작은 배에 모여 앉아 구걸하고 있다. 가장 작은 아이를 관광객 앞에 내놓는다.

‘우리 아기 100달러에 가져가세요.’

그 광경을 보던 아내가 사탕을 하나씩 주었다. 그 아이는 사탕을 받아 웃으며 자기 엄마에게 준다. 천진한 눈망울과 예쁜 미소를 짓는다. 아기 엄마는 관광객 앞으로 다시 아기를 내민다. 그 엄마의 머릿속에는 무국적인 아기가 관광객의 품으로 가면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가족 수가 많으니 입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혈육보다 현실이다. 뒤돌아보지 못하고 이별하는 발걸음이 왠지 무겁다. 그들은 작은 행복만 만든다. 행복하여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 사람들이다. 세상이 먼저 웃어주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먼저 웃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어떤 난관도 쉽게 이겨낼 것 같다.     


크메르 왕조의 문명국가에서 빈국으로 전락하여 그들의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앙코르와트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캄보디아 국민의 문맹률이 60%에 달한다고 하니, 교육입국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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