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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문식 Oct 07. 2020

중국 황산에 오르며

깎아지른 바위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을 향해 서 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항주 공항에 도착하였다. 5년 전에 왔던 곳인데 너무 많이 달라져 있다. 고층빌딩, 시가지의 깨끗함, 사람들의 차림새에서 변화하는 중국이 보인다. 항주는 인구 600만 명으로 부산보다 큰 도시이다. 몇 년 전보다 건물이 새롭게 변화한다. 영은사에 들러 스님들의 의식을 보니 그들만의 삶이 있었고, 영은사 대승불교의 위력을 볼 수 있었다. 항주를 떠나 안휘성으로 넘어가는 길은 새로 만든 고속도다. 차도 없고 한적하여 우리 같으면 시속 100~120km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고속도로인데 60~80km로 달렸다. 그렇게 황산으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었다.


다음 날 아침 7시 20분에 출발하려는데 한 부부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8시 10분에야 출발하였다. 그 부부는 일행들의 눈총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황산에서 먼저 비취계곡 관광에 나섰다. 계곡 양쪽의 절벽 사이에 수정처럼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조그만 폭포는 영화 와호장룡에서 주인공들이 사랑을 나누던 장면을 촬영한 곳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비취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과 신비한 대나무가 일색이다. 산 정상 부근에 붉은 글씨로 쓴 커다란 "愛"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올라가는 도중에 있는 파란 계곡의 물이 신비스럽다. 주변에 커다란 대나무 숲이 이국적이다. 대나무가 많아서 죽순도 많다고 한다. 바로 아래는 아찔한 절벽이 있고, 아슬아슬한 산길을 돌고 돌아 케이블카를 타기 위하여 운곡사에 도착하였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사람들이 많아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날씨가 맑아진다. 좋아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정상에 오르니 날씨가 맑아진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하는 것이 황산 날씨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 나타난다. 기이한 소나무와 바위, 운해, 천하절경, 1,800 고지 아래로 흐르는 운해, 곳곳의 기암괴석 등 72개 봉우리의 웅장함, 사자봉 등이 눈을 끈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경쟁하듯 서 있고, 그 사이로 흐르고 있는 구름의 아름다움은 글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왜 산 정상의 이름을 바다 해 자를 썼는지 이해가 된다. 산 정상을 감싸고 있는 구름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광명정 주변의 봉우리들을 북해, 서해, 천해 등 바다 이름을 썼다. 사람이 칼로 잘라도 자르지 못할 정도로 깎아지른 바위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계곡의 모습은 신비롭다.


손오공이 황산의 경치에 취해 손에 쥐고 있던 천도복숭아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 복숭아씨가 바위로 굳어졌다는 비래석은 높이 15m에 이르는 거대한 복숭아씨를 닮았다. 이외에도 사자가 바다를 본다는 사자 관해, 당나라 시선 이백이 황산에 왔다가 시신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절벽에 매달린 계단을 걷다 위를 쳐다보니 거대한 칼로 쳐낸 것 같은 뾰족한 봉우리들은 금세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아래로는 까마득한 협곡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으니 시선을 돌리기조차 쉽지 않다. 황산에 올랐던 등소평도 협곡을 보고 감탄하여 개발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 후 12년간의 설계 기간과 9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01년에야 완공됐다고 한다.


황산의 등산로에 설치된 난간과 쇠줄에는 어김없이 수많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연인들이 사랑의 증표로 자물통을 채운 뒤 열쇠를 절벽 아래로 던지는 풍습 때문이다. 헤어지려면 그 열쇠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데, 깊은 골짜기일수록 더 많은 자물쇠가 매달린 것은 그 때문일까? 역시 이런 광경 때문에 1990년 유네스코가 정한 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4시 모닝콜 소리에 서둘러 손전등을 들고 밖에 나가니 별이 총총한 게 아닌가? 계단을 따라 숨을 몰아쉬면서 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숨이 찼다. 그래도 사람들의 뒤를 따라 어둠을 갈랐다. 황산의 일출 광경은 1년에 20일 정도밖에 보지 못한다고 한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새벽 구름이 잔잔한 바다가 되어 날이 밝아오고 해가 솟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순간 붉게 물든 구름선 사이에 황산의 해돋이가 기다림을 기쁨으로 만들어주었다.


황산 정상에 있는 호텔에서 사용되는 물건들을 짐꾼들이 어깨에 메고 운반한다. 관광객들을 가마에 태워 등산을 시켜주는 가마꾼들도 있다. 발을 마사지하여 주는 중국 아가씨들의 청순한 웃음과 허름한 차림으로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던 상인들의 모습에서 그들만의 행복을 본다.

등산을 마치고 황산의 옛 거리로 갔다. 500년 이상 된 건축물에서, 화려했던 시가지에서 많은 사연을 찾았다. 골동품에 관심이 있고 식견이 있는 사람들은 찾을 만한 물건도 많다. 황제가 먹었다는 깨로 만든 정과를 사서 일행들에게 나누어주니 모두 좋아한다.


다시 항주로 이동하였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로 명성을 떨치고 있어 해외여행객이 꼭 방문하는 관광지이다. 2008년 올림픽 때문인지 거리가 깨끗하고 아름답게 정돈되었다. 저녁 식사 메뉴는 ‘거지 닭’이었다. ‘거지 닭’ 요리는 그 맛이 담백하고 요리 방법이 특이하여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다. 암행 중인 건륭황제가 밤이 너무 늦어 숙소를 찾지 못해 야외에서 노숙하였다. 잠자기 전에 한 곳에 모깃불을 놓았다. 모두 불 주위에서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난데없이 고소한 닭고기 익는 냄새가 진동하였다. 한참 만에 그 맛있는 냄새의 진원지를 찾았는데 뜻밖에 모깃불 아래에서 나왔다. 황제의 심복들은 곧바로 그곳을 파 보았다. 황토에 싸여 있는 닭이 모깃불에 익혀지고 있었다. 황제 일행은 질그릇처럼 구워진 황토를 깨어내고 그 속의 닭고기를 뜯어 야식으로 맛있게 포식하였다. 그 후 이 요리가 알려져 지금도 통닭에 황토를 발라두었다가 구워 딱딱하게 구워진 황토를 깨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하얗게 익은 살을 먹는다. 거지가 먹던 닭을 황제 일행이 먹었던 닭이라는 뜻으로 ‘부귀계’라고도 부른다. 그런 말을 듣고, 나도 이번에 열심히 먹어보았다. 처음에는 억지로 나중에는 맛있게 먹었다.


다음의 일정으로 송정가무쇼가 있다. 하루 4회를 공연하는데 1회에 3,000명씩 관람한다. 어마어마한 규모와 인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대는 입체적이고 관람하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 정도로 마음을 빼앗아갔다. 항주의 유명 테마파크인 송성 관광지에서 5,0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약 61억 원을 투자하여 제작한 대형 가무 공연이다. 명성에 걸맞게 객석이 움직이고 무대가 앞뒤에서 오르고 가라앉으며, 분수가 솟고, 빗물을 퍼붓고, 말이 달리고, 성벽이 무너지고, 환상적인 조명, 경이로운 기예와 화려한 춤, 입체적 음악과 무대 설비, 눈부신 장식과 의상 등의 볼거리가 끊임없이 펼쳐졌다. 한국 전통공연이 나오자 관객들이 박수와 노래를 함께 하며 한국인의 긍지를 높인다. 항주의 대표적인 관광사업인 ‘송성가무쇼'. 이곳이 송나라의 옛 도읍이라는데 착안한 쇼인데 화려하고 웅장하다. 중국의 한국 관광객 증가세는 가히 놀랄만하다. 중국의 명소에는 어딜 가더라도 한국의 단체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송성가무쇼에 한국의 전통공연이 포함된 것도 지극히 전략적이지만 그래도 보는 한국인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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