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패한 나의 유전자
반짝이는 뱃속에 있을 때 초음파를 볼 때부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이가 아빠를 닮았네요. 머리는 4주 이상 크고 팔다리는 조금 짧습니다.”ㅋㅋㅋㅋㅋ
남편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이 정도면 욕 아닌가 싶은 ㅋㅋㅋㅋㅋㅋ
남편이 나와서 말했다.
“닮았다는데 왜 기분이 좋지 않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낳았는데 정말….. 남편이었다.
조리원에서 남편이 아이를 보러 가면
멀리서부터 반짝이를 들고 준비하셨지만, 내가 가면 몇 호인지 물어보고 보여주셨다.
그때 조리원 이모님들이 그러셨다.
클수록 엄마 얼굴이 나올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아이들 얼굴은 백번도 넘게 바뀐다는 말과 함께….
아이가 백일이 되고,,, 돌이 되고,,,, 세 살이 되고,,,, 네 살이 되었을 즈음이었다.
내 회사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던 우리 아이는 나의 부장님 따님 결혼식에 같이 가게 되었다.
결혼식에서 만난 다른 팀장 부장님들을 비롯 사장님까지…
“어머 아빠 닮았구나. 딱 봐도 00 (남편 이름) 딸인지 알겠네. 나 너희 아빠랑 친해 ”
(참고로 남편과 나는 사내부부였고, 남편은 결혼 이후 타 계열사 이동으로 같은 그룹 다른 계열사 근무 중이라
우리 회사 사람들은 남편 얼굴을 아는 사람이 많다.)
엄마 닮았다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은 딸은
집에 와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 닮았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면서
나는 엄마가 더 좋은데 왜 다 아빠 닮았다는 소리만 하냐고……
오열을 해서 겨우 달래고…
어린이집 선생님께 엄마 닮았다는 소리를 좀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주변에 자주 만나는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한테도 부탁을 했다 ㅋㅋㅋㅋㅋ
그 이후로 사람들이 많이 엄마 닮았다는 소리를 해줘서 많이 풀리긴 했지만
아직도 아빠 닮았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아빠랑 사이좋아요)
아빠 어릴 때 사진을 보고
“엄마 왜 나 머리가 짧아? ”라고 하면서 말이다 ㅋㅋㅋㅋㅋ
여섯 살이 된 지금
얼굴이며, 체형에, 손톱, 발톱에 성격까지 전부 아빠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클수록
100% => 10,000% 가 되는 신기루…..
내 유전자는 완패 확정 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내 얼굴이 나오긴 할까…….??
뭔가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기분 탓인 걸까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