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선택도 용기가 있어야…
점심을 먹고 몸이 나른해지며 살짝 졸릴 즈음
희망퇴직 안내 쪽지가 왔다.
육아를 함께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자주 화두가 되었었고
일과 육아의 사이에서 지쳐갈 때쯤엔 희망퇴직이 뜨길 고대하고 고대하였지만
지난 3년 동안은 감감무소식이었던지라 올해 역시 아무 기대가 없었는데….
내년 7세를 앞두고 직장 어린이집을 떠나 유치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하원시간부터 직장 근처 다른 회사 어린이집으로 옮기면 모든 학원을 못 다니고
진짜 하루종일 어린이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아이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절정을 향해있었기에
이번 희망퇴직 알림은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반가움과 함께 긴장되었다.
그동안 일 때문에 육아에 소홀해질 때마다
‘희망퇴직이 뜨기 전까지만…‘,
‘희망퇴직이 안 떠서 그래…. ‘,
‘희퇴도 아닌데 관두긴 너무 아깝잖아….’
그런 마음속 핑계를 대며 지냈기에… 이젠 진짜 선택의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같은 반이었던 육아동지들 5명 중 4명은 알림을 받자마자 머뭇거리지 않고 퇴사를 선택했다.
조직생활에 지쳐있기도 했고, 유치원은 어찌어찌 버틴다 해도 초등학교를 생각하면 지금 희망퇴직을 하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하긴 매년 뜨는 것도 아니고
신입사원 모집이 워낙 적고 연령이 고령화되어 있어서
마지막 희망퇴직이라고…..
앞으로는 더 이상 희망퇴직이 없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그동안 고민했던 사람들은 더 확고하게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조건은 다른 때보다 더 좋기도 하고 희망퇴직만 하면 내년 유치원부터 모든 고민이 다 해결되기에
희망퇴직만 뜨면 미련 없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뜨고 나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희망퇴직은 선택하는 순간 절망이 된다는데….
생각보다 밖은 춥다는데 사회에서 직장이라는 울타리 없이 될지…
아이들은 조금만 더 크면 엄마를 안 찾는다는데… 이 시기만 좀 더 버텨보면 될지..
늘 전업을 부러워하며 전업을 꿈꾸었는데 왜 망설이게 되는 건지
내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더 이상 도망갈 구멍이 없어지는 느낌과 빛이 내려온 느낌이 공존하는 이 묘한 기분은 뭐란 말인가…
퇴직을 선택을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뭘까? “
교과서에 나오는 자아실현을 위해서?
:자아실현이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어릴 적 꿈도 아니고.. 월급쟁이라 ㅋㅋ
사회적인 경력을 쌓아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서?
:승진하면 좋겠지만 보조 양육자 없이 양육하는 상황이라 아이 이슈로 휴가도 잦고 야근도 잘 못하는 게 현실인걸…
돈을 위해서??
: 페이가 좋은 편이고 복지도 좋은 편이라 그게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감사하게도 집안의 가장도 아니고 희망퇴직금을 받으니까 목돈으로 해결이 되는지라…
내가 가장 고민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그들처럼 확고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대학 졸업 후 쭉 한차례 계열사 이동을 하긴 했지만 울타리가 없었던 적은 없었고
2번의 휴직을 제외하면 언제나 일을 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번아웃이 오고 너무나 지쳤다고 느꼈는데도…
왜 나는 선뜻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선택의 기로가 생겼을 때 미련을 남기지 않는 성격임에도
지금 선뜻 선택을 못한다는 건 아직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인지
이게 미련인 건지… 단순히 아쉬움인 건지….
그 어떤 것도 선택할 용기가 없는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