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울푸드의 발견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매번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과,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는 사람.
메뉴 선택에 쓸데없이 보수적인 사람. 다른 건 다 도전해봐도, '모르는 음식으로 하루를 망칠 수는 없다'며 매일 같은 메뉴를 시키는 사람. 함께 먹는 사람이 새로운 메뉴를 시키면 한 번 맛본 뒤에야 도전하는 그런 사람. 내가 바로 그렇다.
나는 미식가는 아니지만 음식을 좋아하고, 누군가를 만날 때 적당한 메뉴와 공간을 고르는 걸 참 좋아한다. 내 식사는 완벽해야 한다는 모종의 기대감이 있어서 싼 음식으로 때울 바에야 돈이 없어도 비싼 음식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이렇게 음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점점 음식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항상 먹어본 음식이나 안전한 음식, 혹은 내가 인정하는 프로 맛집러가 추천하는 음식만 겨우 도전해본다.
그리고 음식에 대해 확고한 호불호가 있고, 그 기호는 잘 바뀌지 않는다. 어릴 때 한두 번 시도해 보았는데 맛이 없었던 음식은 크고 나서도 잘 안 먹는다. 그런데,
김치나베의 맛을 알아 버렸다.
김치나베를 먹는다는 건, 심지어 만족한다는 건 내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김치나베에는 내가 용납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1. 김치로 만든다
2. 튀김을 국물에 넣는다
나에게 김치란 '삼겹살을 먹을 때 너~무 느끼한 나머지 한 조각 입에 넣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치의 맛을 싫어한다기보단, 김치가 입안의 모든 음식의 맛을 김치화시킨다는 것이 문제. 그래서 그동안 메뉴 이름에 '김치'가 들어간 모든 음식을 거부했다(다만, 서울역 근처 메시야의 김치 돈까스는 예외다).
그리고 튀김이란 모름지기 바삭한 자연의 그 맛으로 먹는 것이다. 탕수육도 찍먹파인 내가 국물에 넣은 돈까스를 먹는다? 그건 마치 라면에 계란을 풀어 넣는 게 아니라 삶은 계란을 퐁당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시작부터 에러라는 말이다.
그런데 나 빼고 모든 사람이 김치나베를 너무 맛있게 잘 먹는다는 게 문제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식집에서 김치나베 시키는 사람에겐 '왜 그런 걸 먹어..? 혼종 아니야..?'라는 시선을 보냈는데, 언젠가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김치나베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왜 사람들이 그 음식을 맛있어 하는지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저녁에 방문했던 일식집에 김치나베가 있어서 도전해봤다. 이쯤 되면 예상했겠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이유는,
1. 김치찌개의 맛이다
2. 국물에 튀김을 넣어도 맛있다
김치찌개보다는 덜 진하지만, 달달한 맛이 첨가되어서 입에 착 달라붙는 단짠의 맛인 데다가, 의외로 국물에 담긴 돈까스도 바삭하고 촉촉한 맛이 살아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면과 튀김을 해치우고 밥을 말아 먹을 때의 풍요로움! 나를 혼미하게 만들 정도로 아찔한 매운맛! 거짓말이 아니라, 오늘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었다(하지만 김치나베를 먹다가 하얀 옷에 국물을 다 튀기는 바람에 다시 스트레스가 쌓인 건 반전).
그동안 비공식적으로는 #외않헤? 프로젝트를 했었지만, 공식적으로는 오늘의 '김치나베 먹어보기'가 첫 도전이었다. 그것도 음식에 목숨 거는 나에게는 꽤 중대한 도전이었고. 오늘의 성공 덕분에 내일도 또 다른 무언가를 해보기로 마음먹기로 한 건 물론이고, 앞으로는 생경한 음식이라도 한두 번쯤은 도전해보게 될 것 같다. 누가 알까. 그 음식의 그 날의 소울푸드가 될지!
2018.06.16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