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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ul 27. 2018

나의 단골 카페, 이너모스트

일개 손님을 팬으로 만들어 준 그날의 경험

  한 번의 방문으로는 진가를 알기 어려운 공간이 있다. 내 단골 카페 ‘이너모스트’가 그런 곳이다.


  한적한 일요일, 자주 갔던 스타벅스가 질리기 시작하고, 주변 동네에 마음을 붙이고 싶어 개인 카페를 검색했던 적이 있다. 괜찮은 곳을 세 개 정도 찾았지만, 일요일에 운영하는 곳은 하나 뿐이었다. 그곳은 최근에 새로 오픈한 카페였다. 아늑한 공간과 적당히 맛있는 디저트, 다양한 티 종류가 눈에 띄었다. 어차피 내게는 선택지가 없었으므로 그곳으로 향했다.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나른한 일요일 오후여서 그런지 사람은 나 빼곤 한 명 뿐이었다. 은은한 밀크티가 맛있었고, 인테리어 디자인이 따뜻했고, 오랜만에 듣는 Lisa Ono의 음악이 반가운 곳이었다. 사실 첫 방문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았다. 내 입은 자극적인 단 맛에 익숙해져 있었고, 나는 모던한 디자인을 더 좋아하고, 책을 읽는 동안 Lisa Ono의 음악을 속으로 따라부르게 되어 거슬렸기 때문이다. 동네의 나머지 두 카페도 들렸었고, 둘 다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내가 다른 곳 보다도 이너모스트를 자주 찾게 된 것은, 인스타그램 DM 때문이었다.



  그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고 주인 분이 내게 연락한 것이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서비스로 우려주신 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죄송하다는 요지였는데, 정작 나는 티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게 잘못 우린 건지 잘 우린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날의 DM은 그 공간에 대한 내 느낌을 바꾸었다. 음료 한 잔을 서비스로 받은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내 방문에 감사하다는 메세지라니. 그 분들의 마음에서 손님 한 명, 한 명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한 이 주쯤 지났을까, 그 날의 밀크티와 DM이 떠올라 두 번째로 이너모스트를 방문하게 되었다. 한적한 그 공간에 들어섰을 때, 부부인 주인 분들이 가볍게 눈인사를 하셨다. 나를 알아보는 걸까? 손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위주로 다녔던 내겐 신기한 경험이었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그 공간을 바라보는 내 눈도 훨씬 부드러워 졌다. 따뜻함을 주는 조명, 음식에 대한 흥미를 돋궈주는 킨포크 테이블 매거진, 입구에 주차되어 있는 핑크색 휘가로까지. 자세히 관찰해보니 주인 분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 공간이었다.



  그 이후 한 번 더 감동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함께 글을 쓰는 친구들을 우리 동네에 데려왔을 때, 다른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바로 근처에 있는 이너모스트에서 밀크티를 사러 가자고 친구들을 데려갔다. 친구들도 그 공간에 감탄하고, 밀크티를 포장하고 나가는 길에 카페 입구에 있는 휘가로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잠깐 앉아서 토스트 하나 드시고 가세요.”



  나를 알아본 주인 분이 내게 눈인사를 하며 우리를 초대했던 것이다. 그리곤 바나나와 딸기쨈을 올린 토스트를 선물해주셨다. 우리는 감사한 마음에 어쩔 줄 몰랐다. 가끔 서비스를 주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테이크 아웃을 하는 날에도 굳이 불러서 음식을 주시다니! 그 이후엔 예술적으로(!) 깎은 사과까지 주셨다. 너무 많이 주시는 것 아니냐는 우리의 호들갑에 "단골 손님과는 가끔씩 나눠 먹어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내 머릿속엔 한 단어가 윙윙 울려 퍼졌다.


  ‘단골 손님..?’

  ‘단골 손님..!’

  ‘단골 손님이라고 했어..!

  아직 세 번 밖에 가지 않은 곳이지만, 날 단골 손님 취급해주는 카페가 생긴 것이다. 스타벅스를 그렇게나 많이 갔지만, 별 적립으로만 날 유혹할 뿐 ‘단골’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여긴 세 번째 방문만에 단골이 되었다니!

  그 이후에 나는 내 ‘단골 카페’를 더 자주 찾아가기 시작했다. 서비스로 주는 음식과 음료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간도 아늑하고, 머무르는 사람들도 적당하고, 디저트와 음료도 맛있지만, 그것보다는 나를 단골로 알아주는 그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과도하게 친절한 모습은 아니어도, 카페에 들어갈 때마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그 자리는 거의 지정석이네요.”라는 말로 나의 존재를 알아주는 말이 참 감사했다.


  가끔씩 혼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할 때, 맛있는 음식으로 좋은 경험을 하고 싶을 때면 주저하지 않고 이곳을 향한다. ‘서비스’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주인 분들의 배려, 부드러운 맛의 스콘과 향긋한 티, 적당히 울려 퍼지는 Lisa Ono의 음악 덕에 이 카페를 방문할 때마다 내 경험은 더 풍성해진다. 다음 방문 때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오늘도 나는 이너모스트에서 티를 마시고 스콘을 먹으면서 밀린 할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말차크림이 참 달콤한 앙버터토스트, 아주 달콤한 크리미 말차 라떼, 이곳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스콘과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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